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 작성일
- 18-03-09 16:41
퇴사하고 나름 한동안의 백수생활 중에
묘하게도 조사가 참 많이 찾아왔습니다.
퇴사 이후에 대략 7번 정도 부고 소식을 들었고 상가집을 갔었습니다.
지난 월요일 새벽에 전화가 한통 와 있고
문자가 와 있더라구요....
대략 1년 전 쯤 검사를 받으러 가서 암선고를 받은 친구가
그렇게 세상을 떴습니다....
그 친구는 저랑 소개팅으로 만났고 제가 참 많이 좋아했지만
여러가지 오해도 있었고 또 서로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었나 봐요
그렇게 그냥 친구처럼 동생처럼 알고 지냈습니다.
고민이 있거나 스트레스 받으면 전화가 왔고 서로 카톡도 하고
결혼하고 받는 스트레스, 남편, 가족 등등 이런 저런 이야기도 참 많이 나눴더라구요.
아기가 태어났고 시간이 지나면 애기 사진도 카톡에서 자랑도 하고
오빠도 얼른 결혼해서 애기 낳아라, 애기가 가장 축복이다면서
저한테 염장아닌 염장도 질렀고, 누나처럼 동생처럼 한마디를 했었죠.
작년 11월이었나봐요.
카톡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이젠 더 이상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했죠.
병원에서 호스피스로 가라고 했다더군요.
그리고 며칠 후 저한테 운구를 부탁하더라구요. 이젠 이런 준비 하고 있다면서 웃더라구요.
그리고 오빠한테 많이 의지했다고 고마웠다고 했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겨울만 잘 넘기자라고 얘기 했었어요...
유독 추웠죠. 유독 길기도 했고...
그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길목에 그 친구는 떠났습니다.
장례식장에서, 화장터에서, 납골당에서,
마주하는 그 친구의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사진으로만 봤던 애기.....
며칠동안 머릿속이 멍합니다...
누구보다 살기를 바랬던 이는 더 좋은 날이 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그 한줌의 생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눈물이 복받쳐 오르더라구요.
간직되고, 기억되고, 잊혀지지 않고, 마음속에 있다는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의문스럽더라구요.....
긴 겨울의 끝,
물리적인 계절의 변화만큼
세상이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데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린 그 친구에게는
이 따뜻한 변화가 주어질까.....
한창 생활의 어려움과 삶의 팍팍함에
소주한잔, 맥주한잔을 함께 축여야 할 그런 젊디 젊은 나이에
너에게 빈잔에 한잔 술을 올리고
멈추어진 미소의 너를 보며
편안하시라 전할 말 밖에 없다는 것이
살아가는 것의 무심함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으니
부디 편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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