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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은 선글라스를 쓰더니 말했다. “이제 좀 편해지네요.” 그는 불편한 세상을 정직하게 살고 있다. 그의 음악도, 정치적 견해도 동의를 구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키보드 패턴의 셔츠·아이보리 패턴 재킷·팬츠 모두 퓨어퓨, 선글라스는 본인 소장품.

 

이승환은 뮤지션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이승환은 그렇다고 말한다. 이승환은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도 말한다. 그러고 보면 이승환은 드림팩토리라는 회사의 대표이며, 이 회사에서 한때 연기자 매니지먼트를 했고, 정치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영화 [26년]에 투자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홍대 클럽에서 공연을 했다. 그건 누가 알지? 홍대의 인디 밴드들 속에서 이승환은 똑같이 인디다. 여전히 그렇고, 그러고 있다.

촬영은 어떠셨어요? 
예쁜 옷 입어서 좋았어요. 요즘 긴축 재정하고 있어서 옷을 안 사거든요.

패션 롤모델이 지드래곤이라고 말한 거 들었어요. 
네. 계속 이야기하고 다니죠.

옷에 관심이 많아요? 
관심 가진 지 4년 정도 됐어요. 코디를 안 두고 직접 옷을 입은 게 그즈음부터니까.

스타일리스트가 필요하지 않아요? 
모르겠어요. 코디가 의상을 준비해줄 때도 늘 제 옷을 입었어요. 협찬이 안 된다고 해서요. TV에 많이 출연 안 해서 그런지. 그래서 내가 옷을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거죠.

옷은 주로 어디에서 사요? 
인터넷이요. 늘 혼자 하는 버릇이 있어서 점원이 옆에서 도와주면 미안해져요.

옷이 많겠어요? 
너무 많아서 일본에 사는 아는 형한테 팔아요. 일본에는 중고 시장이 활성화돼 있잖아요. 7, 8벌 팔면 한 벌 살 수 있는 돈이 돼요.

옷을 그렇게 많이 살 필요가 있어요? 
운동하면서부터 옷태가 나더라고요. 그리고 여자 때문이죠.

여자요? 
연애하고 싶어서요. 오래 못했어요. ‘썸’ 탄 적은 많은데. 그래서 제가 별명을 지었어요. 사테라라고.

사테라?
1천 기가가 1테라거든요. 제가 4천 기가의 야동을 갖고 있었어요. 지금은 6천 기가예요. 야동을 못 지우겠더라고요. 웃자고 하는 얘기예요.

그런데 숫자에 강한가 봐요? 계산을 정확하게 하는 인상을 풍기는데요. 
25년째 회사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공연을 할 때도 제가 모든 걸 신경 써야 하니까요.

팬들이 부르는 애칭 중에 ‘공장장’이라는 게 있잖아요. 오죽 일을 많이 하면 그렇게 부르겠어요. 
일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그리고 아이돌처럼 스케줄이 빼곡한 것도 아니에요. 앨범 활동할 때만 바쁘고 그 기간 지나면 펑펑 놀아요. 문제는 드림팩토리와 저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거예요. 드림팩토리는 정직한 회사고 저 역시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라고 늘 이야기해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드림팩토리와 이승환은 돈을 벌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순수한 음악인이기를 바라는 거죠. 특히 연기자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할 때는, 뮤지션이 왜 그런 일을 하느냐, 팬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예술가는 돈 벌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웃기는 사람들이죠. 
지금은 회사가 너무 안 되고, 좌초 위기까지 와서 별로 비판을 안 하는데, 예전엔 심했어요.

그냥 안티 아닐까요? 뭐든지 고깝게 생각하는 바보들 있잖아요? 자기가 바보인지도 모르는 바보들이요. 
드림팩토리랑 이승환은 ‘까야’ 제맛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죠. 그 말이 가장 기분 나빴어요.

잘못됐어, 잘못됐어. 
저는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성격이거든요. 정치에 관해 말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고, 음악 업계의 지저분한 문제도 까발리듯 이야기하니까 못 받아들이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드림팩토리와 이승환에게서 환상을 보고 싶은데 늘 현실을 이야기하니까. 아까 김황식 전 총리가 MB 때는 일하기 좋았다고 말하면서 울었다는 기사를 보고… 진짜 이게 참 뭔지.

네? 
경악스러워서 팬 카페에 링크 걸어서 올릴까 고민했어요. 저희 팬 카페에서는 시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거든요. 그런데 요즘 안 좋은 일을 당해서. 전에도 안 좋은 일을 당했지만.

안 좋은 일이요?
저한테 해코지를 하죠. 이건 오프더레코드예요. 아무튼 음반 PR 기간이어서 몸을 사리고 있어요.

레오퍼드 무늬의 재킷은 암위, 검은색 셔츠는 퓨어퓨 제품.

 

김황식 전 총리 이야기는 뺄까요?
괜찮아요.

앨범 나온 후에 댓글을 찾아보니 좋은 말뿐이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이승환이 사랑을 많이 받고 있구나. 
‘일베충’한테는 욕을 먹고 있죠. 걔들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하니까. 그것 말고는 이번 앨범을 통해 음악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아요. 방송에 애 옷 입고 나오는 ‘복장도착자’나 중년의 ‘오덕’으로 희화화된 적도 있었잖아요.

어….
네….

그런 적도 있지만 이승환이 음악으로 소위 말해 까일 만한 사람은 아니죠. 
전반적으로 저를 잘 몰라요. 까놓고 이야기하면 음악에 대해 이선희 씨랑 저를 묶어서 이야기하는 거 기분 나빠요.

둘은 다르죠. 
그런데 묶고 있잖아요. 사람들이 구분을 못하는 것 같아요.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나 문화의 첨병들만 알아요. 저는 홍대 신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데 그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제가 홍대에서 공연한다고 말하면 퇴물 취급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리고 제 1, 2집 앨범의 발라드를 좋아하는 사람 중엔 제 음악적 변화에 대해 후지다고 평가하기도 해요. 사실 발전하고 있는데 자기 귀에 안 들리니까 후지다고 판단하는 거예요. 그런 얘기 정말 많이 들었어요. 저에 대한 이야기의 60%는 퇴물, 음악이 후지다, 이런 거예요.

댓글을 달거나 의견을 표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10대와 20대예요. 이 세대가 이승환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죠. 
네. 제가 워낙 담 쌓고 지낸 것도 잘못이라면 잘못이죠.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고 마케팅도 해야 하는데. 그래서 이번에 해직 기자 한 명을 직원으로 들였어요. 하하. 앨범 나오고 나서 이렇게 마케팅을 많이 하고 잘한 건 처음이에요.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아, 아까 있던 그 사람이요? 
걔가 드림팩토리에 들어온 이후로 많이 달라졌어요. (박)신혜 양을 회사에서 풀어준 건 제가 마케팅을 너무 못해서 신혜한테 폐가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이승환 정도의 경력을 가진 뮤지션이 ‘시작’이라는 말을 하다니 좋네요. 
매주 홍대 클럽에서 공연해요. 클럽에 전화해서 수익은 5대5로 나누자, 이런 말도 하면서 재미있게 공연하고 있어요. 5월 초에는 ‘옐로우 몬스터즈’랑 지방 클럽 투어를 가요. 금·토요일 내리 공연해요. 제 정체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저 음악 하는 사람입니다!

그걸 모르는 애들한테 굳이 알려줘야 해요? 
제 또래 가수들이 팬이랑 함께 가는, 그 세대에 맞는 음악을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20대 가 제 음악을 좋아해주면 좋겠어요. 지금도 인디 페스티벌 가서 공연하면 애들이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노래는 모른다는 거예요. 처음 들어봤대요. 그래서 제 노래를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일본의 ‘서머소닉’에 2년째 노크하고 있어요. ‘서머소닉’이 한국 아티스트를 잘 안 세워요. 관객이 별로 안 들어오니까. 대신 ‘주차장’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는 세운대요. 우리나라 뮤지션도 몇 팀 거기서 공연을 했어요. 그래서 거기라도 좋으니까 세워달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걔네는 예우라는 것을 따지잖아요. 일본 애들은 A급을 거기에 못 세운대요. 상관없다고 했어요. 거기 서봤자 개런티도 안 주고 비행기 표랑 호텔 후진 데 잡아주는 게 전부예요. 하지만 저는 밑바닥부터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부딪치면서 하는 것, 마치 도장 격파 다니는 것처럼.

도장 격파! 
한번 붙어보자. 내 나이가 50이지만 20대 애들만큼 에너지를 보여줄 테니까 한 번만 세워달라. ‘서머소닉’만 성사되면 일본 클럽에서도 공연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홍대 클럽에서 공연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놀라지 않아요? 
클럽에 이승환이 있어, 라고 트위터에 올리는 사람은 있더라고요. 그리고 클럽 밖에 종이에 볼펜으로 오늘의 출연진 써놓잖아요. 이승환이라고 적혀 있으니까, 재밌어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제가 인터뷰하고 싶었던 이유가 두 가지 있어요. 
뭐예요?

싫어하는 뮤지션이 있는데, 걔가 라디오를 하거든요. 방송 중에 이승환이 새 앨범을 냈다고 말하면서, 예전 노래를 트는 거예요. 뭐 이딴 놈이 있어, 욕했는데 그 노래 오랜만에 들어도 좋더라고요. ‘천일동안’이었어요. 그래서 며칠 동안 모든 앨범을 다시 들었어요. 
그게 이유예요?

걔가 아주 싸가지 없는 말투로 대략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이승환의 음악은 인정 안 할 수가 없다.’ 둘이 어떤 관계인지 모르지만, 좋은 건 누가 뭐래도 좋은 거다라는 의미로 들렸어요. 칭찬에 인색한 놈인데. 
하하하.

아무튼 그런 이까지 포함해 많은 뮤지션이 이승환의 음악에 대해 나름의 존경을 공공연히 표해요. 
제 꿈이었어요. 그러니까 꿈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하나가 후배들에게 사랑받는 선배가 되는 거였어요. 60대가 되고 70대가 돼도 20대 애들이, 형 놀아요, 이러면 좋겠어요. 지난주 토요일에도 톡식의 슬옹이랑 클럽 갔다 왔어요. 걔가 1992년생이에요. 슬옹이하곤 작년에 일본도 같이 갔다 왔어요. 롯폰기 클럽 가서 놀았어요.

이번 앨범뿐만 아니라 늘 녹음에 굉장히 신경을 쓰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음악을 진지하게 안 들어요. 예전보다 더 그래요. 허무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음악에 정말 관심 있는 친구들은 사운드를 신경 써서 들어요. 전 솔직히 말하면 1995년부터 아주 대중적인 것은 포기했어요. 그때부터 앨범에 록을 넣기 시작했거든요. 제 발라드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한테 변절자라고 했어요. 이번 앨범은 대중적인 것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하게 만들었어요.

왜요? 그렇게 해야 하는 거예요? 
지명도를 높여야 내 음악을 더 알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돈이 있어야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승환을 예전의 유명했던 몇 곡의 발라드로 기억해요. 
그렇죠.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로만으로 능히 노래를 끌고 가던 이승환을 좋아해요. 그 언젠가의 이승환이죠. 그런데 이번 앨범도 그래요. 사운드도 훌륭하지만 그 언젠가처럼 목소리의 힘, 울림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참고로 저 ‘이승환 빠’아니에요. 
어떤 음반을 내고 싶냐고 물으면 저는 늘 이렇게 이야기해요. 악기와 연주를 압도하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앨범을 내고 싶다고. 제 큰 바람이죠. 이번 앨범을 통해 보컬리스트로서도 냉정하게 평가받고 싶어요.

4~5년 된 것 같은데 한 평론가가 라디오에서 이승환이라는 가수에 대해, 상업적인 앨범과 예술적인 앨범을 한 번씩 번갈아 낸다고 말하더라고요. 영리하다는 표현을 썼어요. 
그건 틀려요. 대중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을 뭉뚱그리려고 했는데 흥행이 더 안 됐어요. 초조해져서 대중성이 부각된 음반을 냈던 거죠. 하지만 저는 늘 뭉뚱그려서 앨범을 내려고 했어요. 완전히 대중적이거나 완전히 예술적이진 못하더라도.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게 안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음악이 문제가 아니에요. 마케팅이 문제이거나 아니면 민감한 이슈일 수도 있지만 음원 사재기가 문제죠.

흰색과 파란색의 패턴 재킷과 팬츠는 모두 플레이하운드 by 그레이하운드, 안경은 젠틀몬스터, 지팡이는 커드, 반지와 체인 뱅글은 모두 넘버링, 이너로 입은 티셔츠는 본인 소장품.

 

 

사재기 안 해요? 요즘은 다 하는 거 아니에요? 
안 하면 밀리니까. 그래서 밀렸죠. 100위 안에 곡이 없어요. 음반 순위는 괜찮은데 음원은 없어요.

음원 사이트… 이거야말로 필요악이에요. 
너희가 안 사면 순위에서 탈락할 거야라고 암묵적인 공포를 주기도 하니까. 그런 건 원래 정치인들이 하는 짓인데. 제가 이번 앨범 제작하는 데 6억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것보다 많은 돈을 사재기하는 데 써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음원 순위 보면 마음 아프죠? 당연한 질문인가요? 
3년 동안 준비했는데 열흘 만에 100위권 밖으로 떨어지니까. 진지하게 음악 할 필요가 없나 생각도 들고. 앨범에 공 들이지 말고 음원을 위한 노래나 한두 곡 만들면 되나, 생각도 하고.

그렇게 하죠, 뭐. 
하지만 음원이 아니라 음악을 듣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들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나쁘죠.

그런데 엉뚱한 질문이긴 한데요, 이오공감으로 같이 활동했던 오태호 씨는 뭐해요? 
아, 5월 말쯤에 태호랑 듀엣으로 부른 노래가 나와요. 태호가 에세이집을 낸대요. 그래서 예전처럼 듀엣 하면 안 되겠느냐고 해서 하겠다고 했어요.

앨범이 나와요?
앨범에 두 곡만 있대요. 두 곡 중 한 곡을 같이 불러요. 태호가 머리 벗겨져서 얼굴은 안 내밀고 활동하지 않을까요?

이오공감 할 때는 둘이 같이 오래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걔는 원래 헤비메탈 신에서 기타를 쳤고, 한창 날릴 때는 시나위에서도 기타를 쳤어요. 그런데 이오공감으로 활동하면서 갑자기 발라드로 선회했어요. 반면 저는 이오공감 앨범부터 록을 했죠. 그때부터 달라졌어요. 걸어온 길이 워낙 달라요. 1995년부터 같이 안 했어요.

오태호가 메탈을 했었다니! 
태호가 유명했죠. 고등학교 3학년 때 (신)대철이가 잠깐 시나위에 없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시나위에서 기타를 쳤어요.

신대철이 이승환보다 어려요?
한 살 아래. 걔랑은 말을 놓는 사이기는 했어요. 자기가 그러더라고요. 한두 살 차이면 말 놓는다고. 난 대학생이었는데.

하하. 전설들의 대화네요. 
난 권위적인 것을 싫어해요. 그래서 그러라고 했죠. 이승철이나 신승훈이나 뭐 다 나보다 어리죠. 이승철은 말 놓으라고 한 적도 없는데 말을 놓더라고요. 걔는 참 드세.

자, 이제 다시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면, 인터뷰해야겠다고 생각한 두 번째 이유가 있어요. 11집에 수록된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헌가라고 말했잖아요. 그 ‘성향’을 떳떳하게 밝히는 게 안타까웠어요. 저렇게 말해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구나, 그래야만 하는 사회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같았으면 영화 [26년]에 투자하지 않았겠죠.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때 공연도 안 했을 거고. 용산참사 공연 때는 제 이름이 없었어요. 문화연대에 연락해서 왜 저한테 말 안 하셨어요, 그러고 가서 했죠. 사실 천만원도 냈어요. 한 번도 알려진 적은 없지만. 무서워요. 무섭지 않아서 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무서운 것이 뭐냐면 전 방송을 잘 안 하니까 방송에서 잘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그런데 올림픽공원에서 전화가 왔었어요. 진보 성향의 콘서트에 나가면 대관이 안 될 수가 있다고. 나한테 공연장을 뺏는 것은 정말 미치게 힘든 일이거든요.

사실 저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인데, 누가 물어보면 일부러 왼쪽에 가깝다고 말해요. 왜냐면 힘이 너무 기울어져 있어서요. 한쪽이 너무 세요. 
그 좌파들끼리 못 뜯어먹어서 안달이죠. 조금의 흠결이라도 있으면 서로 싸우다가 무너지잖아요. 보수는 범법자여도 아무렇지 않게 잘살아요.

자, 주제를 바꿀까요? 오늘 저는 ‘이승환 선글라스 효과’를 체험했어요. 
아? 네. 선글라스를 쓰면 자연스러워져요. 특히 아까처럼 사진 찍을 때는 포즈가 잘 나와요.

헤어스타일도 오늘처럼 한 건 처음이죠? 스타일이 늘 똑같잖아요. 그걸 삐침 머리라고 해야 하나? 
네. 이마가 넓어서. 그런데 만날 똑같진 않아요. 나름 그 안에서 바꿔요.

그래요? 똑같아 보이던데요. 
매일 바꿔요.

아까 촬영할 때 헤어&메이크업 스태프들한테 물어봤는데 같이 일한 지 15년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놀랐어요. 처음 봤어요, 그런 경우를. 
저는 오래 같이 일해요. 공연 쪽으로는 20년 동안 같이 일하는 스태프도 있어요. 그리고 드림팩토리는 결제의 왕입니다. 공연 쪽에 계신 분들이 돈을 늦게 받거든요. 저희는 공연 끝나면 바로 드려요. 공연 전에 드릴 때도 있고. 돈 가지고는 힘들게 안 해요. 그런데 제가 10년 동안 알고 지낸 형이 있어요. 그 형이 [밤의 여왕]이라는 영화에 투자하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5억을 투자했는데 제작자가 잠수를 탔어요. 그래서 지금 사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태예요.

이승환 콘서트 이전에는 한국에 이승환 콘서트가 없었어요.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죠? 
김장훈이랑 싸이가 공연 베꼈다고 싸울 때 저는 좀… 쟤들이 왜 싸우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걔들이 누가 먼저라고 싸우는 게 말이 안 되죠. 김장훈은 제가 한 걸 보고 따라 한 건데.

오프더레코드죠? 
팩트니까 상관없어요.

이승환 콘서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있어요.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어요? 
없어요. 아이디어는 넘쳐요. 저는 무대에 선 가수의 입장도 알고 무대를 바라보는 연출가의 입장도 알아요.

천재예요? 
하지만 멋있는 무대를 만들려면 돈이 필요해요.

이승환에게 대중을 믿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듣고 싶은 대답이 있었다. 그래서 묻지 않았다. 물론 그는 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을 했을 것이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복잡하다. 이승환의 음악은 더 이상 좋다 나쁘다로 판단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취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음악만으로 그는 한 세계의 풍요로움을 대변한다. 한 뮤지션이 음악으로 누릴 수 있는 품위와 호사와 정직함을 그는 획득했다. 그것이 이 열한 번째 음반에만 해당하는 가치는 아니다. 그는 순수한 아이의 언어로 어른에 대해 말한다. 그의 음악도 정치적 견해도 그렇다. 그가 처한 음악적 현실과 정치적 현실이 다르지 않다. 그에 대한 억압이 그에게만 가해진 억압은 아니다. 누군가는 그 억압을 피한다. 누군가는 그 억압을 에둘러 지나간다. 누군가는 맞선다. 아니, 맞서려고 해본다. 누구를 지지하고 응원해야 하는가? 이것이 비단 성향의 문제일까? 이승환이 ‘도장 격파’를 하고 다닐 때 멍하니 앉아 있는 청춘은, 우리 자신은 한심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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