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노태우 씨 아들, 5.18묘지 찾아 '사죄'
- 작성일
- 19-08-27 00:31
(앵커)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책임자 중 한 명인 노태우 씨가 아들을 통해 5.18묘지를 참배했습니다.
비록 가족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5.18 주요 책임자들 가운데 5월 영령들에게 사죄한 것은 노씨가 처음입니다.
보도에 남궁 욱 기자입니다.
(리포트)
5.18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의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 남성.
바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씨입니다.
노태우씨는 5.18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전두환씨와 함께 5.18 유혈진압의 주요 책임자로 거론돼왔지만 그동안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노씨의 아들이 지난주 5.18 국립묘지를 찾아 5월 영령들에게 사죄했습니다.
재헌 씨는 방명록에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깊이 새기겠다'고 적었습니다.
(인터뷰) 김정현 주무관/국립5.18민주묘지 관리소
"헌화하실 때 꽃송이 12송이 정도 준비하셔서 네 군데(묘역) 돌아다니시면서 3송이씩 무릎 꿇고 하얀 국화 직접 헌화하셨습니다."
노태우 씨는 몇해 전부터 가족들에게 '5.18민주묘지에 가서 참배하겠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지만 오랜 투병 때문에 행동에 옮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록 아들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5.18의 주요 책임자들 가운데 5.18민주묘지를 찾아 사죄한 것은 노태우씨가 처음입니다.
재헌씨의 참배를 동행한 한 인사는 노태우씨의 건강이 최근 악화되자 아들 재헌씨가 5.18 묘지를 찾아 아버지 대신 사죄를 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5월 단체들은 노태우 씨의 이번 사과가 진정성이 느껴진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인터뷰) 조진태/5.18기념재단 상임이사
"5.18 피해 당사자들과 만나서 그야말로 진심어린 마음으로 그리고 따뜻한 위로의 말과 더불어서(사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재헌 씨는 이번에는 비공개로 찾아왔지만 이후로도 광주를 다시 찾아 시민들과 5월 영령들을 만날 뜻을 밝힌 것으로전해졌습니다.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전두환 씨와 달리 광주영령들에게 사죄와 반성을 한 노태우 씨.
5.18가해자였던 노 씨의 이런 모습이 어떤 의미로 역사에 기록될지 주목됩니다.
MBC뉴스 남궁 욱입니다.
추징금은커녕 세금도 미납하는 전두환과는 다르게 노태우는 동생과 사돈에게 소송을 걸면서까지 추징금을 2013년에 완납했죠.
세상을 떠나기 전에 본인이 직접 5.18민주묘지에 참배함으로써 현대사에 보기 힘든 화해와 용서의 장이 열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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