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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우승 후보였던 해태 왕조 시절. 그땐 그랬지(사진=연합뉴스)

남자 2호 : 기아 타이거즈 팬
남자 2호는 말한다. 신은 자신에게 긍지를 배우라며 해태 타이거즈를 선물하셨노라고. 그리고 다시 말한다. 신은 자신에게 굴욕 역시 배우라며 기아 타이거즈 역시 선물하셨노라고. 어린 시절 호남 출신 아버지를 따라 해태 타이거즈를 응원하며 가을에 야구하는 건 아무 팀이나 다 하는 건줄 알았다. 1993년부터 해태 유니폼을 입은 이종범은 그의 영웅이 되었고, 1997년 한국 시리즈 우승을 보며 여태 그래왔듯 이 달콤함이 영원히 계속될 줄 알았다. 이종범이 일본으로 떠났다. 1998년, 남자 2호는 자기 기억에서 처음으로 타이거즈가 4위 밑으로 떨어지는 걸 봤다. 1999년에는 임창용이 삼성으로 떠났고, 2001년에는 영광의 구심점이었던 김응룡 감독 역시 삼성으로 떠났다. 심지어 팀마저 기아로 인수되며 과거와 단절되는 기분을 겪어야 했지만 그래도 이종범이 돌아오며 다시 명가 재건의 꿈을 꿨다. 하지만 과거 그토록 쉬워보이던 우승은, 이제 멀고도 멀었다. 2005년 리그 8위를 경험할 땐 합성인 줄 알았다. 2007년 8위, 2008년 6위를 기록하며 현실을 받아들였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리그 하위권을 점유하는 ‘엘롯기 동맹’이라는 표현이 생겼고 이 역시 받아들였다. 그래서 역대 명승부 세 손가락 안에 들 2009 한국시리즈 우승을 보며 펑펑 울었다. 기다리길 잘했다고 타이거즈라서 기쁘다고 생각했더니, 2010년 굴욕의 16연패를 기록하며 다시 5위. 2011년 상반기 엄청난 화력을 보이며 상반기 수위를 달리더니 결국 4위. ‘엘롯기 동맹’ 시절만큼 바닥인 성적은 아니지만 시즌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화가 났다. 선취점을 내면 역전당하고, 선취점을 주면 따라잡지 못하는 게 팀 컬러가 됐다. 남자 2호를 달래듯 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 선동렬을 감독으로, 역시 팀 레전드인 이순철을 수석코치로 데려왔다. 남자 2호는 기분이 조금 풀렸다. 그리고 이종범 은퇴 소식이 들렸다. 남자 2호는 ‘멘탈 붕괴’를 경험했다. 리빌딩이라는 점에서 이해해보려 했지만 시즌 내내 하위 타선의 타율은 고교야구 수준을 밑돌았다. 쓸만한 대타 요원도 없는 상황에서 무슨 생각으로 이종범을 내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6월까지 팀 전체 홈런이 넥센의 강정호보다 적었다. 시즌 막판까지 가을 야구를 하네 마네 희망고문을 시켰지만 결국 불발됐다. 대체 언제부터 타이거즈가 가을 야구 유무를 걱정했느냐며 남자 2호는 불 같이 화를 냈지만 그래도 김주찬이 왔으니 혹시 모른다며 다시 한 번 내년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비교우위 : 찬란했던 과거를 기억하면서도 현실을 인정하는 남자라면 고난도 함께 이겨나갈 수 있지 않을까.

LG 트윈스의 마지막 우승. 봐라, 흑백 사진이다(사진=연합뉴스)

남자 3호 : LG 트윈스 팬
남자 3호는 남자 2호가 엄살을 피운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10년, 무려 10년 동안 우승도 아니고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다. ‘엘롯기 동맹’ 중 가을 야구에 대한 기억이 가장 먼 팀이다. 1994년 LG 삼총사와 함께 누렸던 ‘신바람 야구’의 추억 하나로 버티고 버텨보지만 요 몇 년 동안의 기분은 ‘신바람’은커녕 ‘쉰 바람’에 가깝다. 1994년 우승 이후 오랜 시간 우승을 못한 건 이해할 수 있다. 1997, 1998년 연속으로 준우승을 차지할 때까지만 해도 90년대 명가로서의 클래스가 있었고,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명승부이기에 더 아쉬웠지만 그래도 박수가 아깝지 않은 경기였다. 그런데 없는 살림에 준우승을 만들어낸 감독을 구단에서 잘랐다. 그 이후 남자 2호는 단 한 번도 가을 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성적만 실망이면 모르겠다. 어떻게 된 게 거액을 풀어 FA 선수만 데려오면 흑역사를 쓴다. 해태에서 30-30까지 기록했던 거포 홍현우는 이적 첫 해 두 자리 홈런이 아닌 두 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본인 최악의 커리어를 작성했고, 검증된 필승조 진필중도 LG에 오더니 ‘진필패’가 됐다.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최악의 FA 계약 10건을 꼽으면 그 중 반 정도는 LG의 몫일 게다. 구단 돈이지 남자 3호의 돈은 아니었지만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하지만 거기까진 이해하기로 했다. 좋은 FA라는 건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니까. 더 속 터지는 건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시킨 선수들이 날아다니는 꼴을 보는 거다. 2차 2라운드 지명 유망주였던 이용규는 기아에 가서 국가대표 1번 타자가 됐고, 2009년 시즌 초반 역시 기아로 트레이드된 김상현은 그 해 팀을 우승으로 올려놓으며 MVP가 됐다. 2011년 어떻게든 가을 야구까진 해보자며 넥센과 시즌 중 트레이드를 단행했지만 가을 야구는 결국 못했고, 데려온 선수는 승부 조작에 연루되고, 넥센에 보냈던 박병호는 홈런과 타점에서 리그 1위를 기록했다. 남자 3호는 내년에도 마음을 다잡고 응원해보리라 생각해보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과거 게시판에서 봤던 일갈이 지워지질 않는다.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
비교우위 : 6668587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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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잼있어서 퍼왔어요.

남자 1호와 4호는 축구팬이더군요.


하아~ 이렇게 보면 기아,엘지 팬분들은 1등 남자친구감 인데.

그저 눙물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