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번역]들뢰즈의 <니체와 철학>영역판 서문
- 작성일
- 12-06-22 15:16
영역판보다가 분량도 얼마되지 않고 내용자체도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을 훌륭히 요약 소개하고 있는 내용인지라 한번 번역해봤습니다. 직역위주의 뻘번역이니 오역이나 비문이 많을 겁니다. 감안하고 보세요.^^
<서문>
이 책은 내 생각에 들뢰즈의 사상에 관한 최고의 입문서이다. 그의 후기 책들이나 펠릭스 가타리와의 공동저작을 먼저 접한 많은 독자들은 들뢰즈의 어휘들이 난해하고 불분명하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들뢰즈가 그의 이전 저작들에서 설명한 개념들을 당연히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초기에 쓰여진 이 니체철학의 해석에서 독자들은 그의 후기저작에서 중심적으로 되는 개념들과 철학적 입장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세가지 개념들은 다수성multiplicity, 생성becoming, 긍정affirmation 인데 이 세 개념은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있다. 니체의 다수성 개념에서 들뢰즈는 근본적 동일성으로 회귀하지 않는 (그리고 의존하지도 않는), 궁극적 단일성에 의해 사로잡히지 않는 차이의 개념을 발견한다. 다수성은 이러한 자기 스스로 자율적으로 존속하는 확장하고 증식하는 차이들의 집합이다. 당신은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신은 죽었다는 그의 유명한 선언으로부터 동일성과 단일성의 우월함에 대한 니체의 근본적인 배신을 인식할 수 있다. 세계의 차이들이 유출되는 동일성이나 차이들이 환원되는 단일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성한 원리들의 질서 대신에 니체는 차이들을 생산하는 영구적 모터로서 힘에의 의지를 제안한다. 의지가 의지하는 것은 차이다. 힘에의 의지는 다수성들의 기계인 것이다.
생성의 개념은 여러 면에서 다수성개념의 확장이면서 일시적 과정의 강조 혹은 다수성의 생산이다. 물론 들뢰즈와 니체 모두 이 지점에서 철학사의 중심적 문제중 하나에 관여하고 있다. 그것은 존재와 생성 사이의 관계의 문제이다. 그들은 존재자체는 창조의 행위라는 점 그리고 창조는 차이와 다수성의 생산으로서만 이해될수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생성을 이야기한다. 들뢰즈는 니체의 영원회귀 독트린에 대한 그의 해석을 통해서 이 명제를 상세히 탐구한다. 영원회귀를 단지 과거의 반복이나 같은 것의 회귀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들뢰즈가 보기에 니체의 개념은 이와는 반대방향을 지시한다. "회귀하는 것은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생성과 과거가 긍정되는한에서 존재를 구성하는 회귀 그자체이다. 그것은 어떤 특정한 것의 회귀라기보다 다양성과 다수성을 긍정하는 회귀 그자체이다." 여기서 들뢰즈가 다시한번 발전시키는 것은 차이개념의 자율성과 생성의 창조적 과정에 있어서의 끊임없는 증식이다.
마지막으로 들뢰즈는 니체의 긍정개념에서 다수성과 생성의 윤리학 심지어 정치학을 발견한다. 그는 니체의 능동적 그리고 반동적 힘의 유형학으로 시작한다. 생성그자체 처럼 능동적 힘은 창조적이기 때문에 우수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것들은 차이들을 생산한다. 반면 반동적 힘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반동적 힘은 단지 원한과 나쁜 양심으로만 이끈다. 니체는 이것을 항상 삶에 있어서 능동적 힘을 추구하고 반동적 힘은 회피하는 경우와 같이 윤리적인 지침이나 선택의 원리로 제시한다. 그리고 능동적이고 반동적인 힘의 유형학은 니체의 긍정과 부정의 구별로 확장된다. 들뢰즈는 예를 들어서 이 구별을 주인과 노예의 성향 간의 대조로 설명한다. 물론 이 양자는 긍정과 부정을 포함한다. 그러나 니체적 범주에서 극적으로 표현되는 이 대조는 긍정과 부정 각각에 부여된 위계 질서에 달려있다. 노예적 성향은 "너는 악하다. 그러므로 나는 선하다"라고 말한다. 반면 주인의 성향은 "나는 선하다. 그러므로 너는 악하다"라고 이야기한다. 들뢰즈는 노예적 성향은 순수하게 반동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것은 긍정에 도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두번의 부정을 필요로한다. 너는 악하므로 나는 네가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선하다. 주인의 성향은 반대로 순수하게 능동적이다. 그 그 긍정자체는 자율적이며 타자에 대한 부정은 단지 이차적일 뿐이다. 나는 이 긍정을 사물들이 어떠하거나 무엇인지를 승인거나 수용하는 것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그것은 순수한 창조의 행위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것은 정말로 들뢰즈가 미래를 향한 선택의 윤리적 원리로서 영원회귀를 이해하는 것을 보여준다 "당신이 무엇을 의지하든 그와같은 방법으로 당신 또한 영원회귀를 의지할 것이다." 다음으로 윤리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들뢰즈는 긍정적 실천과 그것의 창조행위를 모든 반동적 힘과 슬픈 감정들에 반하는 곳에 자리잡은 삶의 기쁨으로 연결시킨다.
다수성, 생성, 긍정, 기쁨이라는 일련의 개념들로 연결되는 이러한 연결은 들뢰즈의 니체독해를 특징지워줄 뿐만 아니라 들뢰즈가 수행한 다양한 변화들 전체를 관통하는 가이드와 같은 실마리의 역할을 한다. 이것이 이 책이 들뢰즈 사상에 대한 훌류한 입문이 되는 이유이다. 이 실마리를 따라가는 독자들은 미로처럼 복잡고 다체로운 들뢰즈 사상의 행로들을 성공적으로 항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내가보기에 니체사상의 뛰어난 분석일 뿐만 아니라 얼마간 다른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들뢰즈의 니체독해의 충실성이나 정확성을 생각하기에 앞서 이 책의 프랑스적 문맥에 유의해야한다. 미셸 푸코, 피에르 클로소프스키, 그리고 자크라캉을 포함하는 많은 들뢰즈 세대의 프랑스철학자들은 대략 같은 시기에 니체에 주목한바 있다. 그들은 니체를 부분적으로는 일종의 도발로서 혹은 기존의 프랑스철학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한 지렛대로 보았다. 니체가 제공한 가장 중요한 점은 들뢰즈에 따르면 헤겔의 변증법적 사유로부터의 탈출수단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시에 프랑스에서 헤겔의 변증법적 사유는 몇가지 면에서 지배적인 사유였다. (들뢰즈는 한때 그의 세대는 일반화된 반헤겔주의로 특징지워질수있다고 언급한바 있다) 니체는 변증법의 치료제를 제공했던 것이다. "타협은 불가능합니다" "헤겔과 니체사이에서는 말이죠. 니체의 철학은 절대적 반-변증법을 형성합니다."라고 들뢰즈는 이야기한다. 실제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헤겔과의 대결로 점철되어있다. 들뢰즈는 변증법적 사유의 주된 혐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변증법은 비록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차이를 신비화하고 파괴한다. 따라서 다수성들을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변증법은 모든 차이들을 단일성에 포함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모순으로 환원한다. 들뢰즈에 따르면 실제적 차이들은 변증법적 대립보다 더욱 미묘하고 함축적이며, 부정적 기초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러한 명제에 기초하여 들뢰즈는 변증법적 사유의 이중부정과 니체의 긍정개념을 비교한다. 변증법과의 이 논쟁을 통해서 들뢰즈는 당시 프랑스철학계가 당연하게 여긴 것을 뒤바꾸려고 하였다. 당시의 헤겔 사상은 진보적 정치학과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대신 들뢰즈는 니체의 정치적 가능성이라는 예상밖의 소재를 내세웠다. 다수성, 생성 그리고 긍정은 차이의 정치학을 향한 길을 열어준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 정치학의 내용은 단지 넌지시 언급되었을 뿐이다. 들뢰즈의 차이의 정치학은 실제로는 특히 가타리와의 공동작업을 통한 후기 작업에서 구체화 되었다.
우리는 어떻게하면 니체의 귀족적 성격, 반-유대주의, 여성혐오 그리고 반동적 정치학을 강조하는 수많은 해석들과 들뢰즈의 니체해석을 조화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들뢰즈가 프랑스철학계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로 니체를 전략적으로 이용했다거나 혹은 이 책을 니체보다는 들뢰즈 자신에 더욱 가까운 것으로 보아야만 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학사를 독해하는 들뢰즈의 혁신적 접근법을 생각해야만 한다. 많은 들뢰즈의 책들은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에서부터 흄, 칸트, 그리고 베르그송에 이르는 현대유럽철학사에서의 특정한 인물들에 관한 논문들이다. 그리고 그의 전체 철학적 기획의 중심 목표는 다른 전통에 주목함으로써 정전을 재정향시키는데 있다. 그러나 들뢰즈가 특정 철학자들의 작업에 대해 접근할때 포괄적인 접근법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는 예를들어 베르그송의 기독교신앙이나 스피노자의 여성혐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그를 가장 흥미롭게하거나 각 철학자들에 있어서 능동적이거나 생동감있는 것들에 집중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혹자는 들뢰즈가 각 철학자들과 전체 철학사를 그가 원하는 것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방식으로 선택적으로 접근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는 철학사의 "진실"을 보여주려한다기보다는 - 실제의 흄이나 라이프니츠를 소개하기보다는 - 선택된 철학으로 그것을 이용하는 것에 가깝다.
이런 관점은 들뢰즈철학에 좀더 가까운 접근법이라 할수있다. 그러나 들뢰즈의 해석방법의 특징을 정확히 규정한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자신의 독해방식에 있어서 들뢰즈의 해석은 사실은 좀더 충실하고 정확한 편이기 때문이다. 들뢰즈가 자신의 접근법이 포괄적이다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철학자들의 핵심적 작업을 구분해 낸 것이라고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그는 스피노자사상의 본질이나 베르그송의 기본적 생각들이 무엇인지 자신있게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선언한다. 그의 선택은 철학자의 사상의 본체에 다가가는 것이며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은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과정은 영원회귀의 교의에 포함된 윤리적 선택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다. 들뢰즈는 각 철학자의 사상의 정수를 특정 사상가의 한계너머에서 긍정한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을 니체에 대한 뛰어난 입문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들뢰즈는 '원한'으로 가득찬 민주주의와 대중들 그리고 여성과 관련된 니체의 모든 언급들,니체의 텍스트에 등장하는 모든 반동적인 힘들은 무시한다. 그리고 오직 능동적이고 긍정적이며 기쁨으로 충만한 여정들에만 촛점을 맞춘다. 니체의 작업에 핵심적인 부분들을 분리해내고 그것을 보다 앞으로 전진시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들뢰즈(의 철학)는 아마도 심지어는 니체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니체사상의 진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니체사상의 진실에 가장 가까운 니체사상의 요소들을 선택한다. 실로 이런 방식야말로 철학사에 대한 독해로서 들뢰즈가 모델로 제안하는 방식이다.
마이클 하트
<서문>
이 책은 내 생각에 들뢰즈의 사상에 관한 최고의 입문서이다. 그의 후기 책들이나 펠릭스 가타리와의 공동저작을 먼저 접한 많은 독자들은 들뢰즈의 어휘들이 난해하고 불분명하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들뢰즈가 그의 이전 저작들에서 설명한 개념들을 당연히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초기에 쓰여진 이 니체철학의 해석에서 독자들은 그의 후기저작에서 중심적으로 되는 개념들과 철학적 입장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세가지 개념들은 다수성multiplicity, 생성becoming, 긍정affirmation 인데 이 세 개념은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있다. 니체의 다수성 개념에서 들뢰즈는 근본적 동일성으로 회귀하지 않는 (그리고 의존하지도 않는), 궁극적 단일성에 의해 사로잡히지 않는 차이의 개념을 발견한다. 다수성은 이러한 자기 스스로 자율적으로 존속하는 확장하고 증식하는 차이들의 집합이다. 당신은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신은 죽었다는 그의 유명한 선언으로부터 동일성과 단일성의 우월함에 대한 니체의 근본적인 배신을 인식할 수 있다. 세계의 차이들이 유출되는 동일성이나 차이들이 환원되는 단일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성한 원리들의 질서 대신에 니체는 차이들을 생산하는 영구적 모터로서 힘에의 의지를 제안한다. 의지가 의지하는 것은 차이다. 힘에의 의지는 다수성들의 기계인 것이다.
생성의 개념은 여러 면에서 다수성개념의 확장이면서 일시적 과정의 강조 혹은 다수성의 생산이다. 물론 들뢰즈와 니체 모두 이 지점에서 철학사의 중심적 문제중 하나에 관여하고 있다. 그것은 존재와 생성 사이의 관계의 문제이다. 그들은 존재자체는 창조의 행위라는 점 그리고 창조는 차이와 다수성의 생산으로서만 이해될수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생성을 이야기한다. 들뢰즈는 니체의 영원회귀 독트린에 대한 그의 해석을 통해서 이 명제를 상세히 탐구한다. 영원회귀를 단지 과거의 반복이나 같은 것의 회귀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들뢰즈가 보기에 니체의 개념은 이와는 반대방향을 지시한다. "회귀하는 것은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생성과 과거가 긍정되는한에서 존재를 구성하는 회귀 그자체이다. 그것은 어떤 특정한 것의 회귀라기보다 다양성과 다수성을 긍정하는 회귀 그자체이다." 여기서 들뢰즈가 다시한번 발전시키는 것은 차이개념의 자율성과 생성의 창조적 과정에 있어서의 끊임없는 증식이다.
마지막으로 들뢰즈는 니체의 긍정개념에서 다수성과 생성의 윤리학 심지어 정치학을 발견한다. 그는 니체의 능동적 그리고 반동적 힘의 유형학으로 시작한다. 생성그자체 처럼 능동적 힘은 창조적이기 때문에 우수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것들은 차이들을 생산한다. 반면 반동적 힘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반동적 힘은 단지 원한과 나쁜 양심으로만 이끈다. 니체는 이것을 항상 삶에 있어서 능동적 힘을 추구하고 반동적 힘은 회피하는 경우와 같이 윤리적인 지침이나 선택의 원리로 제시한다. 그리고 능동적이고 반동적인 힘의 유형학은 니체의 긍정과 부정의 구별로 확장된다. 들뢰즈는 예를 들어서 이 구별을 주인과 노예의 성향 간의 대조로 설명한다. 물론 이 양자는 긍정과 부정을 포함한다. 그러나 니체적 범주에서 극적으로 표현되는 이 대조는 긍정과 부정 각각에 부여된 위계 질서에 달려있다. 노예적 성향은 "너는 악하다. 그러므로 나는 선하다"라고 말한다. 반면 주인의 성향은 "나는 선하다. 그러므로 너는 악하다"라고 이야기한다. 들뢰즈는 노예적 성향은 순수하게 반동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것은 긍정에 도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두번의 부정을 필요로한다. 너는 악하므로 나는 네가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선하다. 주인의 성향은 반대로 순수하게 능동적이다. 그 그 긍정자체는 자율적이며 타자에 대한 부정은 단지 이차적일 뿐이다. 나는 이 긍정을 사물들이 어떠하거나 무엇인지를 승인거나 수용하는 것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그것은 순수한 창조의 행위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것은 정말로 들뢰즈가 미래를 향한 선택의 윤리적 원리로서 영원회귀를 이해하는 것을 보여준다 "당신이 무엇을 의지하든 그와같은 방법으로 당신 또한 영원회귀를 의지할 것이다." 다음으로 윤리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들뢰즈는 긍정적 실천과 그것의 창조행위를 모든 반동적 힘과 슬픈 감정들에 반하는 곳에 자리잡은 삶의 기쁨으로 연결시킨다.
다수성, 생성, 긍정, 기쁨이라는 일련의 개념들로 연결되는 이러한 연결은 들뢰즈의 니체독해를 특징지워줄 뿐만 아니라 들뢰즈가 수행한 다양한 변화들 전체를 관통하는 가이드와 같은 실마리의 역할을 한다. 이것이 이 책이 들뢰즈 사상에 대한 훌류한 입문이 되는 이유이다. 이 실마리를 따라가는 독자들은 미로처럼 복잡고 다체로운 들뢰즈 사상의 행로들을 성공적으로 항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내가보기에 니체사상의 뛰어난 분석일 뿐만 아니라 얼마간 다른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들뢰즈의 니체독해의 충실성이나 정확성을 생각하기에 앞서 이 책의 프랑스적 문맥에 유의해야한다. 미셸 푸코, 피에르 클로소프스키, 그리고 자크라캉을 포함하는 많은 들뢰즈 세대의 프랑스철학자들은 대략 같은 시기에 니체에 주목한바 있다. 그들은 니체를 부분적으로는 일종의 도발로서 혹은 기존의 프랑스철학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한 지렛대로 보았다. 니체가 제공한 가장 중요한 점은 들뢰즈에 따르면 헤겔의 변증법적 사유로부터의 탈출수단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시에 프랑스에서 헤겔의 변증법적 사유는 몇가지 면에서 지배적인 사유였다. (들뢰즈는 한때 그의 세대는 일반화된 반헤겔주의로 특징지워질수있다고 언급한바 있다) 니체는 변증법의 치료제를 제공했던 것이다. "타협은 불가능합니다" "헤겔과 니체사이에서는 말이죠. 니체의 철학은 절대적 반-변증법을 형성합니다."라고 들뢰즈는 이야기한다. 실제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헤겔과의 대결로 점철되어있다. 들뢰즈는 변증법적 사유의 주된 혐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변증법은 비록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차이를 신비화하고 파괴한다. 따라서 다수성들을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변증법은 모든 차이들을 단일성에 포함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모순으로 환원한다. 들뢰즈에 따르면 실제적 차이들은 변증법적 대립보다 더욱 미묘하고 함축적이며, 부정적 기초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러한 명제에 기초하여 들뢰즈는 변증법적 사유의 이중부정과 니체의 긍정개념을 비교한다. 변증법과의 이 논쟁을 통해서 들뢰즈는 당시 프랑스철학계가 당연하게 여긴 것을 뒤바꾸려고 하였다. 당시의 헤겔 사상은 진보적 정치학과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대신 들뢰즈는 니체의 정치적 가능성이라는 예상밖의 소재를 내세웠다. 다수성, 생성 그리고 긍정은 차이의 정치학을 향한 길을 열어준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 정치학의 내용은 단지 넌지시 언급되었을 뿐이다. 들뢰즈의 차이의 정치학은 실제로는 특히 가타리와의 공동작업을 통한 후기 작업에서 구체화 되었다.
우리는 어떻게하면 니체의 귀족적 성격, 반-유대주의, 여성혐오 그리고 반동적 정치학을 강조하는 수많은 해석들과 들뢰즈의 니체해석을 조화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들뢰즈가 프랑스철학계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로 니체를 전략적으로 이용했다거나 혹은 이 책을 니체보다는 들뢰즈 자신에 더욱 가까운 것으로 보아야만 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학사를 독해하는 들뢰즈의 혁신적 접근법을 생각해야만 한다. 많은 들뢰즈의 책들은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에서부터 흄, 칸트, 그리고 베르그송에 이르는 현대유럽철학사에서의 특정한 인물들에 관한 논문들이다. 그리고 그의 전체 철학적 기획의 중심 목표는 다른 전통에 주목함으로써 정전을 재정향시키는데 있다. 그러나 들뢰즈가 특정 철학자들의 작업에 대해 접근할때 포괄적인 접근법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는 예를들어 베르그송의 기독교신앙이나 스피노자의 여성혐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그를 가장 흥미롭게하거나 각 철학자들에 있어서 능동적이거나 생동감있는 것들에 집중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혹자는 들뢰즈가 각 철학자들과 전체 철학사를 그가 원하는 것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방식으로 선택적으로 접근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는 철학사의 "진실"을 보여주려한다기보다는 - 실제의 흄이나 라이프니츠를 소개하기보다는 - 선택된 철학으로 그것을 이용하는 것에 가깝다.
이런 관점은 들뢰즈철학에 좀더 가까운 접근법이라 할수있다. 그러나 들뢰즈의 해석방법의 특징을 정확히 규정한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자신의 독해방식에 있어서 들뢰즈의 해석은 사실은 좀더 충실하고 정확한 편이기 때문이다. 들뢰즈가 자신의 접근법이 포괄적이다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철학자들의 핵심적 작업을 구분해 낸 것이라고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그는 스피노자사상의 본질이나 베르그송의 기본적 생각들이 무엇인지 자신있게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선언한다. 그의 선택은 철학자의 사상의 본체에 다가가는 것이며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은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과정은 영원회귀의 교의에 포함된 윤리적 선택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다. 들뢰즈는 각 철학자의 사상의 정수를 특정 사상가의 한계너머에서 긍정한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을 니체에 대한 뛰어난 입문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들뢰즈는 '원한'으로 가득찬 민주주의와 대중들 그리고 여성과 관련된 니체의 모든 언급들,니체의 텍스트에 등장하는 모든 반동적인 힘들은 무시한다. 그리고 오직 능동적이고 긍정적이며 기쁨으로 충만한 여정들에만 촛점을 맞춘다. 니체의 작업에 핵심적인 부분들을 분리해내고 그것을 보다 앞으로 전진시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들뢰즈(의 철학)는 아마도 심지어는 니체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니체사상의 진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니체사상의 진실에 가장 가까운 니체사상의 요소들을 선택한다. 실로 이런 방식야말로 철학사에 대한 독해로서 들뢰즈가 모델로 제안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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