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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일 제68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밝힌 탈북 권유는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면서 주변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2일 통일부에 따르면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은 지난 8월 기준 2만9688명으로 3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연간 탈북민 수는 2009년 291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까지는 대체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올해에는 지난 8월까지 894명이 입국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북한을 탈출한 주민이 중국의 도움이나 묵인 없이는 남측 행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이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군사력이 밀집 배치돼 있고, 지뢰가 깔려 있는 비무장지대(DMZ)를 넘어서 남측 행을 선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탈북민의 절대 다수가 중국으로 넘어간 뒤 동남아를 거쳐 입국하고 있다.

국내 입국 탈북민의 90% 이상이 중국-태국 루트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탈북 권유가 헛말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사전 정지작업이 중요하다. 중국은 현재 탈북 주민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체로 중국 내 한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민에게만 남측 행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은 변경지역 안정을 중시한다. 대규모 탈북민 발생에 따른 동북지역 불안을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탈북 권유 발언이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박 대통령 발언은 북한 붕괴론을 넘어 북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주변국의 대북정책 기조 자체를 부정하는데 어떻게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에게) 협조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탈북이 박 대통령 뜻대로 현 시점에서 현실화된다고 가정해도 문제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박 대통령 말대로 대규모 탈북이 현실화돼 탈북민 10만명이 서울광장에 모여들었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우려했다. 현재 탈북민이 국내 입국하면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12주간의 교육을 거친 뒤 사회에 배출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하나원 수용 인원은 최대 1000명까지 가능하다”며 “들어오는 숫자에 따라 지금 방식대로 할 수 있고 새로운 방식으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12주 교육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적정 수용인원을 초과하는 탈북민이 들어올 경우 정착교육 단축 등이 불가피하다.

현재 국내 입국 탈북자 중 편견이나 차별, 정착 실패로 인해 제3국 행을 택하거나 심지어 재입북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와 NK소셜리서치가 지난 3월 발표한 탈북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있다’고 한 응답자가 20.8%에 달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새터민(탈북민) 3만명 관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박 대통령이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를 내세워 오라고만 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북한 주민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대남 적개심보다도 동경심을 강화하는 정책을 전개해야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부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74)은 2일 북한주민에게 탈북을 부채질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에 대해 "대북 선제공격-전쟁설 유포가 내년 대선용 심리전 서막 아닌가"라며 '북풍'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고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권유하고 미국의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북한공격을 위한 전쟁준비 완료를 강조하며 마이크 멀린 전 합참의장이 북한의 핵고도화를 저지하려면 선제공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최근에는 대니얼 러셀 동아태국무차관보가 북한에 대한 무제한 외교-경제 봉쇄 제재를 강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분위기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계획을 통고했고 박 대통령은 그 제안을 수용했다'는 미확인 보도가 나돌고 있다"라며 "국회 외무통일통상위원회는 주미한국대사관에 대한 해외국정감사에서 안상영 대사에게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에 대해 협의받은 바 있는가를 질문했으나 대사는 그런 일이 없다고 답변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반도 전쟁 위기로 불안해하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한층 부채질하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부적절하다"며 "국내정치의 실정을 안보불안으로 덮어버리려는 정략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한꺼번에 탈북주민이 15만명이 넘으면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해당부처의 평가"라며, 남한으로의 대규모 집단 탈북이 한국경제에도 대재앙으로 작용할 것임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