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액션 영화 좋아하시면 <헤이와이어> 한번 봐주세요.
- 작성일
- 12-07-12 23:53
패스해도 상관없는 영화입니다. 저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정보만 없었다면 무시했을 영화이니까요. 소더버그 감독이라는 사람 참 희한한 감독이죠.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로 칸 영화제 최연소 그랑프리를 받으면서 한때 미국 독립영화를 이끌어갈 천재로 지목되었던 인물입니다.
<카프카>라는 영화를 만들고 휘청하더니 <리틀 킹>이라는 괜찮은 소규모 영화를 가지고 소생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죠. 그러다 액션 스릴러라 할 수 있는 <오션스 일레븐>을 만들었죠. 이후 체 게바라를 다룬 <체>라는 영화를 만들면서 다시 주목 받습니다. 작년에 나온 <컨테이젼>이란 영화도 상당히 잘 만든 수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헤이와이어>를 내놓았습니다. 이 영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한때) 천재 감독이 B급 정서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나는 듣도 보도 못한 지나 카라노라는 여자 격투기 선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말입니다. 조연들은 거물급이긴 합니다. 이안 맥그리그, 마이클 더글라스, 마이클 패스밴더가 출연하는데 참 찌질하게 나옵니다.
영화 자체가 내러티브를 중시하지 않았기에 보고 난 뒤에.. '아니, 이게 뭐야?'라고 하는 분들도 틀림 없이 있을 겁니다. 그러면 이거 무시해도 되는 영화냐? 그래도 액션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영화 꼭 보십시오. 70년대 스타일의 액션이 어떤 것인지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80년대 LA 느와르 스타일의 영화가 작년에 개봉된 <드라이브>였다면, 이 영화는 몸으로 치고 받는, 숨이 헐떡이는 짐승같은 70년대 액션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음식점에서 싸우는 첫 장면에서부터 격렬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보통 액션 영화를 보면 망원렌즈로 장난을 많이칩니다. 두 인물이 싸울 때 실제로는 0.5미터 떨어져 있어도 망원 렌즈로 당기면 두 사람이 바짝 붙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때 때리는 사람은 맞는 사람의 머리 위 허공을 휘두르는게 정석인데, 맞는 사람의 등 뒤에서 망원렌즈를 대고 당겨버리면 진짜 맞는 것처럼 보이죠. 보통 이런 식으로 액션 영화를 많이 찍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배우들의 몸값이 얼마나 비싼데 실제 격투기를 하겠어요?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는 뼈와 근육이 맞부딪히는 영화입니다. 여배우가 격투기 선수 출신이니깐 오죽하겠습니까? 재미난 것은 시내 건물을 누비면서 찍은 추격씬입니다. 요즘 액션 영화에서 보기 힘든 롱테이크, 롱숏으로 찍었어요. 쉽게 말하면 여배우가 열라 헉헉거리며 뛰는 것을 컷없이 한번에 쭉 찍은 겁니다. 카 액션 씬도 정말 웃깁니다.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본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그런 화려한 카 액션 없습니다. 경찰 검문을 피해 투박하게 도로에서 한쪽으로 푹 빠져나갑니다. 그런데 앞에 경찰 차가 보이자 뒤로 차를 후진 시킵니다. 뒤에도 경찰 차가 따라 붙을려는데 경찰차가 붙기 전에 후진을 잘해서 빠져 나가는 정도의 카액션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난 것은 그 다음 장면입니다.....(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직접 보셈)
영화의 마지막 액션은 바닷가에서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골든 아워에 찍었어요. 카메라 좀 만진 분들은 아시겠지만 해가 뜨고 지기 40분 전후에는 햇빛이 굉장히 부드럽게 잡힙니다. 이걸 골든 아워라고 하는데 액션 영화를 찍기에는 적합하지 않죠. 낭만적인 배경에도 안 어울리지만 한번 연기 실수를 하면 골든 아워 시간이 사라지므로 그 다음 날 다시 찍어야 합니다.
그런 장면을 감안해서 보시면 재밌는 액션을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참고하시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