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블로그에 일기쓰듯 쓴 글이라서 말투가 좀 거슬리실수도... 너무 주관적인 것 같아서 민망합니다만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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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짜 들어버린 정.

다섯번이나 만나다 보니, 어느새 일본선수들에게도 정이 들어 있더라.
먼저 누구보다도 이와쿠마. 추신수가 홈런을 쳐낸 게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피칭. 마치 스트라이크존을 삼등분해서 맨 아래 칸만 사용하는 것 같은... 반면에 봉중근은 지난 두 차례 경기보다 눈에 띄게 제구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경기를 엮어나가는 봉의 모습에서 역시 약팀 에이스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고...

사실 이승엽 출장 경기는 일부러 보지 않기 때문에, 하라 감독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는데, 진정한 대인배라는 걸 깨달았다. 이와쿠마와 다르빗슈, 두 우완이 사실상 경기를 책임진 셈인데, 물론 둘 다 공이 좋았겠지만 따지고 보면 둘 다 한국전에서 한 번씩 선발패를 당한 선수들이다. 정말 꾹꾹 채워서 가는 투수교체 타이밍을 보면서, 8,9회에 연속으로 한 점씩을 뺏긴 다르빗슈에게 경기 마무리를 맡기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대인배가 일본에도 있구나 싶더라. 물론 그덕분에 졌다면 엄청나게 욕먹었겠지만...

그런데 이치로는, 아무리 봐도 정이 왜 안드는 걸까....


2. 멋지다 임창용

김인식감독이 그답지 않게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나타내는 걸 보면, 많이 안타까우셨던 모양. 사인미스인지, 강민호와 임창용 중 누군가의 고집이었는지 말들이 많은데, 고등학생들도 아니고 2사에 1루가 빈 상황에서 고의사구를 떠올리지 못해서, 피해갈 줄 몰라서 그랬겠는가. 고집스럽게 154km의 뱀직구를 연신 꽂아넣는 임창용을 보면서 왜 타이거즈팬들이 전성기의 그를 잊지 못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아직 노장 소리를 들을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 내리막에 들어서는 나이인 그에게, 그 순간 그 승부를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었을 거라는 근거없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힘과 힘의 대결에서, 파울 10개를 만들어 내도, 결국 정직한 중견수 앞 안타 하나면 투수가 패배하는 것. 그것이 투수의 숙명 아니겠는가.


3. 짐승.... 꽃범호

사실 이범호는 클러치 히터(사실 나도 이 말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라는 말이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다. 06년 1회 대회 이후로 수비에서야 누구 부럽지 않은 선수가 되었고 김별명도 가지고 있지 않은 4년 연속 20홈런이라는(작년에 깨졌지만) 꾸준함을 가진 선수지만, 기본적으로 공갈포이며 이도형이 5번을 치던 06년만 해도 어쩌다 5번으로 나오면 헛스윙을 하기 일쑤였고 발 느린 김질주 탓도 있지만 병살 개수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범호가 유독 미쳐 날뛰는 때가 있으니, 그건 바로 준플레이오프다. 3전 2선승제의 이 단기전에서, 이범호는 통산 최다 홈런 기록(7개였던가?)을 가지고 있고, 특히 기아팬이라면 06년 준플레이오프의 이범호를 잊지 못할 것이다.

마치, 최종전의 이범호는, 대전구장에서 벌어지는 준플레이오프를 뛰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번을 엮어낸 5-4-3 병살, 우중간 2루타로 출루해 8회 한 점을 따라붙을 때만 해도 이범호가 오늘 보여줄 건 이제 다 보여줬구나 싶었다. 그리고 9회 2사, 추신수가 물러나고 다시 이범호가 타석에 들어설 때, 이범호가 타석에 들어서는 마지막 선수가 될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렸다. 그리고 3유간을 가르는 동점 안타...... ㅠ0ㅠ 김뜬공으로 전락한 김태균은, 내년에 일본이나 가버려라. 한화는 꽃범호가 지킨다.


4.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사실 8~9회의 아낌없는 대타,대주자 기용을 보면서 따라잡은 후가 걱정되긴 했습니다만
그 상황에서 그렇다고 다른 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이렇게 진을 다 빼셔서 시즌 시작하는 한화는 어케....ㅠㅠ

어째 4월 한 달 정도는 또 원상이 볼질하고 스윙 커진 김별명은 선풍기질하고 꽃도 공갈포질에 현진이는 설렁설렁 던지고 토마스는 춥다고 태업하는 아름다운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그리고 영우횽님은 혼자 버닝하시다가 또 체력고갈로...)




여기부터는 잡소리. 그냥 헛소리라고 생각해주시길.

1) 사실 10회에 이치로를 내보내고 2사 만루로 어찌어찌 잘 넘겼다고 했더라도, 결국 타선은 교체선수 투성인 데다가 임창용 이후에 나올 카드가 적어도 더 강하지는 않았을 것이었기 때문에, 그 순간에 중요한 건 기세였다고 생각한다. 그 정면승부, 주자 2,3루에 타자 이치로인 상황에서 임창용이 이겼다면, 2이닝 정도는 어찌어찌 끌어갈 수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리고 임창용 이후에 오승환이든 정대현이든 다음 투수로 넘어갈 수 있는 빈 틈이 생겨났을 거고. 누가 그 살벌한 상황에서 나올 수 있었겠나.

2) 결국 실력이나 의지에서 진 게 아니라 (단기전이었음에도) 선수층의 깊이에서 졌다는 생각이 든다. 또 동시에 야구라는 스포츠야말로 참 웃겨서, 8개구단 에이스들을 다 모아놔도 그 순간 나올 수 있는 투수는 2~3명밖에 안된다는 것도 새삼 다시 느꼈다. 결국 실전감각을 잃지 않은 멤버들만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게 이런 단기전의 잔인함이고, 그 잔인함이 여러 선수들의 선수생명을 단축시킨 것 아닐까.

3)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까는 단골소재였던 투구수제한은, 사실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지 않나 싶다. 역시 우리 투수진 운용도 그만큼 머리를 많이 써야 했고, 결과는 일부 선수의 혹사가 아닌 고른 불펜진의 활약으로 나타났고. 사실 프로야구에서도 선발 120개 이하 투구(+00개 이상 투구시 휴식일 의무규정), 이틀 연속 30구 이상 계투시 세 게임 연속등판 금지 정도는 도입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일자리나누기는 사실 이렇게 프로야구에서부터....(퍽)

아,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다. 김뜬공님은 시즌 시작하면 봅시다. (힐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