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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이전트(대리인)를 소재로 한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톰 크루즈는 퇴물 취급을 받던 미국 프로풋볼(NFL) 선수를 최고 대우의 선수로 만들기 위해 뛰어다니는 에이전트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줘 인기를 끌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경우, 월드시리즈가 끝나고 나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인물은 슈퍼스타 선수가 아니라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콧 보라스다.

이 처럼 에이전트는 스포츠에서 당당히 한 축을 차지하지만, 국내에서는 예외였다. 프로축구를 제외한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가 모두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위한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 방침을 밝히면서 이르면 내년 오프시즌부터 프로야구에서도 에이전트가 연봉협상을 대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 연봉협상 어떻게 바뀌나= A 프로야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프로야구의 연봉협상은 아직도 체계적 협상과는 거리가 있다. 운영팀장 등 협상 담당자가 구단 사무실이나 근처에서 선수를 만나 고과 산정 내용을 통보하고 선수를 설득하는 형태다. 그나마 핵심 선수나 돼야 여러 번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지난 2009년 프로야구선수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연봉협상 때 구단과 단 한 차례 만났다는 답변이 56.3%, 협상 시간은 30분 이하라는 응답이 57.3%에 달했다. 정보력 차이도 문제다. 고과 산정 기준이 사전에 공지되고, 선수들이 고과 중간 열람도 할 수 있다지만 이는 구단 제시액의 근거일 뿐. 자신이 왜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하는지를 선수 혼자 힘으로 입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성을 갖춘 에이전트가 충실한 자료를 갖고 협상에 나선다면 이런 문제는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구단도 더 이상 '고과표에 다 나와 있으니 사인만 하면 된다'는 고압적 자세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찬반 논리= 구단들은 연봉 인상에 따른 재정 악화 가능성을 들어 에이전트 제도에 반대한다. B 구단 관계자는 "에이전트 수수료까지 더해져 연봉총액이 올라가는데, 대규모 흑자는커녕 겨우겨우 운영하는 프로야구 구단들로서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무자격 에이전트 난립 가능성도 제기한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측도 유사한 논리로 에이전트 제도에 부정적이다. 반면 선수들은 당연히 에이전트 제도를 찬성한다. 김선웅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사무국장은 "미국처럼 선수협에서 에이전트 자격을 엄격히 심사하면 무자격자는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 러나 구단들도 내부적으로는 에이전트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계기로 이미 야구 규약 30조에는 "선수가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 변호사만을 대리인으로 해야 한다"고 명문화돼 있고, 이번에는 문체부의 제도 개선 의지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에이전트 도입 무산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 C 구단 관계자는 "초기 수십 개였던 항목을 최근 수년간 계속 세분화했다"며 "현재는 투수와 타자 각각 500개 정도의 항목이 있어서 구단 기준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프로축구의 사례= 지난 2001년 에이전트를 도입한 프로축구는 현재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됐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에는 모두 130여 명의 에이전트들이 있고,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 에이전트도 51명이나 된다. 프로축구 에이전트로 활동하려면 선수의 부모 또는 변호사거나 FIFA 공인 에이전트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에이전트들은 연봉 협상과 선수 이적, 부상 및 재활과정에도 폭넓게 관여한다.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 등을 대리하고 있는 최월규 월스포츠 대표는 "선수 고과뿐 아니라 구단의 현재 사정 등까지 폭넓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로축구에서도 연봉 상승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코리안 리거의 에이전트들= 초기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코리안 리거'들의 에이전트도 재미교포 일반인이 대부분이었다. 박찬호(40)의 LA 다저스 입단을 주선한 사람은 건축가였던 스티브 김. 서재응(36·KIA)과 김병현(34·넥센)의 초기 에이전트는 전영재 씨였고, 최희섭(34·KIA)의 시카고 컵스 입단 당시 에이전트도 교민 이치훈 씨였다. 이 씨는 봉중근(33)과 류제국(30·이상 LG)의 미국 시절 에이전트로도 활동했다. 박찬호와 김병현은 나중에 보라스에게 옮겨갔다. 현재 추신수(31·신시내티 레즈)와 류현진(26·LA 다저스)의 에이전트도 보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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