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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 출신 전관 홍만표 변호사(57·사법연수원 17기)의 몰래변론, 탈세, 법조로비 등 각종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수사 착수 한 달 반만에 '홍 변호사 개인비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압력을 받아 처리한 사건은 없다며 로비 대상자로 지목됐던 검사들에 대한 추가수사 방안도 없다고 밝혔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20일 홍 변호사에게 변호사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 '개인비리'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의혹의 대상이 됐던 현직 검사들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홍 변호사에게도 로비 관련 혐의는 따로 적용되지 않았다.

우선 검찰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 관련 의혹 중 현직 검사 상대 로비·청탁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가 2013~2014년 마카오 원정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을 당시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 역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무혐의 처분이 '정당한 처분'이었다고 판단했다. 정 대표를 사법처리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홍 변호사는 정 대표가 지난해 상습도박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을 때도 변호인을 맡았다. 검찰은 정 대표에게 상습도박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면서도 횡령의혹 부분은 무혐의 처분했다.

문제는 홍 변호사가 당시 수사 지휘라인에 있었던 최윤수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49·현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20여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고 2차례나 직접 찾아간 사실을 검찰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부분에서도 당시 강력부장 등이 홍 변호사의 압력을 받아 사건을 처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 차장은 서면으로, 정 대표를 기소한 S부장검사와 정 대표 재판을 맡았던 J부장검사는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씩 불러 조사한 결과 내린 결론이다.

홍 변호사가 정 대표 사건을 맡을 당시 "잘 알고 있다"며 실명을 언급했던 박성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53·현 서울고검장) 관련 부분도 실제 로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홍 변호사와 박 고검장 사이에 통화 내역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항소심에서의 낮은 구형량, '보석신청 적의처리' 의견으로 논란이 불거졌던 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46·연수원 27기)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 당시 S부장검사를 찾아간 건 사실이지만 청탁이나 압력은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 대표가 1심 선고 이후 도박 퇴치 자금으로 2억원을 기부한 점 등을 고려해 구형량을 정했다"며 "보석신청 적의처리 의견도 공판부장, 공판검사와 강력부와 합의해 의견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임계 없이 사건을 수임하면서 담당 검사에게 압력을 넣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10억원대 탈세 혐의만 적용했다.

검찰이 확인한 몰래변론 사건은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67) '기업어음(CP) 사기' 사건, 제주 카지노업체 대표 김모씨(47) 탈세 사건, 반도체장비제조사 참엔지니어링 한모 전 회장(56) 횡령·배임 고발사건 등이다. 또 임석 솔로몬금융그룹 회장(54) 비리사건에서도 수임제한 규정 때문에 후배 변호사에게 사건을 넘기고 수임료 7억원 중 절반인 3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홍 변호사가 이 사건들을 수임하고 난 뒤에도 일반적인 변론활동을 펼쳤을 뿐 현직 검사들에게 압력을 넣지는 않았다고 봤다. 오히려 홍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변론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건 의뢰인들의 불만이 많았다는 것이 검찰 측의 해명이다.

또 검찰은 현직 검사들이 홍 변호사에게 몰래변론을 연결해준 '법조 브로커'와 연루돼 있을 가능성도 전혀 확인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브로커 이민희씨(56)가 홍 변호사의 외근 사무장으로 활동하면서 사건을 소개해줬다는 의혹도 '홍 변호사가 모르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즉 홍 변호사와 상관없이 이씨가 멋대로 사건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홍 변호사가 신고를 누락한 수임료 34억원은 브로커 주머니로 들어갔을 것"이라며 "전관 변호사들이 수임료를 축소신고하는 것은 대개 브로커에게 주는 수수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몰래변론이 발각되더라도 브로커에게 돈을 준 사실을 자백하지 않고 탈세만 인정하는 것은 추가 처벌을 받지 않고 브로커가 처벌받는 것도 피하기 위해서"라며 "브로커가 검찰수사를 받게 되면 무슨 진술을 할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자백을 피하는 이유가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