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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 시대의 성자(聖者) 김밥할머니 -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작성일
22-01-04 01:54
글쓴이
퍼스나콘 플레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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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청와대에 초청받았다. 아동보호단체의 홍보대사 자격이었다. 열네 개의 봉사, 나눔 단체의 기관장과 대표하는 인물을 초청해 대통령이 격려하고 상징적으로 기부하는 자리였다. 대통령 내외와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공식 행사에서 고액 기부자로 참석한 한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청와대 사람들과 단체의 대표와 유명 연예인 사이의 왜소한 구순 할머니의 대비는 너무 뚜렷했다. 할머니의 차례가 되자 대통령 내외는 직접 할머니를 부축하러 나갔다. 전 재산을 기부한 분으로 소개된 할머니는 영부인의 손을 잡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할머니는 평생 남한산성 앞에서 김밥을 팔아 번 돈과 자신의 집과 땅을 6억 원 넘게 기부한 사람이었다. 금전뿐이 아니었다.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당해 가족 없이 살던 할머니는, 40년 전부터 길에 버려진 발달 장애인을 가족처럼 돌보며 살았다. 고령이 되자 할머니는 셋방을 뺀 보증금 2,000만 원마저 기부하고 거처를 옮겨, 예전 당신이 기부해 지금은 복지 시설이 된 집에서 평생 돌보던 장애인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성자였다. 할머니가 청와대에 초청받아 영부인의 손을 붙들고 우는 장면은 여느 드라마 같았지만, 현실이었다.

먹먹한 표정으로 우리는 회담장으로 향했다. 대통령 내외는 할머니를 모시고 이동했고 사람들은 뒤따랐다. 대통령의 간단한 인사말과 각 단체의 발언이 이어졌다. 무게 있는 자리에 걸맞은 정돈된 언어들이었다. 이윽고 영부인 옆자리의 할머니 차례가 되었다. 할머니의 발언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저는 가난했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어머니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근근이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돈이 없어 배가 고팠습니다. 열 살부터 경성역에서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았습니다. 그렇게 돈이 생겨 먹을 걸 사 먹었는데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그게 너무나 좋아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돈만 생기면 남에게 다 주었습니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었습니다. 모두 나누며 구십이 넘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았습니다. 방금 내밀어 주시는 손을 잡으니, 어린 시절 제 손을 잡아 주던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습니다.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았습니다. 미안합니다."

팔십 년 전의 따뜻한 손을 기억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할머니, 그 손 때문에 모든 것을 남에게 내어 주신 할머니, 그것은 압도적인 감각이었다. 그 자리의 많은 사람들 또한 치열한 선의로 살아온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높은' 무엇인가가 있었고, 앞으로도 일정 지위의 삶을 영위할 것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따뜻한 손을 나눠 주기 위해 모든 일생을 묵묵히 베풀었다. 구순이 넘는 육신과 이미 모든 것을 기부했다는 사실만큼 당신을 완벽히 증명하는 것이 없었다. 패배가 너무 명료해 '봉사'라는 명목으로 모인 모두는 그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떤 한 생은 무한히 지독하게 이타적이라 무섭고 두렵기까지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청와대에 간 날, 내가 조우한 것은 높은 사람들도 번듯한 회의도 아니었다. 범인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영혼이 펼쳐 놓는 한 세계였다.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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