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우투수들이 국제 경기에서 레벨이 높은 팀들과 경기를 할 때 선발로 나와서 인상깊게 잘 던진 경우는 집중타를 맞긴 했지만 김수경이 시드니 올림픽때 쿠바전 선발투수로 나와서 4이닝 정도를 던진 기억이 마지막입니다. 이것이 국제대회 투피치 슬라이더 정통파 우투수들의 마지막 기억이기도 합니다. 메이져리거인 서재응이 1회 wbc때 인상깊은 피칭을 한 것은 종의 시차로 떨어지고 횡의 시차로 돌아나가는 서클 체인지업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윤석민이 오늘 좋은 피칭을 할수 있었던 것은 주구종인 슬라이더 보다는 커브와 체인지업의 비율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 바탕에는 역시 최고의 포수 박경완이 있습니다. 투수적 관점에서 보면 박경완 포수는 카운트를 2-3까지 보고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을 가져가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선택을 요구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어 투수들의 평균적인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sk 와이번스가 강한 팀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대표팀은 윤석민이라는 우투수 옵션도 생겼습니다. 예상대로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맞아 나갔지만 종과 횡의 형태로 커브와 체인지업과의 비율을 적절히 섞어 구사하면서 좋은 피칭을 했습니다.
이번 경기 윤석민의 피칭에 대해서 표본이 적다는 말씀들을 하시겠지만 인정할건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베네주엘라 주요 타자들은 선구안이 굉장히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투수의 운이 작용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을 말합니다. 향후 김광현처럼 적은 표본에 의한 상대 분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시기는 있겠지만 윤석민이 보여준 체인지업의 무브먼트로 봐서는 전적이지는 아닐거라는 생각입니다. 서클 체인지업은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국내 우투수들은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으면 슬라이더부터 변화구를 장착하고 그것이 정형화되어 안주해 버립니다. 윤석민이 이번 대회를 통해서 부상을 유발하는 슬라이더는 비율을 점차 낮추길 기대합니다. 그를 오래도록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김인식 감독이 주위의 우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추신수를 꾸준히 라인업에 넣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린 것도 이번 경기 같은 결정적인 한방을 통해서 병역을 스스로 해결하길 바랬던 것 같습니다. 마치 1회 wbc때 최희섭이 미국전에 인상적인 홈런을 기록하며 병역을 해결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
아마도.....
그 순간 제일 기뻐한 사람은 그를 기용했던 김인식 감독이 아니라 병역문제의 마지노선에 있으면서 대회 내내 박진만이라는 그늘 때문에 야구팬들에게 비난 받았던 박기혁 선수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 일전 경기가 끝나고 추신수와 박기혁이 포옹을 하던 장면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미국 espn 해설자가 김태균과 이대호에 대해서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했는데 김태균은 이대호보다 투수를 바라볼 때 어깨 쪽으로 얼굴을 많이 붙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즉 이대호의 전체적인 공을 보는 시선과 중심이 높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에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이 1개~1.5개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빠져나가는 횡변화구와 무릎 밑으로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게 됩니다. 이대호가 여전히 잘해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큰 선수가 되려면 장기적인 안목을 보고 메커니즘 자체를 바꾸는 준비를 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윤석민 때문에 밥을 사게 되었지만 기쁩니다. 정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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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블로거 한 분의 글을 가져와 봤습니다.
출처는 일부러 생략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