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금연단상
- 작성일
- 15-12-10 19:36
금연단상....
2011년 광복절날 담배를 끊었으니까 4년하고도 4개월가량이네요.
사실 베팍에 담배 끊었다, 술 끊었다 라고 자랑글을 올릴때부터
금연인으로서 한번쯤은 금연에 관한 계몽성 글을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습니다.
연말입니다.
새해가 이젠 이십여일가량 남았습니다.
그리고 새해가 되면 습관처럼 금연을, 건강을, 운동을 떠올리게 될겁니다.
뭐 그보다 앞서 약간 일찍 이런 화두들에 관심을 갖는것도 괜찮은것 같습니다.
금연에 관해서 세세하게 이런 저런 얘길 떠벌린다면 꽤나 긴, 그리고 지루하면서도
별 재미 없는 글이 될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목처럼 그냥 소소한 일상 얘기처럼 금연인으로서 겪은 가벼운 경험들을 무겁지 않게 적어보았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얘기처럼 그렇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미천한 내 경험에 의한 근거 없는 믿음일수도 있는 사실에 확신에 의한 어투를 사용한점도 있을수 있습니다.
가늠하여 읽으시길 바랍니다.
담배를 끊으면 사람이 많이 달라집니다.
쉽게 느끼는 달라진 점은 깔끔해진다는 것이고 가뿐해진다는 점입니다.
담배로 인한 악취가 점점 사라지고 내 주변을 어지럽히던 꽁초, 재, 연기, 담배냄새가 사라지기 때문에 본인 자신도
스스로 자기 주변이 깔끔해진다는걸 느낍니다.
담배를 즐기기 위해선 이런 저런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생활하면서 필수적인 것들이 서너가지 더 필요하죠. 담배 구입을 위한 현금도 필수적입니다.
담배 구입이 어려운 상황에서라면 미리미리 담배를 현물로 준비해야 하기도 하구요.
담배를 끊으면 이런게 모두 필요없어지니 엄청 가뿐해지죠.
담배를 끊으면 그래서 담배를 피울때보다 훨씬 더 생활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쉽게 담배를 끊지 못합니다.
아니 담배를 끊는다는건 주변에 시도한 사람의 성공율을 보더라도 꽤나 힘들고 어려운 일임에 틀림 없어보입니다.
그래서 금연에 관한 수많은 방법론들이 나오고 중간중간 의지력을 고취 시키려는 이런 저런 시도도 해보지만
그 성공률에 있어서는 별반 그렇게 의미 있는 성과들이 보이는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담배가 주는 양면성에서 일만만을 강조하고 부각시켰기 때문입니다.
담배의 해악성 폐해만을 주기장창 떠벌리고 담배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너무 가벼이 다뤘기 때문에
담배에 대한 제대로 된 규명이 있을수 없고 이에 따른 대책 역시 절름발이일수밖에 없는거지요.
그래서 담배를 끊는 제일 첫걸음은 담배가 백해무익하지 않다는걸 인정하는겁니다.
담배가 가진 첫번째 긍정적인 요소는 뿔을 가라앉혀주는겁니다.
열받을때 한대 피면 어느정도 차분함을 되찾을수 있습니다.
열받고 화딱지 나고 신경질 날때 담배만한게 있겠습니까.
그래서 담배를 끊으면 사람은 쉽게 화를 잘 내고 성격이 날카로워지는듯 보이는겁니다.
백해무익한 담배라면 어느날 갑자기 내 생활에 담배가 없어져도 지장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담배가 해왔던 역할을 또 다른 무언가가 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생활 자체가 파괴 되거나 아니면 다시 담배를 찾게 되겠지요.
담배를 끊으면 입이 무척 심심해진다고 하지요.
그래서 많이 먹게 됩니다.
담배를 끊으면 정말 입이 심심해지는걸까요?
그럴수도 있지만
담배를 끊으면 내 몸뚱아리는 담배가 해주었던 스트레스 해소 기능을 대신 먹거리를 통해 해소하길 바라는것 뿐입니다.
먹는걸 통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거죠.
입이 심심하고 식욕이 동한다고 해서 무조건 먹어줄까요...??
이것도 별로 바람직한 것은 안되는것 같습니다.
정답은....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겁니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방법은 마음 씀씀이를 약간 넓게 가지면 됩니다.
담배를 끊는건 그 행위만 보자면 참 쉬운겁니다.
뭔가 하던 짓을 안하면 그만이니까요.
얼마나 좋습니까.
담배피던 그 시간에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 있으면 됩니다.
그럼 금연 성공입니다.
근데 그게 그렇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아니 굉장히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습관과 중독과 유혹때문에 그렇습니다.
담배 피던 습관에서 벗어나야 하고 그 중독성을 이겨내야 하며 끝까지 유혹을 벗어나야 비로소 금연 성공이랄수 있습니다.
그래서 습관과 중독과 유혹은 금연에 있어 중요한 전술적 3 단계의 기준이 됩니다.
담배 피던 습관 없애기, 니코친 중독 극복하기, 재흡연 유혹 이겨내기.
습관이란 - 내 언어적 정의에 의하면 반복된 행동에 의해 DNA 에 그 행동이 새겨지는것을 말합니다.
술에 만취 되어 인사불성이 되어도 어떻게 집에 돌아올수 있을까요..?
뇌의 상당부분이 제기능을 할수 없고 몸뚱아리조차도 스스로 추스리지 못해도
최소한 자기 몸을 이동시킬수 있는 정도만 할수 있으면 기어서라도 집에 들어오지요.
흡연습관도 그렇습니다.
밥을 먹고 나면 담배를 피워야 합니다. 변기에 쭈글트려 앉고 나면 한대 물어줘야 합니다.
이게 반복 되면 이젠 담배 없으면 소화도 안됩니다.
나오던 똥도 담배가 없으면 방귀로 변해버립니다.
이렇게 습관은 그저 단순한 기호품인 담배를 소화제로 혹은 배변용 약재로 활용 가능한 신인류로 바꿔버립니다.
그래서 습관을 없애는건 힘듭니다. - 굉장히 힘듭니다.
그 대신 습관을 바꾸는건 조금 쉽죠 - 없애는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적어볼까요??
- 담배 피우는 습관 없애기
- 담배 피우는 습관 대신 심호흡하고 냉수 한컵 마시기
어떤게 더 쉬울까요..??
사실 새해 가 좀 남은 시점에서 이 글을 쓴 이유는 금연생활을 좀 수월하게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가장 적절한
시기가 지금쯤이기 때문입니다.
금연생활에 가장 중요한건 본인의 의지입니다.
그리고 이 의지력이란것이 참 묘해서 별거 아닌 사소한 것이라도 규칙적으로 반복한다면 스스로 의지력을 각성시키는데
지대한 효과가 있다는 점입니다.
새해 일월 일일부터 금연한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렇다면 한 열흘쯤 전부터 스스로 의지력을 가다듬어봅시다.
어려운거 말고 하기 힘든거 말고 새삼스러운거 말고 너무 낯설은거 말고.
그냥 쉬우면서도 가벼우면서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할수 있는거.
대신 하루도 빠지지 말고 하늘이 두쪽나도 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모님께 웃는 얼굴로 대하기도 좋네요.
평소보다 10분 일찍 출근하기도 좋습니다.
본격적인 금연 시작전 의지를 가다듬으려 하는 행동중에는
그래도 이런식으로 무엇무엇 하기가 무엇무엇 안하기보다 훨씬 더 낫습니다.
무언가 하는 행위는 매일 반복 되면 몸이 기억하지만 무언가 하지 않는 행위는 몸이 기억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 하루도 빠지면 안됩니다.
해보면 알겠지만 이것만으로 금연전에 당신의 의지력은 하늘을 찌를듯 날이 설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날이 선 의지력은 금연 첫단계인 흡연습관 없애기 단계를 무사히 넘길수 있습니다.
시간적으로 보자면 짧으면 3일정도 길면 열흘정도 됩니다.
금연 초기를 넘기는데 도움이 되는 몇가지를 더 적어보자면
금연해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확실하고 분명하게 몇가지 준비하고 늘 기억하는겁니다.
그리고 담배 생각이 날때마다 떠올리고 이겨내는겁니다.
그리고 주변에 금연에 성공한 사람을 가깝게 두는것도 꽤나 좋은 생각입니다.
약간의 술은 괜찮지만 자제심을 잃을만큼의 만취는 경계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감정을 동요시킬만큼의 영화 같은거는 삼가는게 좋습니다.
몇가지 적는다고 적은게 사실 금연 초기뿐만이 아니라 금연생활 내내 지켜야 할 것들이네요.
니코친 중독 극복하기에 대해서 얘기해볼까요...??
중독성 극복하기의 핵심은 금단증상을 이겨내는겁니다.
사실 금연생활중에서 가장 힘든 기간이기도 합니다.
내 입장에서 난 이 기간을 참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그리고 그 근원은 내 안에 있는 원초적인 호기심이었습니다.
담배가 마약이란 말만 들었지 왜 마약인지 그 마약이 어떻게 내 몸을 휘감아버리는지
내 몸뚱아릴 마루타 삼아 임상실험한 셈이었으니까요
자기 전에 여러 음악을 리스트로 저장 해놓아 음악을 틀어놓고 자지만
리스트의 두번째 곡을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자야겠다고 맘먹고 누우면 잠 드는데 그리 어려움이 없죠.
담배 끊으면서 불면증이 뭔지 알았습니다.
잠은 안오고 온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뭔가 불안하고 긴장 되고 죽겠더만요.
쉽게 겪을수 있는 정신병적 질환은 이때 다 겪어본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지나고 나니 다음엔 어떤 금단 증상이 찾아올까 기대가 되더군요.
금단 증상은 사람에 따라서 혹은 흡연기간에 따라서 무척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하지만 대개 예외 없이 수일내로 잠잠해집니다.
대개 심해지면 병원을 찾아보라던데 병원을 찾을정도로까지 심각해지는 일은 없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금단 증상을 이겨내면 몸은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줍니다.
밑도 끝도 없는 무력감을 이겨내면 몸이 날아갈듯 가벼워집니다.
온 몸이 이유도 없이 가려워지는 소양증을 이겨내면 피부에 윤기가 돌고 부드러워지죠.
지옥같은 불면증을 이겨내고 나면 판안하고 꿀같은 숙면이 보답으로 주어집니다.
의기소침하고 가라앉았던 우울증을 이겨내면 항상 쾌활하고 밝은 기분을 유지할수 있습니다.
마약에 찌들었던 몸이 정상으로 돌아가면서 그 반작용으로 약간의 오버를 하는 셈이지요.
그리도 피해갈수 있습니까.
피할수 없다면 즐기는게 맞습니다.
다음 금단현상은 어쩌면 꿈속에서 좋아하는 아이돌을 대상으로 몽정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현실처럼 보게 되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금단 증상이 천차만별이듯이 이 기간 역시 사람에 따라서 편차가 심한편입니다.
하지만 대개 3개월 안쪽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가 지나면 이젠 담배를 안핀 사람과 피우다가 끊은 사람의 차이가 외견상으로는 없어집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게 한가지 남죠.
내 몸뚱아리가 담배가 주는 안락한 그 몽롱하고 달콤함을 기억하고 있는겁니다.
그리고 이 기억은 가끔 흡연몽이라는 말로 표현 되는데 꿈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꿈을 말합니다.
그냥 담배 피는 꿈이라면 그리 특이할 일은 아니지만 너무나 생생하게 담배피우던 기억을 재현해내기 때문에
흡연몽이 이렇게 이슈가 되는겁니다.
담배 냄새, 맛, 그 기분까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금연이 실패했다는 그 참담한 기분까지도 말이죠.
꿈에서조차 이런걸 느낄수 있다니 얼마나 섬찟합니까.
금연인들 사이에 흡연몽은 금연 내공의 상승이라고 흔히 얘기 되어지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흡연몽은 금연인이 간접 흡연에 의해 섭취된 소량의 니코친이
그것이 주는 안락한 몽롱함을 기억하는 내 몽뚱아리와 합작해서 내 몸속에서 발광 하는것이
꿈에서 재현되는것에 불과한겁니다.
다시 말 해서 담배를 끊고 간접흡연을 하면 꿈속에서 흡연몽을 꾸는겁니다.
그리고 이게 반복 되면 결국 재흡연 유혹에 넘어갈 우려가 크죠.
그래서 흡연인이 옆에 있으면 금연 성공율이 더 작아집니다.
담배를 끊고 시기적으로 좀 지나 금연에 무덤덤한 때가 옵니다.
굳이 엄청난 의지력이 아니더라도 별로 담배 생각이 나지 않죠.
아직도 담배를 피는 친구들을 가소로운 웃음으로 돌릴줄도 아는 시기입니다.
이때 꼭 찾아오는 귀신이 있습니다.
한개피 귀신 - 줄여서 한귀라고 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한대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대 피워도 다시 원래 금연 상태로 쉽게 돌아갈듯 싶습니다.
알량한 금연 경력에 의한 근거없는 오만이 그 귀신을 부르는겁니다.
이때 술한잔 들이키면 열에 아홉은 한귀에 잡혀먹혀 다시 흡연인으로 돌아가게 되죠.
담배는 끊는게 아니라 평생 참아가는거라는 말도 아마 한귀때문에 나온 말인듯 합니다.
이 귀신의 출몰은 횟수가 불명합니다. 장소도 불명이고 예측조차 쉽지 않습니다.
다만 미리 알고 기억하면 한귀가 찾아왔을때
아!! 한개피 귀신이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대비할수 있다는거지요.
한귀에 당하고 나면 표현뿐만 아니라 진짜 귀신에게 잡힌 기분을 느끼게 되지요.
담배를 끊으면 여러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가끔 괴롭고 힘들기도 하지만 분명한건 꽤나 재미있고 신기하고 내 생활의 한차원 업그레이드 된다는겁니다.
무엇보다도 금연이라는 그 힘든 일을 해냈을때의 성취감은 삶에 부딪히는 그외 또 다른 어려운 일에도 서슴없이 당당하게
대할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담배를 피웠을때의 그 찌질함을 기억하기에
담배를 안피워본 폐보다는 담배를 피웠다가 끊은 폐가 훨씬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믿습니다.
그렇다고 일부로 담배를 피워보진 마세요.
시작은 쉬워도 다시 돌아가는건 힘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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