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 작성일
- 12-06-02 00:36
이런 진지한 글을 불펜에 올리긴 좀 주책맞지만.
친하게 지내는 분이 쓴 글인데 괜히 뭉클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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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미덕이란 상호성에 있다고 했거늘, 그 말이 의심쩍다, 적어도 이젠. 친구들은 어느새 저렇게 모자란 자식 품듯 후덕하고 인자로운 어미의 손길을 닮아버린 걸까.지난 주 들렀던 친구네서 겨울 버버리, 구두에 양팔이 아프도록 실어보낸 반찬을 여즉 먹는다. 아침을 먹고나서 내가 나갈 채비를 하는 사이, 친구는 부리나케 수퍼로 내달려 커다란 무우 하나를 사다가 그새 무우생채를 만들어 또 짐가방을 꾸렸다. 차나 한 잔 달라는 내게 너가 무우생채 좋아하는 게 생각났다면서. 비가 오고 천둥이 오가던 오늘, 친구가 가방 한 켠에 넣어준 근대잎을 넣어 된장국을 끓였다.
이 친구는 언제부터 이렇듯 엄마성을 체득한걸까? 십 년 전, 이십 년 전에 우리는 어땠던가? 헤아려 보면 그 때도 이미 친구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나의 친구관계 대부분은 결코 상호적이지 않다. 친구는 상호적 관계인가? 혹, 그렇지 않기에 친구인 것은 아닐까? 성서의 용법대로, 그리고 아가페, 에로스, 필리아는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혼재된 것이라는 누군가의 주장처럼, 친구란 어쩌면 철저한 비대칭 관계이다. 그이가 나를 친구로 용납해준 것임을 이제야 알아채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