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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모의 <5일의 마중>, 켄 로치 <지미스 홀>, 허안화 <황금시대>, 가와세 나오미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등

다음 달엔 초화제작 <인터스텔라>. 

줄줄이 개봉 상영 (혹은 이제 내리고 있는..)중인데

근래 관람 코스가 존 포드 특별전-부산국제영화제-나를 찾아줘-영상자료원-보이후드 재관람-모스필름 특별전 (타르코프스키 3편, 병사의 발라드)로 이어졌는데 좀 편향되게 보느라 정작 신작들은 못 보고 있네요.

장예모에 대한 일종의 편견과 실망감이 함께 하는지라 별로 기대가 안 됐던  <5일의 마중>의 평이 무척 좋아서 일단 일순위로 봐야겠네요.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는 느낌상 제가 좋아할 듯 싶습니다.

근데 이번 10월 말부터 다음 달까지 아트시네마에서 또 하나의 야심찬 기획인 약 한 달여간 현존하는 최고령 현역 감독 마뇰 드 올리베이라 감독 특별전이 열립니다. 이러다 언제 볼 지 모르겠어요.. 영화가 숙제가 되선 안되는데 말이죠.

눈에 띄는 화제작들에서 눈길을 좀만 돌린다면 볼 영화들이 넘쳐나는 시기입니다.


<보이후드>를 또 영업하자면 

보고 정말 좋아서 대충 부끄럽게 글 끄적여서 베팍에 올리고 한 번 더 보고 총 세 번째 봤습니다만 영화를 보면 볼수록 점점 저와 스크린 속의 영화와의 간극이 지워지는 듯한 느낌이에요. 둘 사이의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인 경계든, 공감대의 감정이든. 이 영화에는 훌륭하다 걸작이다 등의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링클레이터의 영화들은 진짜 대사들이 진국입니다. 그게 단순히 지적이고 생각 많은 캐릭터들 자기들끼리의 말 시위에 그치는게 아니라 우리에게 생각해보게끔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죠. 에릭 로메르를 비롯한 소위 유럽의 지적인 영화 작가들을 흉내낸다고 비판하는 것은 링클레이터만의 이러한 독자성을 무시하는 오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결국 영화의 세월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지는 대사들이 볼수록 점점 팍팍 꽂히네요. 엄마의 메이슨이 저능아일까봐 자전거 타는 법 가르쳐줬다는 시절..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다는 말.. 우리가 순간을 붙잡는 게 아니라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것..

거듭 말하자면 찬사가 중요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냥 일단 보시고 느끼시면 됩니다.


<나를 찾아줘>는 어떤 면에선 장인이 빚어낸 정말 순수한 오락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극장으로 찾아온 관객들을 암전된 시간동안 목덜미 잡은 채로 안 놓는 영화죠. 끝내주게 재미도 있고 핀처 영화에서의 완벽한 기술적인 세공술과 연출력에 대한 표현은 이제 클리셰격이 되버렸구요.

근래 핀처 영화들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지점은 <소셜 네트워크><밀레니엄> 그리고 이번 영화에 이르기까지 핀처의 근작들이 취하고 있는 플롯의 구조적 특성이랄까요. <소셜 네트워크>의 현재와 과거, <밀레니엄>의 리스베트와 하리에트의 이야기, 그리고 <나를 찾아줘>에서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에이미 (로잘먼드 파이크)의 주관적 이야기와 닉 (벤 에플렉)을 둘러싼 얼개를 플래시백 없이 크게 두 갈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서사 구축 방식 같은 것이요.

근데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좀만 파고들면 매스미디어에 대한 묘사를 비롯해서 소설을 읽지 못했지만 원작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게끔 만드는 이야기의 착점 들이 꽤 있는 것 같더군요. 물론 원작과의 비교는 영화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따분한 시각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만, 별로 기억에 남게 될 이야기는 아닌 듯 해요.

핀처의 최고작은 여전히 <조디악> 혹은 (제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소셜 네트워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