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폰으로 지하철에서 급하게 쓰다보니 오타가 많은데 밧데리가 안 남아서 수정하기가 어렵네요.

아이맥스로 보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일에 치여서 저는 결국 아직 못봤네요.

과학과 이성에 대한 긍정은 맞다고 봅니다만 전체주의로까지 비약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왜냐하면 놀란은 과학만능을 이야기하려한다기 보다는 가족애와 사랑을 통해서 과학과 사랑의 소통가능성을 탐지하려한게 아닐까라고 저는 봤거든요. 쿠퍼의 가족에 대한 사랑, 브랜드의 애드먼즈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영화속의 그 과학도 완성될수 있었던것이니까요. 머피가 중력방정식을 풀수 있었던 것도 비록 브랜드 박사의 도움으로 방정식 공부를 시작했지만 아버지인 쿠퍼의 도움(사랑)이 있었기에 완성할수 있었던 것처럼요. 머피가 유레카를 외칠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플랜A는 가족을 플랜B는 인류를 택할것인가라기보다는 플랜B가 그냥 인류를 포기하는 플랜입니다. 플랜A가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는 플랜 다시말해서 인류를 구하는 프로그램이고요. 가족을 구할것인가 인류를 구할 것인가의 양자택일이라기보다는 사랑에 의한 인류의 구원을 택할 것인가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여서 씨앗만으로 인류를 재생시킬까(다시말해 지구에 남아있는 인류의 포기)하는 선택이었는데 플랜B를 실행하려던건 브랜드박사와 만박사였고 이들은 '사랑'을 포기했기에 인류도 포기할수밖에 없었던 부류로 보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일단 해석을 가지고 맞다/ 틀렸다로 평가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듭니다, 제가 영화를 평가할 때 뛰어나다/후지다의 기분은 영화의 주제보다는 형식에 더 가치를 둡니다. 주제가 뛰어나면 무조건 훌륭한 영화라면 민주주의를 수호를 내세우는 영화는 전부 걸작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영화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그런데 그 주제도 진부하지만 그것을 내러티브에 활용하는게 너무나도 웅변적이라 거부감을 자아냅니다(영화 속에 튀는 대사들을 생각해보십시오). 결국 자신이 믿었던 사랑이 답이었기에 머피가 유레카를 부르는 장면은 저는 너무 후지게 주제를 드러낸 방법이렀다고 봅니다. 인류에 대한 구원과 가족주의를 결합시키는 방법도 헐리우드 영화의 상투적인 레퍼토리에 불과하고요. 영화 후반부에 블랙홀을 통과하면서 자신과 대면하는 장면은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그대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사랑이라는 주제만 빼면 사실 구별이 잘 안갈 정도입니다. 놀란은 분명히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의식했고 그래서 큐브릭 영화에서 악마같은 컴퓨터 할900을 이 영화에선 긍정적 로봇인 타스로 바꾸었죠. 타스는 사랑을 아는 로봇입니다. 놀란도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가지는 전체주의적 색체를 의식했을 겁니다. 그게 아마 사랑을 강조한 이 영화를 만든 이유일 거구요. 저는 그 방식이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했기에 물타기라는 표현을 한 것입니다.

본문에서 플랜A와 플랜B의 제시를 한쪽은 가족 한쪽은 인류라고 쓴게 아닙니다. 제가 스토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셨나본데 제가 말한 것은 플랜A가 가족, B가 인류라는게 아닙니다. 저는 플랜A를 제시하거나 B를 제시하는 것, 머피에게 가족을 선택할 것인가 인류를 선택하는 것 이 두 가지 다가 놀란식 문제 제기라는 점입니다. 그는 소위 질문을 던지는 영화, 다시 말해 영화 자체에서 답이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질문 자체가 중요한 철학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흥미를 위해 퀴즈를 내는 영화를 만든다는 거죠. 그리고 그런 퀴즈 자체가 인간을 하나의 실험군으로 본다는 거죠. 저는 이런 식의 사고가 그가 가진 한계라고 봅니다.이것도 어쩌면 이성만능주의의 차가운 시선으로 인간을 보는 관점일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영화는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재미(나선형 내러티브 구조)는 있을지 몰라도 그렇게 탄탄하지는 않습니다. 미래의 발전된 과학 문명이 전제(그것은 동시에 인류는 진보한다는 긍정적 사고가 전제되어야 합니다)되어야 과거/현재가 구원되는 것이니까요. 사람에 따라 사실 블랙홀을 통과하면서 어떻게 특이점의 비밀이라든지 우주의 비밀을 가진 방정식이 한꺼번에 풀리는지가 더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미래의 발전된 문명이 시공간과 차원을 초월해서 도와준다는 대단히 나이브한 설명으로 내러티브를 봉합해버립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영화적으로 걸작 운운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거지요.

걸작운운은 제가봐도 좀 오바입니다. 상대적이지만 <그래비티>를 전 훨씬 좋은 작품이라고 봐요.

쓰고나서 보니 아차싶었네요. 죄송합니다. 맞다 틀리다는 표현은 안쓰는게 맞죠.^^;;

영화를 보니 정말로 쿠브릭의 그 영화를 많이 의식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타스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그런데 물타기라기보다는 재해석이라고 보면 어떨까요? 사실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본지 오래되서 내용이 가물가물한데 알투디투님 해석이 정확하다는 전제에서 이야기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쿠브릭의 영화가 과학이나 이성만능을 부르짖는 전체주의적 혐의가 있는 영화라면 놀란은 이를 거부하고 이성과 사랑의 소통가능성을 본것이니까요.

플랜A와 플랜B의 해석은 알투님의 짧은 문장에서 그대로 인용했을 뿐인데 댓글처럼 보신거라면 굳이 딴지걸 이유는 없을것 같네요. 전 배트맨시리즈를 포함해 이번 놀란 영화도 어차피 상업영화의 한계내에 있는 작품이라고 보는데 바로 그 약점이 드러난 부분이라고 봐요. 퀴즈식으로 제시해야 영화를 보는 사람이 헷갈리지 않고 영화의 의도를 읽어내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인거죠. 여튼 글 잘봤습니다. ^^

저는 놀란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메멘토>부터 이 감독은 자기 머리 속에서 가진 정답을 관객이 맞추도록 하는 것을 선호하더군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입니다. 질문을 통해 관객을 사유하도록 하는게 아니라 답을 맞추게 하는 방식의 감독인데.. 나선형 내러티브를 사용하거나 각종 심리학적 우주적 지식을 동원하기에 대단히 지적인 감독으로 과대 평가된 감독으로 보입니다. 영화적으로 볼 때 이 감독이 가진 능력 중 가장 뛰어난 점은 평행편집을 기막히게 쓴다는 점입니다. <인셉션>에서 시간이 조금씩 달라짐에 따라 세 가지 차원의 사건이 맞물리는데 그것을 평행편집으로 보여주지요. <인터스텔라>에서도 우주에서 벌어지는 스펙터클한 사건과 지상에서 머피가 겪는 사건들을 교차해가면서 보여줍니다. 그 리듬이 대단히 훌륭합니다. 어쩌면 평행편집 면에선 현존 최고일지 모르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에서 제가 딱 한번 감동을 받은 지점은 쿠퍼가 처음으로 지구에서 온 메시지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 성인이 된 머피의 모습을 모니터로 보는 숏에서 다음 반응 숏이 모니터 너머의 머피로 넘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우주에서 지구로, 쿠퍼의 시간에서 머피의 시간으로.. 이 영화에서 5차원의 존재들이 넘나드는 시공간과 차원을 카메라가 넘나들 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저에겐 그게 마술 같이 느껴지더군요.

"질문을 통해 관객을 사유하게한다"면 그건 벌써 상업영화이길 포기해야함을 의미해버리는거라..ㅎㅎ 차이밍량의 상업영화 예술영화구분도 흥미롭지만 전 결정적인건 이부분이라고 봐요. 사람들이 영화를 쉽다 어렵다고 느끼는 구별법은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쉬운가 어려운가를 보고 판단하니까요. 다만 상업영화라는 한계내에서 그것을 익스큐즈하고 그의 영화를 보면 그정도면 훌륭한게 아닌가 하는거죠. 그래서 혹자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경계를 탐색하는 감독이 아닌가라고 보기도 하는거고요. 저는 그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보지만. 상업영화를 잘 찍는것도 쉬운게 아니지 않는가라는 면에서 본다면 놀란의 장점을 보는것도 얼마든 가능해지는것 아니겠습니까? 말씀하신 평행편집능력이랄지 나선형 내러티브랄지 하는 것들도 말이죠. 토요일날 리들리 스콧의 <엑소더스>를 봤는데 그영화를 보고 <인터스텔라>를 생각해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놀란정도면 일반관객과 평자 모두를 그럭저럭 만족시키는 감독이 아닌가하는 거죠.

상업영화 안에서도 그렇지 않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매니 파버라는 영화 평론가가 헐리우드 B급 영화에서 찾아낸 보석 같은 영화들도 있고요. 히치콕 영화도 사유를 확장시키는 영화지요. 펑크님이 말하는 부분과 제가 말하는 부분이 일치하지 않은 이유는 저는 생각과 사유를 달리 보기 때문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퀴즈를 통해 '생각'을 하게 하지만 '사유'를 하게 만드는 감독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가 제시하는 퀴즈나 내러티브의 닫힌 구조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글을 쓰기로 하겠습니다. 덧붙인다면 놀란의 영화에서 대중을 다루는 모습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도 그랬지만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찝찝함이 남아 있습니다. 인격적 존재가 아니라 실험대상으로 보는 시각, 그게 위에서 말한 차가운 과학자의 시선이라는 거죠. 그 부분은 그의 영화들을 다시 한번 보면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네요.

왜냐하면 일반관객들은 열린구조의 서사나 내러티브를 보통 "어렵다"라고 느끼기 때문이죠. 닫힌 서사구조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봉쇄하긴 하지만 이해하긴 쉽죠. 그게 놀란이 그런 서사구조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의 선택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기보다는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요. 후자로 본것이죠? 아무래도 알투님의 본격적인 놀란비판글을 한번 기대해 봐야겠네요.

그런데요.. 열린 내러티브를 사용해도 어렵지 않은 영화들 수두룩합니다. 그리고 제 이야기가 여전히 전달이 안되는 것 같은데.. '이해한다'는게 이미 답이 정해져 있기에 사유의 영화가 될 수 없습니다. 들뢰즈(까지 거론하기 싫지만)가 말하는 사유의 영화가 아니라는 거지요. 그것은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관객과 타협하는 거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사유의 영화는 전달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죠. 놀란의 영화는 그냥 사유의 영화가 아니라 퀴즈의 영화라는 겁니다. 이건 '어렵기 때문에 당의정의 방식을 빌려 쉬운 방식을 택했다' 이런게 아니라 아예 그 자체가 다른 것입니다. 요즘 철학하는 사람들이 자신이나 다른 철학자의 철학을 설명하기 위해서 영화를 이용하는데 이건 사유가 아니라 기존에 있는 지식을 효과적으로 재배치해서 설명하는 재사고에 해당하는 겁니다. 놀란의 영화가 굳이 말한다면 그런 재사고의 영화에 가깝지요.

동의합니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재미있게 봤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앗 그런 해석도 가능하네?"하는 작품들도 있죠. <그래비티>도 그런 작품들중 하나고. 히치콕의 영화들도 당시엔 상업영화로만 봤다가 나중에 평자들에 의해 재해석되면서 재평가 받게 된 것처럼요..문제는 놀란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씀하신것같은 퀴즈적 전략을 선택했느냐하는 부분인데 아직은 설득이 안됩니다. 아무래도 상세한 부연설명을 해주셔야 될거 같아요. ㅎㅎ

좋은 이야기 잘 봤습니다. 아울러 punkrocker 옹과의 토론도 잘 봤습니다 ^_^;
저는 일단 OST가 탁월했으므로; 저 역시 쿠퍼가 아이들이 보내준 영상을 보며 울때 같이 울었고;;; 몇몇 지점에서는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맷데이먼의 대사에선 굉장히 오글거렸습니다. 그리고 영화내에선 수수깨끼가 극적으로 풀리지만 그것에 대한 제반지식이 없는 저로써는 "아.뭔지 모르지만.풀렸구나" 하는 정도로 넘어가게 된것도 있고요. 이건 도저히 해피앤딩이 될수 없다고 앤딩전에 미리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재회하게 되는 상황도 좀 이해가 힘들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처음 아이맥스로 본거도 플러스요인, 긴 영화지만 지루함을 느끼지 않은 빠른 전개가 또 플러스요인이라 생각이 됩니다. +_+

OST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영화에서 도킹 장면에서 대폭발이 일어나죠. 그 장면을 폭파 사운드를 쓰지 않고 무음으로 보여줍니다. 이건 우주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적용시킨 것이긴 하지만 이 장면도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이미 시도된 장면이죠.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드시즌님의 말씀처럼 복잡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 전개로 영화를 몰아가는 재주는 탁월한게 사실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지요.
OST는 저도 주의 깊게 다시 한번 들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