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문과 출신이지만 (교양)과학에 관심이 많은 잉여입니다.
옛 기억부터 말하자면 ....

제가 학교 다닐 때 1학기에 입영신청을 해놓고, 등록금을 내놓고 수강신청을 안한 상태로 다닌 적이 있는데요.
(이렇게 해야 복학한 첫학기 등록금을 지금 내놓은 것으로 다닐 수 있다고 해서)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영장이 안나와요. 그래서 병무청에 전화를 했어요.
'띠리리리~, 영장 언제 나오나요?'
'많이 밀려서 이번에 영장 안나옵니다.'
헐ㅋ .......

그래서 이번엔 학교 교무처에 전화를 했죠.
'띠리리~~. 여차저차해서 영장이 안나온다는데 어케 됨?'
'등록금 날리는 거임' 
......  헑
'뭔가 방법이 없나요?'
'봐줄테니 지금이라도 수강신청하셈'  
......  헑

그리하여, 정보력과 인맥을 총동원해서 중간고사 안봤고, 리포트 없고 출석 안부르는 수업을 찾아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막 한시간마다 학교의 이쪽저쪽 끝에서 끝으로 옮겨다녀야 하는 그런 ...
어쨋든 시간이 흘러흘러 기말고사 기간이 왔는데,
당시에 제가 학업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아니하야 ...
모모 과목이 시험을 치는데 그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죠. -_-;;;

그러던 어느날 밤 마침 같은 수업을 신청했던 (역시 출석은 전혀 안한) 후배가 헐레벌떡 오더니
내일 시험을 본다는 고급 정보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둘은 중앙도서관으로 출동, 공부하는 사람들의 등뒤를 기웃기웃하면서 .... -_-;;;
드디어 모모 과목 공부를 하는 사람을 만나 복사 좀 하자고 해서 복사를 해 왔어요.
그 왜, 시험지에 예시답안처럼 적어놓은 족보를 말이죠.

우여곡절 끝에 둘이 허겁지겁 복사를 해서 공부를 하겠다고 떡 펼쳤는데.
대충 비슷하게 재현을 하자면 ..

모모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       교재 20쪽 몇째 단락      ]
그러므로 모모의 활용을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     교재 25쪽 몇째 단락       ]
따라서 우리는 모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      교재 30쪽 몇째 단락       ]
(우리는 교재가 뭔지도 모름)
......
......
뭐 그 후의 결과야 상상에 맡기고.  ㅠㅠ

오늘 쏟아진 힉스 입자나, 현대 물리학에 대한 책을 보면 저 시험 족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ㅋㅋㅋ
제가 무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도 읽고 짤방의 책도 읽어봤는데 말이죠. (물론 교양과학서입니다만.. )
대강 겉에 둘러싼 스토리 - 이렇대더라 저렇대더라, 힉스가 질량 입자래더라 .. - 는 문자로 알긴 하겠는데
정작 뭔가 중요한 건 하나도 모르겠는 것 같은 느낌.....
좀 똑똑해져서 저도 저런거 막 알고 싶은데 ㅋ

......
여담이지만 시험 답안지는 한장 앞뒤로 꽉 채워서 썼습니다.
아무 내용 없는 글을 두페이지 쓰기도 어렵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