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회주의와 페미니즘 ....
- 작성일
- 12-05-29 15:32
자본주의 전복할 능력도 전망도, 비전도 없는 이 시대에
시대에 뒤떨어진 케케묵은 얘기입니다만 일종의 예시로 ..
소련 망하고 한동안 이런 얘기들이 돌아다녔죠.
소련은 스탈린식 국가자본주의였고,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다.
(그러므로 사회주의는 실패한 게 아니고, 사회주의 만세 계속 해도 된다.)
뭐 ... 어떤 일말의 진실을 담고있는 얘기긴 하지만 사실상 그냥 정신승리를 위한 헛소리에 불과하죠.
그럼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는 어디에 있을까요?
이런 말 하는 분들의 뇌 속에 어떤 이데아 같은 개념으로밖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건 다 이런저런 현실에 치이고 한계를 가진 불완전한 모사품에 불과하죠.
현실을 직시하려면 그런 '현실에 존재하는 사회주의'가 망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이걸 인정하지 않는 분들이 정말 한심했어요.
실은 지금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습니다.
'그건 진정한 진보'가 아니야. 그건 '진정한 좌파'가 아니야 ...
이 분들에게 '진보'나 '좌파'는 어떤 이데아 개념의 초현실적 인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석기나 김재연, 이정희 같은 부류가 '진정한 좌파'는 아닐 지라도,
2012년도 당시 대한민국에 현실적으로 존재했던 '좌파나 진보'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맞습니다.)
게다가 '진정한'이라는 수식어는 정신승리를 위해 옹호하려고 쓰이는 것 외에도 전혀 다른 맥락에서 쓰이기도 합니다.
제가 얼마 전에 다른 곳에서 말싸움 (논쟁이라고 하기는 제 수준이 좀 저열해서)을 한 것이 있는데 ..
그 상대방의 주장은 여성주의가 힘이 세다는 것이었죠.
"나는 여성주의가 정말로 힘이 세다는 것을 몇 년전 이문열의 ‘선택’을 둘러쌓고 벌어졌던 논쟁에서 확인했다. 이문열씨가 누군가? 한국 최고의 문단 권력이자 스스로 보수 마초를 자처하는 대표자다. 그가 자신의 저서와 정치적인 견해에 대해 쏟아져 온 무수히 많은 비난에 단 한번이라도 굴복하고 꼬리를 내린 적이 있었나? 그런데 그런 이문열씨가 당시 했던 말을 그대로 옮기면 “건강한 페미니즘에 대항할 논리는 이 세상에 없다. 나는 궁극적으로는 여성의 위대성, 진정한 페미니즘이 무엇인가를 알리기 위해 이 글을 집필했다”였다. 자신은 결코 반여성주의자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이문열조차 꼬리를 내리게 만든 페미니즘이 어떻게 약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죠. 그리고 자신의 비판은 '여성주의'가 아닌 '일부 그릇된(?) 여성주의자'에 대한 것이니 오히려 여성을 위한 일이다.. 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제가 다음과 같은 취지의 글을 썼습니다.
"이문열씨의 언급을 보면, 예컨대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진정한 페미니즘’이 있고, 이문열은 그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이런 여성주의 혹은 저런 여성주의는 건강하지 않고, 이문열씨는 이문열의 방식으로 진정한 페미니즘을 알리고자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제가 감히 말하자면, 이문열씨는 그 전에도 앞으로도 ‘진정한 페미니즘’을 구경할 수 없을 겁니다. 현실에는 ‘이런 페미니즘’이나 ‘저런 페미니즘’이 있을 뿐 ‘진정한 페미니즘’은 없을테니까요. 이로써 이문열씨는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페미니즘을 비판할 수있을뿐 아니라 다양한 마초적 논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되는 여성주의의 변종’으로 포장할 수 있게 됩니다."
앞의 방식(정신승리)가 한심한 태도라면, 두번째 방식은 비열하기 짝이 없는 태도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매우 흔하기 때문에 짝이 있기는 하겠습니다.)
제가 아침에 페미니즘 가지고 댓글에서 살짝 흥분했던 이유는 '진정한' 이라는 수식어에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일 겁니다.
그리고, 그 관련 글을 쓰신 분의 선의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고,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인지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어느 정도는 이런 '진정한' 페미니즘과 '잘못 이해된 페미니즘'
또는 '진정한 페미니즘을 이해한 사람들'과 '페미니즘을 잘못 이해한 사람들'의 구분이 가지는 이런 함정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참고로 단순히 시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그런 현상의 원인은 '가부장적', '여권박탈적'인 사회 구조에 있는 것이지
잘못 이해된 페미니즘, 혹은 페미니즘을 잘못 이해한 사람들에게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가부장제'를 잘못 이해한 남성들 또는 여성들에게 그 현상의 원인이 있다고 하는 게 훨씬 더 진실에 가깝겠지요.)
- 게시물이 없습니다.
- 게시물이 없습니다.
-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