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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순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총 3일간 다녀왔는데, 여수와 순천 곳곳을 보고왔습니다. 먼저 둘째 날 아침에 다녀온 순천 선암사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을 올릴까 합니다.

이번에 새로 산 미러리스 카메라를 가져갔는데, 사진을 잘 찍을 궁리를 하니 다른 생각이 잘 들지 않더군요. 대상을 보면 대상에 관한 스토리가 싹 떠오를 때가 있는데, 사진을 찍다보니 어떻게 하면 대상을 가장 자 드러낼 수 있을까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좋은 여행글을 쓰고자 한다면 사진 찍는 시간과, 생각하는 시간, 또 정리하는 시간을 따로 둬야 좋을 것 같습니다.

선암사는 675년(신라 문무왕 15) 원효가 창건한 절입니다. 창건 당시에는 견강사라고 불렀는데, 화랑들이 이곳에서 무술을 닦았다고 해, 선암사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내려 선운사를 감상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산도 안 가져간 터라,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우산 하나 사들고 선운사로 깊히 들어갔습니다.

선암사는 절 자체도 좋지만, 선암사로 들어가는 숲길이 아주 좋습니다. 양 옆에 있는 다양한 나무들이 적당히 햇볕고 가려주고, 비도 가려줘 걷기 좋은 곳입니다.

조금 걸어오르다 보면 보물 400호 승선교를 볼 수 있습니다. 아치형 다리고, 우리나라 말로는 '홍예'라고 합니다. 더 쉽게 풀어쓰면 무지개다리입니다. 선암사 인근의 벌교에 있는 벌교홍예와 구조와 재질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탄 선암사를 중건할 때(1698년) 지어진 다리입니다. 잘 다듬어진 인공석과 인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연석을 절묘하게 이용한 멋진 다리입니다. 밑에 천으로 내려가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선암사 경내에 가까워질수록 조경은 더욱더 아름다워집니다. 선암사 길 초입은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면, 일주문으로 가까이 갈수록 잘 꾸며진 조경이 빛을 냅니다. 적절하게 만들어진 수로와 대나무 목책들이 오랜 시간 동안 잘 관리 받은 곳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런 세심한 관흔적들은 경내에서도 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선암사 일주문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피해 유일하게 소실을 피한 건물입니다. 조선중기 사찰의 일주문 양식을 잘 보여준다고 합니다. 문에 낮은 담장이 붙어 있고, 좌우 계단에 먼 산을 바라보는 해태상이 장식돼 있습니다. 또 특이한 점은 다른 큰 규모의 사찰과 달리 일주문에 사천왕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조계산의 주봉이 장군봉이라 장군이 지켜주기 때문에 따로 만들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대웅전은 조선시대 건물로 보물 1311호입니다. 정유재란 때 소실돼 새로 지었고, 또 다시 영조 때 불타 1824년에 다시 지은 절입니다. 지붕 옆면이 팔자 모양인 팔작지붕입니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며, 선암사를 둘러싼 조계산에서 안개가 피어올라 운치를 더했습니다.

선암사는 오랜 시간 중건을 계속해 한국전쟁 이전 65동의 건물이 있었지만, 전쟁 중 불에 타 20여 동의 건물만이 남아 있습니다. 각각의 건물들이 자기만의 멋을 간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