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이종범(KIA)이 역대 최소경기 개인통산 500도루와 1000득점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5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 이종법은 6회 1사에서 좌전안타를 날리고 1루에 출루한 후 김상현 타석 때 2루 도루를 감행, 개인통산 500도루에 성공했습니다. 또 이어지는 공격에서 최희섭의 중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1000득점을 올리며 홈팬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죠. 

500도루는 전준호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경기 수를 비교하면 (1705-1439) 266경기가 앞선 셈입니다.

500도루를 성공시킨 후 약속한대로 베이스를 뽑아드는 세리머니를 보니 입단 때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1993년 사진부터 뒤지다 결국 찾아냈죠.

94년 당시 취재 후 전무후무할 거라는 예측이 들어맞은, 귀중한 사진을 옛 추억을 더듬어가며 소개할까 합니다. (다시 봐도 무리한 기획이었지만 이종범의 대승적 차원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1993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이종범은 첫 해 한국시리즈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습니다.

 일생에 단 한번뿐인 최우수신인상을 삼성 양준혁에게 내준 화풀이를 한국시리즈에서 풀은 거죠. 

이듬해인 94년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한국프로야구를 통째로 뒤흔들며 자신의 역사를 씁니다. 
499타수 196안타, 3할9푼3리로 수위타자에 오르고 최다득점, 최다도루, 시즌 MVP 등 전 부문에 걸쳐 자신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그해 기록한 84도루는 아직까지 깨지 못한 신기록이죠.

94년 말입니다. 새해를 앞두고 거의 모든 언론사가 이종범을 섭외해 신년특집을 하려고 골몰해 있던 때였습니다. 
당시 트렌드는 일출을 배경으로 포효하는 사진이 대세였죠.
저 역시 비슷한 아이디어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동료 한 명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이종범을 홀딱 벗긴 후 황금색 페인트를 칠해 그라운드에서 날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데스크마저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림은 좋을 것 같은데 가능하겠냐?” 묻더군요. 

부원 모두가 ‘그건 무리예요’라고 말하려던 찰나, 데스크는 “그래 한번 추진해 봐”라며 취재 명령이 떨어집니다.

이때부터 바빠졌습니다. 일단 설득을 해야 하는데 뭔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었죠. 타사 동향을 살펴보니 이미 이종범이 일출에 불려나가 새벽부터 몇 차례 재촬영을 했더군요.(특급스타를 새벽에 불러내는 건 현재로선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아마도 언론사가 그런 실례를 저지른 마지막 해로 기억됩니다)

일단 전화를 걸어 의중을 떠봤죠. 
바로 돌아오는 대사는

“아따, 성님 거 일출은 이제 그만 합시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역으로 꼬셔나갔죠. 일출은 북한산 정상이 제대론데 새벽 3시부터 오르려면 그건 선수에게 너무 무리다. 그 계획은 접고 그냥 야구장에서 하자.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 촬영은 20분이면 족하다. 더더구나 좋은 점은 어떤 선수도 앞으로 이런 기회가 없다. 본인에게도 큰 추억이며 가록으로 남는다. 어쩌구저쩌구 등등 어프로치를 하며 넌지시 기획을 던졌는데 예상외로 화통하게 오케이를 했습니다. 

“거 재밌겠는데요. 시간만 맞춰주쇼 잉”

이래서 특수분장팀까지 동원되며 탄생된 사진이 바로 ‘바람의 골드맨, 이종범 날다’입니다.

큰 화제가 되며 신선한 충격이상의 효과를 본 것은 물론입니다.
이종범의 ‘한번 해보자’는 의지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사진이었죠.

주니치 시절부터 몇 차례의 부상을 겪으며 일찍 무대에서 사라지나 했는데 대기록을 다시 만들며 진군하고 있는 이종범의 모습이 대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500도루에 성공한 후 2루 베이스를 뽑아내며 짓는 표정이 15년과 다를 바 없더군요.

더욱이 지난달 21일 LG전에서 통산 499호 도루에 성공했던 이종범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기간에 기록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죠. 결국 보름 만에 달성했네요.

바람의 아들의 500도루, 1000득점에 큰 박수를 보내며 15년 전 보여준 화통한 협조에 다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