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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최순실씨(60)의 국정농단을 방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49·사진)이 지난 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출석 사유서조차 내지 않고 나오지 않은 것을 놓고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전·현직 동료 검사들은 만 20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박근혜 정부의 사정라인을 좌지우지하는 실세 민정수석에까지 오른 우 전 수석에 대해 ‘재승박덕’(才勝薄德·재주는 좋으나 덕이 적음)이라고 평가한다.

8일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검사 초년병 시절인 1993년 5월 하순쯤 장인인 고 이상달 삼남개발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이날은 주말로 경찰이 이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한 날이다. 경찰 조사 결과 퇴직 경찰관의 복지를 위해 정부가 경우회에 준 기흥골프장 운영권이 공사발주회사 삼남개발로 넘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수화기 너머로 당시 당직이던 선배인 ㄱ검사를 향해 “저 우병우 검사입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말이 안 되는 영장”이라고 열변을 토했다고 한다. 이때만 해도 검찰이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ㄱ검사는 “장인어른 문제이니 이해는 하네. 그런데 구속영장이면 몰라도 압수수색 영장인데 이러면 어떻게 하나”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이때 우 전 수석은 창원지검 밀양지청에 근무 중이었다.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일하다 김영삼 정부 실세 정치인을 수사하다 인사 불이익을 받은 직후였다.

결국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됐다. 이후 ‘정·관계 마당발’이던 이 회장이 경찰 고위간부들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이 회장은 횡령·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발부됐다. 그러나 검찰은 지병을 이유로 구속을 취소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때 사건을 계기로 우 전 수석이 자기 부탁은 하고 다니면서 남의 얘기는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동료들 사이에 생겼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을 둘러싼 대표적인 일화가 한 가지 더 있다. 그가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할 때 일이다. 2012~2013년 겨울 무렵 ㄴ검사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을 맡고 있었다. 하루는 눈이 많이 내렸는데 ㄴ검사가 후배들에게 “(평일 점심 때마다 운동을 하는) 테니스장에 쌓인 눈을 치우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우 전 수석이 “형, 우리 같은 고위공직자들에게 눈을 치우라고 하면 어떡해. 공익근무요원들 좀 시키지”라고 대꾸했다는 것이다.

한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사람 사이에 그때부터 냉기가 흘렀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요직을 거쳐 수도권 검사장으로 일하던 ㄴ검사는 지난해 12월 법무부에서 용퇴 건의를 받고 물러났다. 당시 민정수석은 검찰 인사를 쥐락펴락하던 우 전 수석이었다. 변호사로 개업한 ㄴ검사는 “우 전 수석은 일을 독하게 잘해 검찰에 있을 때 그가 추천한 후배들은 100% 다 받아 썼다”면서 “(검찰 옷을 벗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우 전 수석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일이 많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