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추천. 블랙홀 전쟁 등등.
- 작성일
- 12-06-02 01:29
작년에 한국에 왔을 때는 책을 좀 읽고 갔었습니다. 특히 틈틈히 시간 날때마다 소설, 만화를 많이 봤죠.
이번에는 바쁘기도 하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소설이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심지어 만화도 몇번 빌려보질 않았고
대신 교양물리 책을 좀 샀어요. 중학교 때 부터 조금씩 읽어오다가 오히려 전공이 되고 나선 거의 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년전부터 다시 보게되었는데,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최근에 대가들의 책이 많이 번역되었습니다.
전문 번역가들도 늘어나고, 물리학과 교수 중 필력을 갖추신 분들이 늘어나서 그분들이 번역도 하고 때로는 직접 책을 쓰시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책은 블랙홀 전쟁입니다. 이 책은 스티븐 호킹과 서스킨트(책의 저자), 토프트(뛰어난 입자이론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로 이휘소와 비슷한 연구를 했습니다), 페이지(역시 뛰어난 양자중력이론가입니다.) 등등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블랙홀의 정보 역설을 둘러싸고 벌이는 암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 친구네 집에 갔다가 위대한 설계란 책도 읽었는데요.(짧더라구요. 사지는 않았습니다.) 스티븐 호킹이 신이 만든 세상을 부정하였다고 해서 유명세를 탔는데, 실은 양자역학을 모티브로 하는 빅뱅이론은 같은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외에는 끈이론/M-이론이 자연히 만드는 우주라는 커다란 다양한 파동함수의 해를 버블우주/멀티버스(멀티 유니버스)를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이미 많은 책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어서 이 책 본연의 독창성이 더 있나 잘 모르겠습니다.
짧은 만큼 내용이 친절하지 않아서 전공관련 지식이 없으면 좀 어려울 수도 있는 책이 아닌가 싶어요. 관련 묘사를 문자 그대로 흡수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 책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영감 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반면
블랙홀 우주는 좀더 직접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설명을 따라갈 수 있는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말은 두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1)노력 여하에 따라 수식을 거의 포함하지 않아도 블랙홀 역설에 관한 현대이론(2007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에 대한 이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수식 없이 풀어서 설명하느라 책이 상당히 굵어졌어요. 마이클 그린(엘러건트 유니버스, 우주의 구조, 멀티 유니버스의 저자)의 책이 굵은 것과 비슷한 이유죠.
2)이러한 설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면 오히려 더 어려운 책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자는 무척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제가 위대한 설계라는 책은 대강이라도 끝까지 읽어봤지만, 블랙홀 전쟁은 여전히 지하철 등에서 읽고 있어요. 2) 에서 설명한 것처럼 설명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읽는 속도가 조금 더딘거죠. 그래서 제 현재 리뷰는 반절짜리입니다.
하지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물리적인 설명들을 제외하더라도 저자 특유의 위트와 인물 묘사로 인해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라는 것입니다. ㅎㅎ 호킹의 고집쟁이/장난 꾸러기 같은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의 적이던 써스킨트의 묘사이긴 하지만 :) 이 책의 저자 '레너드 써스킨트'는 물론 호킹보다는 유명하지 않지만 상당히 유명한 물리학자입니다. 끈이론의 첫 아이디어에 기여한 사람이기도 하고, 다른 물리학자들에게 영감을 심어주거나 도전할 문제를 여러번 제시한 사람입니다. 한국과 인연도 많은 사람이기도 해요.
블랙홀 전쟁 이외에도 '우주의 풍경'이라는 써스킨트의 책이 '김낙우' 교수(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끈이론학자 중 하나입니다.)에 의해 번역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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