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이어져온 토론을 쭉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뭐라 의견을 쓸 레벨이 아니라 잘 읽고만 갑니다. ^^

전 글까지 썼는데 뭐라 의견을 쓸 레벨이 아니라고 하시면.... ;;;
댓글 감사드립니다 ....

저는 이기/이타를 나누는 것이 그리 유의미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한 예를 들어보지요.

3선 의원 출신이지만, 저번 지역구 선거에서 물을 먹었지만 낙하산을 타고 공기업 사장에 내려 앉은 사람이 있습니다. 손해보지 않고 살 줄 알며하고, 능력 있는 이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현재 공기업 사장이 된 지금까지 철저히 자신의 성공을 위해 달려왔습니다. 대학도 제일 좋은 곳을 나오고, 사법고시도 대학 재학 중 통과하였고, 사법연수원의 성적도 좋은 편이어서 검사로 임용되었습니다. 검사로서 조직 내 인망도 높아 지검장까지 올라갔다 국회의원 출마 제의를 받고 당시 여당에 입당하여 전국구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고향으로 내려와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하여 당선되었고, 재선까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낙선되었지만, 그간 당내 공로가 인정되어 공기업 사장이 되었습니다. 공기업 사장이 된 이후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특유의 성실함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인망을 바탕으로 업무를 빨리 파악하여 나름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가족 관계도 괜찮고, 주변 사람들이 호인이라 평가를 합니다. 넉넉한 집안에서 여유롭게 지내서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써야할 때 잘 쓰고, 주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한도내에서 도와주곤 했습니다. 특히 윗 사람에게 깎뜻하여 어느 조직내에서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제가 만들어낸 이 가상의 인물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달려왔다는 점에서 이기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살아왔고, 무난히 조직 내에서 요구되는 것을 했다는 점에서는 이타적일 수도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 성공한 엘리트의 삶이 이기심으로 점철된 삶이라 볼 수도 있지만, 그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책임감을 가지고 조직의 일을 잘처리하고, 주변 사람들도 잘 돌보는, 그리고 껄끄러운 일도 무난하게 처리하는 이타적인 요소를 가진 사람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 제가 말하려하는 것은 한 사람이 선택을 할 때 언제나 이기적인 행동만을 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이타적인 행동만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이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타적 행동을 모두 이기적 행동으로 볼 수도 있고, 이기적 행동 또한 이타적 행동으로 볼 수 도 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전형적인 이기적 삶이라 해도, 작은 틀에서 보면 이타적 행동을 많이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주류 경제학은 이기적 인간을 설정하여 교환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생활의 영역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전혀 합리적인 이기심으로 무장하고 살지 않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진보적 담론에서 상상하는 이타적 인간이라 하여도 결코 이타적으로만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이기적 인간관으로 한 개인의 삶을 파악해보려 하지만, 교환이라는 인간 경제활동의 한 부분, 인간 삶에서 보면 그리 크지 않은 부분에서 조차도 제대로 인간을 설명해 내지 못합니다.

수많은 예외가 발생하고, 이 예외를 이론을 통해 설명할 수 없음에도 이 어처구니 없는 이기적인 인간이론은 과학적 이론화를 통한 방식으로, 원래 본성이 그런데 사회적인 영향을 받아 움직일 뿐이라는 "예외"논리로 이론이 포괄할 수 없는 부분을 무시해버립니다.

반대로 이타적 인간관도 그렇습니다. 한 개인의 삶이 전적으로 이타적일 수 없음에도 "사회주의적 인간관". "이타주의적 인간관"을 설정하여 이상적 미래에 적합한 인간이 존재할 것이란 막연한 믿음만 설파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이 쯤에서 이기적 인간, 이타적 인간이라는 이분법적이고 환원론적인 구분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인간은 이기/이타로만 설명될 수 없는 복잡한 심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합리성으로 치장된 환원론을 부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기적/이타적 인간관은 인간의 본성에 관한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어떤 방면으로 표출되는 가에 대한 논의가 아니구요....
가령 이타적 인간관은 범죄가 문화적, 교육적 기능의 미비에 기인한 것으로 봅니다
반면에 이기적 인간관은 많은 범죄를 적응으로 보고요
반대의 경우 이타적 인간관은 본능의 표출로 보는 반면에 이기적 인간관은 이기적 유전자에 기인한 것으로 보죠
(호혜적 이타주의 등으로 파생된 도덕성이 그자체로 진화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인간관은 사실 나올만큼 다 나왔습니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쪽에서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쪽에서도요... 이기냐 이타냐 blank slate(혹은 중립)냐하는 것이죠 세가지로 크게 대별되는 인간관은 그 주위의 지형들을 포함합니다

본성과 본성의 표출 사이의 관계. 본성이 표출된 것이 근원일까요 아니면 표출된 특징을 보고 본성을 파악한 것이 근원일까요?

드러난 자체가 각기 다른 개인들의 각기 다른 본성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또한 양철북님이 말한 인간 본성에 관한 이론들을 공부했지만, 그 공부들로는 특히 자연과학 쪽에서 진행되는 본성 이론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더군요. 본성을 파악한다 한들 아무것도 해석할 수도 변화시킬 수도 없어요.

표현은 본성의 발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죠 .... 진화심리학은 발전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죠 저도 진화심리학과 행동유전학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긴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해석할 수 없다"라는 말씀은 굉장히 과하다고 봅니다 코스미데스, 데이빗 버스같은 이들만 있는 분야가 아니거든요(뭐 이들이 아예 틀렸단 말도 아닙니다) 요즘 심리학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데다가, 통섭의 중심에 진화심리학이 서있다는걸 생각하면 정말 만만치 않은 학문이죠

그리고 과학은 변화를 위해 이루어지는 학문이 아니잖아요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느니 그런 발견(혹은 추측)이 대단하다는건 현실 이면의 진실을 캐내었기 때문입니다 ....쿤 식으로 얘기하자면 패러다임의 전이를 상당부분 일으켰다는 것만으로도 진화심리학은 일정부분의 역할을 한거죠 물론 이렇게 얘기하는 저도 다시금 말씀드리지만 진화심리학에 굉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부하면 굉장히 재밌긴 합니다(전 아직 핑커도 다 못뗐지만 말이죠 흐흐)

저도 과학사 전공이고, 제 선배님이 장대익 선생님이신지라 간간히 공부하기는 합니다. 또 요즘 뇌연구, 조직이론, 각종 과학/사회학에서 활발히 적용하려는 시도가 많다는 것도 얼핏 듣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름 성과가 있었다는 주장들을 접하기도 하구요.

제 말이 과하긴 하지만 아직까진 학술적 차원을 넘어서, 아니 좀 더 이데올로기 작업 차원을 넘어서 이 사회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심히 회의가 들더군요.

본성이 어떻든 발현되는 것과 상관 없을 수도 있다면 실제 사회주의적 전환을 만들기 위해서, 본성이 이타적이라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희망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할 뿐입니다.

잠깐 일이 있어서 답글이 늦었습니다 과학사전공, 참으로 부럽군요..... 두산너부리님 무슨 말씀하시고 싶은지는 잘 알겠습니다 저도 크게 보면 님의 마음과 비슷하거든요.....본성이 이타적이라는 가정으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논의해보기로 해요 여기에 대해선 할말이 굉장히 많습니다 요사이 가장 관심가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내일 일찍 나가야 되어서 줄일게요~~

답글 정말 감사했습니다

^^ 또 뵙네요... 마르크스의 인간관이 이타주의라... 저로서는 무척이나 생소합니다...

제가 아는 마르크스는 자신의 철학을 위해서든 아니면 경제학을 위해서든 어떤 '독단적'인 전제도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독일이데올로기에서 마르크스는 "우리가 출발점으로 삼는 여러 전제들은 결코 멋대로 정한 독단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현실에 실재하는 전제들이며... 중략 이들 전제는 현실에 실제하는 여러 개인, 그 개인들의 활동, 그리고 ... 그들 생활의 물질적 조건들이다."

다시 말씀 드리면, 마르크스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건, 이타주의적 인간관도 아니고, 성선설의 인간도 아닌... 현실의 살아있는 우리가 눈으로 맞닦드리는 인간 자체일 뿐입니다. 그래서 공산주의를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필요했고, 더구나 자본주의가 발달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죠. 내적모순이 폭발할 정도로...

그런 의미에서 punkrocker님이 지적하셨듯이 (구사회주의권의 모락에 대한 자기반성의 기반위에서) 시장경제적인 요소의도입을 말씀하시는 거구요.(양철북님께서는 시장경제와 완전경쟁을 구분하십니다만 현실에서 실천적 구분의 의미가 있을지요. 현실 자본주의에서도 이제는 완전경쟁이라고는 없으니 말입니다)

자본가는 도둑놈이며 자본주의는 도둑놈들이 우글거린다는 프루동에 대해, 가장 목소리를 높여 반대한 것도 마르크스라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관의 대립으로서 자본주의와 코뮤니즘을 구분하는 것은 마르크스와는 상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네..마르크스는 인간관에 대한 어떤 가정을 하지 않았죠 .. 하지만 미래의 사회주의에 대해선 분명 (본능적이든 학습된 것이든)이타적 인간관을 (무의식적으로) 가정했습니다 다시금 말씀드리지만, “각자의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를 받는다.”라는 명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가장 전제되야하는지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

그리고 punkrocker님이 시장경제 도입을 주장하셨는진 모르겠습니다(구소련이 인간의 욕망 등을 간과해서 실패했다는 말씀은 있었죠 사실 이 말씀을 생각해보면 시장경제 도입을 주장하셨던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얘기지만, 구소련의 실패에 대한 원인 분석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싶었지만 너무 길어져 그만두었습니다) 오늘 쓰신 글엔 분명 통상적인 시장경제와 구별되는 아담스미스적 완전시장을 말씀하셨죠(아담스미스의 이타성논의까지 포함하셔서 말이죠) ....

또 한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본주의의 발달까지는 마르크스도 아담 스미스의 논의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죠 이 과정 속에 그가 상정한 인간관은 굳이 분류하자면 사회구조주의에 가깝다고 해야겠죠(물론 차후에 있을 혁명에 대한 그의 믿음을 생각해보면 자유의지란 것도 빼먹어선 안되겠죠) 하지만 자본주의의 너머, 미래의 사회주의엔 능력에 따라 일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필요라는 차원이 생산에 적용되는 게 아니고 분배에 적용되어 그 유인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겁니다 능력에 따라 사람들이 일하리라는 가정은 그렇다면 어떤 관점에서 가능할까요......필요에 따라 생산하고 능력에 따라 분배받는 아담스미스적 시각의 역전이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그가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상정한 인간관은요?

전 수비형지명타자님에게 단 댓글을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합니다 ~~~ 이제 이 주제를 가지고는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지 않겠습니다
굳이 이렇게 따로 댓글을 남기는 이유는 공개적으로 다시금 선언해 제 자신을 묶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이 논의로 인해 일상생활에 방해를 받고 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한적도 없는데 혼자 좋아서 이러고선 또 혼자서 후회를 -_-;;;;;;
조만간에 보고해야할 상당히 큰 프로젝트가 있는데 제가 뭐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