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기존의 영역"을 넘어서는 자들은 반드시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가 기존 사회에서 이미 악평을 듣고 못된 짓을 꽤 자주 저질렀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지의 세계에서도 반드시 나쁜 짓을 저지른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나쁘다"는 개념은 철저히 주관적이라 그 자신 외의 다른 구성원 다수가 느끼는 감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역사의 평가는 판이합니다.

이들이 도전한 영역의 파괴, 사회적 월경이 성공적일 경우 그들은 창조자, 개척자로 칭송받습니다.

반대로 그들의 악행이 먼저 드러나 실패가 더 크게 부각되면 그들은 파괴자, 범죄자로 비난받습니다.

콜롬부스는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개척자"입니다. 동시에 잘 아시다시피 기존 사회에서 시러배였고 새로운 사회에서는 약탈자이자 살인마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길 뒤로 수많은 약탈자들이 뒤를 이었고 드디어 콜롬부스는 가장 위대한 개척자, 도전자의 표상으로까지 포장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확실히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고, 열 명을 죽이면 살인마고, 백 명을 죽이면 학살자이지만 천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되고 다시 만 명을 죽이면 전쟁의 "신"이 되죠.

이들의 평가는 분명히 그 뒤를 따르는 세력, 또는 동조자들의 머릿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 듯 합니다.

미국의 백인들이 처음엔 그토록 싫어하던 히스패닉들이 이제 최다수 유색인종이 되자 대통령 연두교시마저 영어와 스페인어 두 언어로 하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이젠 영화에서조차 히스패닉들이 주인공이고 긍정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대놓고 말해 우리 사회의 제노포비아는 심각한 수준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현실적 논의와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그 전에 저는 근본적인 의문이 듭니다.

이 이주노동자들, 불법체류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쉽게 범죄에 노출되고 기존의 사회에서도 범죄자인 채 자신을 위장하고 월경하고 심지어 한국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는 상상 초월하는 범죄도 저지르게 되는데...

이 자들은 파괴자인가요? 개척자인가요?

세월이 흘러 우리 사회의 상당수를 이들 외국인들이 채우게 된다면 (그럴 확률은 매우 높아보입니다.) 결국 渡韓(도한)의 초반 테이프를 끊은 자들, 심지어 흉악범죄자였던 자들까지 싸잡아 개척자로 도매금으로 넘어가겠죠?

역사는 패거리의 논리, 힘의 논리, 승자의 논리, 살아남은 자의 논리일 뿐이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참 기분이 웃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