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중일 감독, "성적보다는 삼성 시대 개척자 되고 싶다"
- 작성일
- 12-07-18 14:15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bo&ctg=news&mod=read&office_id=073&article_id=0002153520&date=20120716&page=1
한게 정전으로 인해..16일짜 류중일 감독의 인터뷰를 퍼옵니다. +_+
프로야구 삼성이 '주머니 속의 송곳' 처럼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시즌 초반 6, 7위 하위권을 전전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기더니 어느새 선두로 치고 올라왔고, 2위권과 서서히 격차를 벌려가며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부진 속에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고 차분하게 팀을 이끈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도 돋보인다. 15일 류 감독과 마주하고 전반기의 험난했던 여정을 돌이켜봤다.
－드디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정말 애를 먹었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는데 6월부터 조금씩 올라왔다. 부진했던 원인은 두 가지 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첫번째는 제1선발로 내세웠던 차우찬이 선발 로테이션을 펑크낸 것이고 두번째는 최형우와 배영섭이 부진했던 점이다. 그나마 어려운 시기를 견딜수 있었던 것은 이승엽이 생각 외로 잘해줬기 때문이다. 마운드에서는 장원삼이 에이스 구실을 해줬다.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지지 않고 버텨줬고, 불펜진도 초반에 잠깐 두들겨 맞았지만 곧 살아났다. 역시 마운드가 붕괴되지 않은 것이 안정을 찾게 된 배경인 것 같다.
－시즌 초반부터 치고나가겠다던 계획이 어긋나 무척 당혹스러웠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거짓말 아니겠나. 이대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뭔가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평소 코칭스태프 미팅 외에는 선수단 미팅을 잘 하지않는 편인데 선수들을 모아놓고 "처음부터 다시 하자. 잘 풀리지 않는 선수들도 적지 않은데 어차피 이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된다"고 얘기했다. 시즌 처음 5할 승률이 됐다가 하루만에 다시 가라앉았던 때였는데 다행히 그 때부터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 무엇을 특히 강조했는지 정확히 기억하나.
6월3일 두산과의 홈경기를 마친 뒤였다. 그 때 성적이 22승1무23패였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열심히 뛰는 것은 언제나 할 수 있다. 전력을 다해 베이스러닝을 하고, 몸을 사리지 않고 허슬플레이를 해야 한다. 공수교대 때도 걸어다니면 안된다. 지더라도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팬들 앞에 보여줘야 한다. 그런 것은 기술이 필요없는 기본 아닌가. 그런 부분을 짚어줬다. (류 감독이 미팅을 소집한 이후 삼성은 30경기에서 21승1무8패로 0.724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해 우승은 전임 감독이 리빌딩해놓은 팀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올시즌이 사실상 감독으로서 류중일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수빈 구단주께서도 식사 자리에서 한 번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해에는 선동열 감독님께서 갑작스럽게 물러나신 탓에 선 감독님의 그림자가 짙었다. 잘 꾸려놓은 팀을 물려받아 우승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똑같은 재료로 요리한다고 해서 다 같은 음식맛이 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 승리에 대한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우승 여부를 떠나 선 감독님이 만든 것 이상으로 탄탄한 팀을 만들고 싶다.
－탄탄한 팀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언젠가 2010년대를 지배하는 팀은 삼성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적이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해태가 최고의 명문으로 우뚝 섰고,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의 현대와 2000년대 후반의 SK가 한 시대를 주름잡았다. 이제는 삼성이 그런 시대를 욕심내고 있다. 그러려면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향후 몇 년 동안은 좋은 신인선수를 많이 뽑을 수 없는 상황이다. NC에 우선지명권을 내줬고, 지난 2년간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드래프트 순위도 뒤로 밀렸다. 10구단까지 창단하면 당분간 신인 자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올시즌이 끝난 뒤에도 NC에 보호선수 외 1명을 내줘야 한다. 장태수 2군감독과 잔류균의 이철성 코치를 따로 불러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실력을 키우는 길은 훈련 밖에 없다. 강한 훈련을 따라오지 못하면 옷을 벗겨도 좋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대어들도 잡아야 한다. 꾸준히 전력보강을 해야 한다.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부진했던 선수들이다. 누구나 부진할 수는 있지만 차우찬과 최형우, 배영섭 등은 거기에서 탈출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아직도 배영섭은 2할대 초반의 타율에 머물고 있지 않나. 여러모로 원인을 생각해봤는데 차우찬은 과욕 때문이었던 것 같다. 스피드를 조금 더 키우기 위해 투구폼을 바꿨다가 탈이났다. 배영섭은 체력이 문제가 컸다. 지난 해 풀타임으로 뛰었던 후유증에다 신인왕을 수상한 뒤 오버페이스한 탓에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았나 싶다.
－예상치 않았던 부진도 있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도 있었을 듯한데.
외국인 투수들이 지난 해에 비해 잘 던져주고 있다. 이승엽도 얼마만큼 해줄까 걱정했는데 최형우의 부진을 너끈하게 메워줬다. 시즌 개막 직전 부상당했던 박한이도 복귀하자마자 부활했고, 특히 박석민이 잘해주고 있다. 사이드암투수 심창민 같은 선수는 '삼성의 미래'라고 표현하고 싶다. 배영섭의 부진 공백을 잘 메워준 정형식이나 백업포수로 뛰고 있는 이지영도 제 몫 이상을 해주고 있다.
－전반기까지 5할 승률에서 13승 정도는 더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5할 승률에서 1승을 더 채우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12승까지 올라왔는데 +13승을 채우려면 한화전에서 2승1패를 해야한다. 지금은 2.5게임차 1위지만 초반 부진했을 때 4~5승만 더 했어도 2위와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순위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시즌 초반 6, 7위 하위권을 전전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기더니 어느새 선두로 치고 올라왔고, 2위권과 서서히 격차를 벌려가며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부진 속에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고 차분하게 팀을 이끈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도 돋보인다. 15일 류 감독과 마주하고 전반기의 험난했던 여정을 돌이켜봤다.
－드디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정말 애를 먹었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는데 6월부터 조금씩 올라왔다. 부진했던 원인은 두 가지 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첫번째는 제1선발로 내세웠던 차우찬이 선발 로테이션을 펑크낸 것이고 두번째는 최형우와 배영섭이 부진했던 점이다. 그나마 어려운 시기를 견딜수 있었던 것은 이승엽이 생각 외로 잘해줬기 때문이다. 마운드에서는 장원삼이 에이스 구실을 해줬다.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지지 않고 버텨줬고, 불펜진도 초반에 잠깐 두들겨 맞았지만 곧 살아났다. 역시 마운드가 붕괴되지 않은 것이 안정을 찾게 된 배경인 것 같다.
－시즌 초반부터 치고나가겠다던 계획이 어긋나 무척 당혹스러웠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거짓말 아니겠나. 이대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뭔가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평소 코칭스태프 미팅 외에는 선수단 미팅을 잘 하지않는 편인데 선수들을 모아놓고 "처음부터 다시 하자. 잘 풀리지 않는 선수들도 적지 않은데 어차피 이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된다"고 얘기했다. 시즌 처음 5할 승률이 됐다가 하루만에 다시 가라앉았던 때였는데 다행히 그 때부터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 무엇을 특히 강조했는지 정확히 기억하나.
6월3일 두산과의 홈경기를 마친 뒤였다. 그 때 성적이 22승1무23패였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열심히 뛰는 것은 언제나 할 수 있다. 전력을 다해 베이스러닝을 하고, 몸을 사리지 않고 허슬플레이를 해야 한다. 공수교대 때도 걸어다니면 안된다. 지더라도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팬들 앞에 보여줘야 한다. 그런 것은 기술이 필요없는 기본 아닌가. 그런 부분을 짚어줬다. (류 감독이 미팅을 소집한 이후 삼성은 30경기에서 21승1무8패로 0.724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해 우승은 전임 감독이 리빌딩해놓은 팀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올시즌이 사실상 감독으로서 류중일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수빈 구단주께서도 식사 자리에서 한 번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해에는 선동열 감독님께서 갑작스럽게 물러나신 탓에 선 감독님의 그림자가 짙었다. 잘 꾸려놓은 팀을 물려받아 우승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똑같은 재료로 요리한다고 해서 다 같은 음식맛이 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 승리에 대한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우승 여부를 떠나 선 감독님이 만든 것 이상으로 탄탄한 팀을 만들고 싶다.
－탄탄한 팀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언젠가 2010년대를 지배하는 팀은 삼성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적이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해태가 최고의 명문으로 우뚝 섰고,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의 현대와 2000년대 후반의 SK가 한 시대를 주름잡았다. 이제는 삼성이 그런 시대를 욕심내고 있다. 그러려면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향후 몇 년 동안은 좋은 신인선수를 많이 뽑을 수 없는 상황이다. NC에 우선지명권을 내줬고, 지난 2년간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드래프트 순위도 뒤로 밀렸다. 10구단까지 창단하면 당분간 신인 자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올시즌이 끝난 뒤에도 NC에 보호선수 외 1명을 내줘야 한다. 장태수 2군감독과 잔류균의 이철성 코치를 따로 불러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실력을 키우는 길은 훈련 밖에 없다. 강한 훈련을 따라오지 못하면 옷을 벗겨도 좋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대어들도 잡아야 한다. 꾸준히 전력보강을 해야 한다.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부진했던 선수들이다. 누구나 부진할 수는 있지만 차우찬과 최형우, 배영섭 등은 거기에서 탈출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아직도 배영섭은 2할대 초반의 타율에 머물고 있지 않나. 여러모로 원인을 생각해봤는데 차우찬은 과욕 때문이었던 것 같다. 스피드를 조금 더 키우기 위해 투구폼을 바꿨다가 탈이났다. 배영섭은 체력이 문제가 컸다. 지난 해 풀타임으로 뛰었던 후유증에다 신인왕을 수상한 뒤 오버페이스한 탓에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았나 싶다.
－예상치 않았던 부진도 있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도 있었을 듯한데.
외국인 투수들이 지난 해에 비해 잘 던져주고 있다. 이승엽도 얼마만큼 해줄까 걱정했는데 최형우의 부진을 너끈하게 메워줬다. 시즌 개막 직전 부상당했던 박한이도 복귀하자마자 부활했고, 특히 박석민이 잘해주고 있다. 사이드암투수 심창민 같은 선수는 '삼성의 미래'라고 표현하고 싶다. 배영섭의 부진 공백을 잘 메워준 정형식이나 백업포수로 뛰고 있는 이지영도 제 몫 이상을 해주고 있다.
－전반기까지 5할 승률에서 13승 정도는 더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5할 승률에서 1승을 더 채우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12승까지 올라왔는데 +13승을 채우려면 한화전에서 2승1패를 해야한다. 지금은 2.5게임차 1위지만 초반 부진했을 때 4~5승만 더 했어도 2위와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순위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류감독의 인터뷰를 볼때마다 항상 삼부심이 쩝니다.
삼성왕조를 만들고 싶은 그의 욕망? 같은게 느껴지더구만요.
그리고 마지막줄을 보면
"순위싸움이 이제부터인데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페이스를 지킨다"...이건 정말 힘든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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