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아주 오랜만입니다.
- 작성일
- 20-09-12 07:04
"진정 어려운 것은 지성의 획득이 아닌가보다.
그것을 획득한 지성이 어쩔 수 없이 몰고 오는
멜랑콜리의 극복인가 보다"
<<서준식 옥중 서한>>
목표가 있는 삶을 살다 보면 가끔 삶이 무의미해지고 만다는 걸 느낄 때가 있잖습니까.
마치, 무언가를 손에 쥐는 순간 모든 것이 허상이 되어버리고 마는 지독한 악몽, 잔혹한 동화처럼 말입니다.
주말을 앞둔 퇴근 시간, 먼저 자리를 뜨는 동료들을 지켜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유독 퇴사자가 많은 시기.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친구, 핏줄
약간의 기쁨과 많은 고통이 믹스커피처럼 섞여서,
다시 분리되지 않은채, 쓸쓸하고 두꺼운 감정으로 가득찬 시간들.
살아가려면 상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한 건 압니다.
어느새
2020년의 하반기로 들어왔는데.
그동안 남은건 부끄러움과 후회뿐이고.
너무도 빠르게 바뀌는 세상,
넋 놓고 살다가는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마음 잡기 힘든 세상.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기 힘든 무엇이 생기면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되는 거라고.
삶의 목표 역시 '죽어도 겪어본 뒤에'
일관된 흐름은 여전히 "관계와 경험의 획득"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활기찬 말로 인사하려 했는데
적어놓으니 역시나 멜랑콜리를 벗어날 수가 없군요. 씨익.
모두 존버 뒤에 기쁜 날 맞이 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