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간 반달곰을 애도하며
- 작성일
- 12-07-15 14:27
용인에서 반달곰 두 마리가 도망쳤다. 그리고 사살됐다. 먼저 이 곰들의 험난했던 지난 웅생과 고통스러웠을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두 고웅의 일생은 비참했다. 생후 1년이 지날 때쯤부터 이들의 배에는 쓸개즙을 채취하기 위한 호스가 하나 꼽힌다. 살아 있는 곰에서 쓸개즙을 채취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이렇게 쓸개즙을 위해 우리나라에만 모두 1000여마리의 곰이 길러지고 있다. 과거 80년대 정부가 농가 소득을 위해 도입했던 것으로, 동물 보호를 위해 93년 수출이 금지되면서 더 이상 수출하지 못하며 대부분 국내에서 보신과 정력을 위해 쓰이고 있다. 두 고웅은 6살된 암컷으로 대략 5년간 쓸개즙 채취의 고통을 늘상 겪으며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주거 조건 또한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들이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비좁고 지저분한 우리가 낡았기 때문인데, 이 같은 사고가 지난 4월에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사는 곳을 '크러쉬 케이지'라고 부르는데, 키 130cm, 몸무게 70kg인 다 큰 밤달곰이 움직일 수도, 뒤척일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곳이다. 웅생 대부분을 좁디 좁은 우리 속에서 살다가, 잠깐의 자유를 맛 본 것 뿐이다. 그것도 쫓기면서나마 느낀 것 뿐이다.
이들이 탈출하게 된 계기는 발정기였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두 곰의 마음을 알길이 없으니, 이들의 생태로 대충 추정한 것이다. 무엇이 불만인지는 알 길이 없다. 아니 도대체 무엇이 만족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인 것 같다.
하여간 약해진 우리를 부수고 달아난 두 곰의 최후도 그리 적절하진 않았다. 동물들은 대부분 굶주리거나 자극을 받지 않는 한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부는 주변 산책로를 폐쇄하고, 사살 허가를 내렸다. 곧 두 곰은 죽음을 맞이했다.
조금만 안정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편하게 쉬고 있었을 곰이다. 물론 다시 이들을 잡았을 때 앞서 말한 험난한 삶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왜 죽어야 하는 지 납득되지 않는 상황에서, 위험한 존재로 낙인 찍혀 죽임을 당하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두 반달곰의 죽음에서 조지 오웰의 '코끼리를 쏘다'가 생각났다.
"나는 코끼리를 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놈이 할머니 같은 자태로 코끼리 특유의 일에 여념이 없는 듯 풀더미를 무릎 위에 놓고 비비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코끼리를 쏘는 것은 어쩐지 살인을 저지르는 느낌이었다. 그 나이에 동물을 죽이는 일이 그리 꺼림칙하지는 않았지만, 그때까지 나는 코끼리를 쏜 일도 없었고, 쏘고 싶지도 않았다. ( 하여튼 큰 동물을 죽이면 죄를 짓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코끼리의 주인 생각도 해야 한다. 살아 있는 코끼리는 적어도 1백 파운드의 값은 나가지만 죽으면 엄니 값으로 기껏해야 5파운드밖에는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신속하게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 이미 그곳에 있었던, 경험이 많아 보이는 몇몇 버마인들에게 코끼리의 행동이 어떠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냥 내버려두면 아무 일도 없을테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덤벼들 것이라고 했다.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은 명백했다. 코끼리 쪽으로 25야드쯤 다가가서 놈의 반응을 시험해 보았다. 놈이 덤벼들면 총을 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사육사가 돌아올 때까지 내버려두어도 안전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 총을 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도 또한 알고 있었다. 나는 사격이 서툴렀고, 게다가 땅은 진창이어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발이 빠졌다. 만일 그놈이 덤벼들고 내가 실수라도 한다면, 롤러 차 밑에 깔린 두꺼비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순간에서도 나는 나 자신의 안전보다는 뒤에서 지켜보는 누런 얼굴들을 생각했다. 군중이 나를 지켜보는 순간에는 내가 혼자 있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보통 의미의 공포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백인은 '원주민들' 앞에서 겁을 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백인은 일반적으로 겁을 먹지 않는다. 내 마음속에는 오로지 이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만일 내가 실패하면, 저 2천여 명의 버마인들은 내가 쫓기고 잡히고 짓밟혀서 언덕 위에 죽어 있는 그 인도인처럼 이빨을 드러낸 시체로 변하는 꼴을 볼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몇몇 사람들은 그저 웃고만 있을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선택할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총알을 장전하고 조준하기 좋게 땅바닥에 엎드렸다. "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은 명백했다. 코끼리 쪽으로 25야드쯤 다가가서 놈의 반응을 시험해 보았다. 놈이 덤벼들면 총을 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사육사가 돌아올 때까지 내버려두어도 안전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 총을 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도 또한 알고 있었다. 나는 사격이 서툴렀고, 게다가 땅은 진창이어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발이 빠졌다. 만일 그놈이 덤벼들고 내가 실수라도 한다면, 롤러 차 밑에 깔린 두꺼비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순간에서도 나는 나 자신의 안전보다는 뒤에서 지켜보는 누런 얼굴들을 생각했다. 군중이 나를 지켜보는 순간에는 내가 혼자 있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보통 의미의 공포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백인은 '원주민들' 앞에서 겁을 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백인은 일반적으로 겁을 먹지 않는다. 내 마음속에는 오로지 이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만일 내가 실패하면, 저 2천여 명의 버마인들은 내가 쫓기고 잡히고 짓밟혀서 언덕 위에 죽어 있는 그 인도인처럼 이빨을 드러낸 시체로 변하는 꼴을 볼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몇몇 사람들은 그저 웃고만 있을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선택할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총알을 장전하고 조준하기 좋게 땅바닥에 엎드렸다. "
그렇다. 정부는 지역 주민과 등산객을 위해 무언가를 취해야 했고, 그 무언가는 손쉬운 방법인 말 못하는 곰을 죽이는 방법이었다. 잠재적 위험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조치를 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방법이니까. 뒷 말도 없을 것이다. 죽은 곰이 무슨 말이 있겠는가. 아마도 진정이 돼 한가로히 쉬고 있었을 두 곰은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를 총탄에 맞아, 국가가 무언가를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이유로 죽었다.
석연치 않은 삶과, 죽음. 두 반달곰에게 주어진 것은 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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