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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222126455&code=960205

아래는 기사 중 일부

“제자백가의 치열한 공동체 논쟁… 남북 위정자들도 통일국가 청사진 그렸으면”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들에게는 역동성과 다양성이 있었습니다. 자본주의 틀 안에서만 생각하는 우리들로서는 상상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지식인들은 각자 생각하는 이상적 질서, 국가의 청사진에 대해 논쟁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신간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서해문집)의 저자 임건순씨(33·사진)는 중학교 시절부터 <논어>를 읽었고 대학 시절 전공이었던 행정학보다 철학·역사 수업을 더 많이 들었다. 서강대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했지만 논문을 쓰지는 않았다. 대학 안에서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논어> <안자춘추> <관자> <손자병법> 등 공자, 안자, 관중, 손자의 책을 직접 살펴보면서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서해문집이 기획하는 ‘제자백가 아카이브’의 첫 번째 책이다. 13명 제자백가들의 치열한 정치 논쟁을 담았다. 어떻게 하면 이 공동체(국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떤 방법으로 공동체의 미래와 청사진을 그려볼까. 부유한 나라를 꿈꾸었던 극단적 실용주의자 관중, 역사상 첫 인본주의자이자 진정한 어른으로 존경받았던 안자, 위태롭지 않게 백성을 보호하는 게 국가의 첫째 사명이라는 손자, 씨족공동체적 삶을 그리워했던 이상주의자 공자, 인민의 합의를 통한 체계적 행정망과 큰 정부를 지향했던 묵자, 만민이 법 앞에 평등한 공화국을 꿈꾸었던 국가주의자 상앙 등이 등장한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뭘까. 제자백가 한 사람 한 사람을 고유명사 단위로 놓고 역사적 순서대로 살피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서 비롯됐다. 임씨는 “사상가는 역사적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 역사적 맥락이 사상가를 만드는 것”이라며 “철학도 역사라는 구체성과 맥락을 통해 연구해야 그 시대에 가까이 가고 그 시대의 지혜를 지금 여기로 끌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씨가 보기에 그동안의 제자백가 연구는 편식과 불균형이 심했다. 유가 중심으로만 연구돼 제자백가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조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서로 어떻게 길항하고 영향을 줬는지도 분석하지 못했다. 유가, 법가, 도가 등은 한나라 지식인들이 춘추전국시대 사상사를 정리할 때 편의를 위해 범주화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무리하게 엮이기도 했다. 유가였던 맹자, 도가였던 장자가 오히려 비슷한 점이 많다. 두 사람은 국가 권력 앞에서 지식인이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지킬 것인가에 대해 논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을 도가와 유가의 틀로 보다보니까 두사람의 공통된 문제의식을 못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제자백가를 통해 ‘현재성의 책읽기’가 가능하다는 것이 임씨의 생각이다. 묵자를 통해 지금 한국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는 “묵자는 철저하게 노동자의 자의식으로 사상을 펼쳤다. 개인의 덕성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문제삼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삶이 열악한 우리 사회는 사회시스템이나 구조 설계도로 접근하는 시각이 약한데 묵자는 개인의 덕성에 호소할 게 아니라 구조 설계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씨는 제자백가 중 묵자를 제일 좋아한다. “묵자는 노동자의 삶의 조건을 개선해야 인구수도 불어나고 나라가 장기적으로 국력이 튼튼해진다고 했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지속가능성이 없어요. 보통 사람의 삶의 환경을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지 사회 시스템을 고민했으면 합니다.”

제자백가 사상을 통해 우리 리더십을 돌아본다면 어떨까. 그는 “순자는 전국시대 말기에 살았는데 통일 왕국이 들어설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통일 왕국의 청사진을 고민했고 국가의 규범, 운영 체제를 고민했다. 남북 위정자들도 통일된 국가가 어떤 운영체제로 돌아가야 하는지 청사진을 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고전 읽기는 무엇일까. “고전 읽기를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박제’의 틀을 깨고 나와 새로운 현실을 구성하려는 능동적인 정치사상으로서 제자백가 사상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