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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 시절 양대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국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고 야당 정치인을 사찰하는 등 반헌법적인 일탈을 벌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런 활동을 주도한 조직과 인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범죄 행위를 뒷받침할 명백한 물증,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하지 않은 검찰 역시 진상 규명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우선 김효재 전 정무수석비서관이 정보기관과 비선 채널을 구축해 각종 불법 보고서를 수령한 이유, 근거가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보고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특히 관심은 해당 보고서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고받았는지 여부다. 보고서 수령·분류·파쇄 등을 맡았던 정무수석실 4급 행정관 A씨는 ‘정식 채널로는 국정원·경찰 보고를 받을 수 없다’는 점, ‘김 전 수석이 보고서를 선별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점 등을 검찰에 진술했다. 정보기관의 각종 보고가 이후에 어떤 형태로 구체화돼 지시, 실행됐는지도 규명하려면 김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민병환 전 2차장이 꼽힌다. ‘왕수석’으로 불린 정권 실세를 넘어 현직 대통령에게 올라갈 보고서를 국정원 수장과 국내 정보 책임자가 몰랐다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과거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적폐청산 TF’를 가동 중인 만큼 가장 먼저 진상 규명이 시작될 수 있고, 문제가 확인되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서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 이철규 전 경찰청 정보국장(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핵심 인물이다. 경찰은 국정원과 달리 정무수석실에 치안비서관(경무관)을 파견해 경찰 보고서를 전달하는 합법적인 보고 계통이 있다. 하지만 경찰은 치안비서관도 모르게 정무수석에게 비선으로 보고했으며, 이는 불법·탈법적 결과물임을 자인한 것으로 보인다. A씨도 검찰에서 “정식 계통을 밟지 않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향후 이런 의혹에 대해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의 고발이 있을 경우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지만, 검찰 또한 ‘수사 뭉개기’란 직무유기 의혹을 받고 있다. 법무부나 검찰이 감찰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국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별검사 등 객관적인 진상 규명 작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찰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이끌었으며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 전현준 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수사 누락과 관련한 보고라인에 있던 인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