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가 잘못한 것은 별로 아니 거의 없는 듯 합니다. 그리고 몇가지 얘기.
- 작성일
- 12-06-16 01:47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정권이다. 과연 그 정권에서 경험한 것이 커다란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 제가 보기에는 별로 문제도 없고 금도를 어긴 질문도 아닙니다. 이걸 과도한 네거티브로 해석하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면 문재인을 위시로 한 이해찬과 문성근은 민주당을 호남당, 호남토호당, 구태정당으롬 몰아붙여서 언론플레이를 통한 정당 접수에 성공했고 다만 선거에서는 비노들의 예측대로 실패했습니다. 그 때 혁신과 통합 세력이 민주당에 내놓은 공격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학규는 무난한 선이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실제로 손학규의 라디오 방송을 들어보니 언론 보도에 비하면 한층 낮은 톤이더군요. 원래 TV쇼 프로에서 나눈 얘기도 따옴표 찍고 기사로 만들면 대단히 심각한 갈등처럼 보이는 법입니다.
오히려 문재의 최대 약점은 "도대체 한게 뭐냐?" 이거라고 봐야겠지요. 실은 문재인 측이야말로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알고 있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에 관련된 화제는 최대한 피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문재인에게 한게 없거든요. 소위 민주당을 민주통합당으로 바꿔 낸 건 이해찬의 아이디어고, 온라인상의 친노를 조직화하고 이를 활용하게 위한 모바일 투표를 홍보하고 다닌 사람은 문성근입니다.
심지어 문재인의 자서전 출간도 본인의 의사만으로 출간한게 아닌 것으로 아는데 이 모든 걸 종합하면 현재 문재인의 지위에 오기까지 문재인이 대체 뭘 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너무 쉽게 왔습니다.
제가 보기엔 정책력 집행력 부분은 손학규에게 공격당할 것인데 이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그러니까 "너는 철새다!!!"로 반박을 하겠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김두관이 제기할 "당신은 한게 뭡니까?"가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 질문이야말로 잔인합니다. 왜냐? 노무현 정권이 실패한 것이냐 아니냐는 논쟁의 영역인데 문재인이 정치인으로 그 자리에 오기까지 한게 없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논쟁의 대상조차 안됩니다. 젊은 시절의 인권변호사 경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지금 그 위치에 오는데 기여한 것도 안비니다. 그리고 인권변호사 경력만으론 민통당 국회의원 공천도 통과하기 힘들만큼 흔한 경력이기도 합니다. 그 자리에 오기까지 당신이 대체 뭘 했냐는 질문에 문재인이 답할게 제가 보기엔 별로 없어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후보는 문재인이 된다고 봅니다. 문재인이 그토록 이해찬 당대표에 집착했던 이유가 사실 이러한 약점을 알고 있고 그것이 도저히 6개월 안에 극복할 수 없는 것이라는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소 패권적으로 비치더라도 이해찬 당대표에 집착을 했던겁니다. 아무리 천재 컨설턴트가 따라 붙어도 한게 없고, 성공한 정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바꿀 수가 없거든요.
모든 종류의 게임이라는 건 룰이 모든 걸 결정합니다.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노무현이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게 단순히 진정성, 노무현 정신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으론 룰이 국민경선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국민경선의 순회 지역이 노무현에게 매우 유리하게 짜여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적은 인구의 적은 선거인단으로 꾸려진 제주도에서 경선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노무현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거지요. 만약 광주부터 시작했다면 노무현은 대선후보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전략은 이번에 김한길도 그대로 가져다 썼는데 대의원수가 적은 울산을 집중공략하는 방식으로 이해찬을 압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바람덕에 사실상 승리하게 된겁니다.
이렇게 룰이 모든 걸 결정하는데 사실상 지도부 구성원이 이해찬을 위시로 친노-혁통세력만으로 이뤄진 이상 문재인이 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이런 치명적인 약점을 당내에서 미리 얻어맞고 예방주사 맞는게 더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문재인 측이 원한는대로 소위 추대형식의 전당대회가 된다면 바로 안철수에게 압도당하거나 아니면 박근혜에게 완패당하거든요.
소위 박근혜에 대한 공격이 "대체 한게 뭐냐?" 인데 박근혜보다도 문재인은 한게 없습니다. 박근혜를 무시하지만 적어도 박근혜는 두 번 선거에서 망할 당을 완벽하게 살려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이해찬을 위시로 한 친노 위주의 민주통합당 총선은 말아먹은 선거죠.
그러나 이것과 별개로 제가 보기에는 누구던 경선에서 이긴 다음 안철수와 단일화를 해서 후보자리를 넘겨주는게 좋다고 봅니다. 굳이 말하자면 저는 손학규나 정동영이나 문재인이나 누가 나와도 비슷비슷하게 패배할 것이라고 봅니다. 호남이 이제 더 이상 상수가 아니기 때문에 문재인이 나오면 호남에서 표가 꽤나 빠지고 정동영은 부산은 안 나올지 몰라도 기본적인 표는 받아갑니다. 손학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대선후보자리에 집착하다가는 정동영의 2007년 대선 이후 꼴이 날 공산이 더 큽니다.
그리고 이건 잘 언급이 안되던데 민주당만 놓고 보면 비노 후보인 정동영, 손학규가 별로 인기가 없으니 상대적으로 김두관 문재인이 굉장히 커보이지만 안철수를 합쳐서 보면 비노후보에 대한 지지가 훨씬 큽니다. 단지 비노 후보인 손학규, 정동영이 워낙 약체다보니 그 수요가 안철수에게 간 겁니다. 안철수를 무당파로만 얘기하던데 정작 안철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과 달리 호남에서 확실하게 인기가 있고 수도권에서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민주당이 이기는 곳에서 이깁니다.
최근들어 그 동안 안철수를 견제해온 비노 후보와 김두관을 빼고도 문재인까지도 안철수를 견제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안철수가 이번 대선에서 비노 후보 쪽에 설 것이 거의 확실해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 동안 친노 진영이 안철수가 PK출신이고 민주당적도 아니니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해온 듯 한데 정작 안철수 본인은 문재인의 러브콜에 한 번도 화답한 적이 없습니다. 거의 문재인 혼자의 일방적인 구애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작년 혁신과 통합 대표 시절부터 거의 반년간 이어지니까 사람이 실 없어보입니다.
게다가 안철수 본인이 노무현 사람들에게 호감을 드러내거나 친노적인 행보를 보인 바도 없고요. 모으고 있는 인사들은 거진 김근태계 아니면 김대중계이고 김대중이 죽었을 땐 보도자료까지 내서 추모의 념을 밝혔지만 노무현에 대해서는 입장 자체가 없습니다. 그렇게 종횡무진 활약하는 안철수지만 노무현에 대해서는 정말 단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지요.
제가 보기에는 어차피 대선 경선은 문재인이 이길 것이 거의 확정적이라고 보고요. (왜냐면 게임의 룰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데 친노가 당권을 잡은 이상 문재인이 지기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운이 좋으면 5%차이로 패배하고 그럴 순 있어도 승리 가능성은 없다는거죠. 그리고 그건 정동영, 손학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 대선주자 지지율을 보면 친노가 아닌 비노에 그리고 야권연대 지속보다는 야권연대 회의론에 가까운 안철수가 유일하게 박근혜에게 맞설 수 있는 후보입니다. 어차피 안철수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검증 부족, 선출직 경험없음은 문재인도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비노들은 안철수를 돕고 문재인도 대선 경선에서 이긴 다음 여론조사를 보고 적절한 시기에 아무 욕심없는 선비같은 모습을 즉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보여줬던 그 모습을 그대로 벤치마킹해서 안철수에게 넘겨주는 것이 다 사는 길이라고 봅니다.
이 경우는 모두에게 괜찮은게 당내 비노들도 일단 대선 승패에 직접 책임을 질 일이 없고 친노도 그렇습니다. 만약에 이긴다고 하면 비노나 친노나 공로자로서 자기 지분이나 몫은 챙길 수가 있을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1야당이 대선후보를 포기하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어차피 문재인이나 손학규가 나와서 뻔하게 패배한다고 해도 민주통합당은 사라질 겁니다. 이미 광주20표가 부산1표와 같다는 불만이 호남지역에서 쏟아지고 있는 것에서 보듯 친노가 대권을 잡고 나온다고 해도 뻔히 질텐데 그 이후에도 민주통합당이 존속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도 민주통합당은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도 못봤습니다. 친노 쪽이 부산을 제외한 전지역 대의원에게서 반이해찬 정서가 감지되었을 때 적당히 물러나는게 더 좋았을텐데 정책대의원이다 모바일이다 해서 억지로 밀어붙인 감이 크지요. 이해찬 당대표 당선이 지지층의 의사에도 부합했다고 보기 힘들다는거죠. 그도 그런데 이해찬이 당대표가 되었어도 문재인 지지율은 상승하지 않았고 민주당 지지율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친노조차 흥행실패가 걱정되서 기존의 모바일 100% 완전국민경선은 포기한 상태죠.
하여간 현재 야권에 필요한 것은 안철수를 통해서 기사회생하거나 소프트랜딩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보고 이게 안될 경우엔 결국 대선에서 패배할테고 당 자체가 와해될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지금도 친노와 비노가 대선 때문에 억지로 같이 있는거지 선거만 없었으면 벌써 분당 수순이었을 겁니다.
그나저나 제목에 충실한 답을 덜한 것 같아 추기하자면 손학규가 문재인의 급소를 찔렀고 그것에 분노하는 사람들은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문재인 지지자는 아니겠지만 대다수는 문재인 지지자일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손학규가 뭘 해도 냉소할 사람들입니다. 일찌기 손학규가 작년말에 문재인-이해찬의 혁신과 통합을 위해 과감한 양보와 포기를 했지만 문재인은 손학규에 감사인사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안철수만 찾아다녔습니다. 이해찬 역시 감사인사는 커녕 뒤에서 이래저래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손학규나 정동영이 "철새라서 죄송합니다. 경포대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석고대죄합니다"라고 하건 정동영이 "저는 배신자다. 저는 죄인이다. 문재인이 희망이다" 이러건 인정받는 건 또 아니거든요.
제가 보기엔 오히려 비노 주자들 덕에 미리 예방주자 맞는 윈윈수준의 일이라고 봅니다. 그저 그냥 추대형식으로 갔다가 본선에서 저런 공격을 받으면 진짜 급전직하했을 겁니다.
게다가 손학규는 너무 정책얘기만 하는 사람이라서 문제지 정책을 얘기 안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현재 정책 얘기는 손학규가 가장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