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드라이브
- 작성일
- 12-05-2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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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입니다. 이 글에 지어낸 부분은 적어도 제 기억 안에선 없습니다. 제 기억이 반년동안 왜곡되었을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지만 말이에요.
이 일이 있은 후 모른척 잊고 지내다가 반년 지난 후 여자친구한테 한번 이야기했는데 반응 좋아서 최근 친구녀석에게도 했는데 괜찮더군요.
반말로 갑니다.
작년 10월의 일이다. 난 여전히 이 일이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어떤 일이었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우연이 만들어낸 어떤 기묘해 보이는 사건이 아닐까. 당시 나는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는 것에 푹 빠져있었다. 원래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낮에는 그렇게 많은 자전거들이 밤에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왜였을까? 이렇게도 재밌는데.
반말로 갑니다.
작년 10월의 일이다. 난 여전히 이 일이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어떤 일이었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우연이 만들어낸 어떤 기묘해 보이는 사건이 아닐까. 당시 나는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는 것에 푹 빠져있었다. 원래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낮에는 그렇게 많은 자전거들이 밤에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왜였을까? 이렇게도 재밌는데.
ubc에서 집까지 오는 마린드라이브. 잘은 모르지만 고속도로와 그냥 도로의 중간쯤 되는 것 같다. 자동차도 더 빨리 달릴 수 있고 인도도 없다. 다만 자전거 길은 따로 마련이 되어있다. 내 통학길은 그림에서 A에서 B까지이다. 보다시피 옆에 큰 숲이 있어서 가끔 코요테같은 들짐승을 볼 때도 있다. 뭐 너구리같은 짐승이야 비오는 밤 학교 안에서 더 많이 본다.
밤에 자전거를 타본 적이 있는가? 그것도 인적이 드문 길. 바람 소리는 비행기소리처럼 커진다. 특히 사람이 없고 어두운 길일수록 감각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그 소리는 더 커지게 되어있다. 저 마린 드라이브의 가장 특이한 점은 숲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바로 가로등이 없다는 것. 아마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덜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자세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5km가 넘는 긴 도로에 가로등이 없다는 흔한 광경은 아니다. 그리고 밤에 타는 자전거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의 모든 감각이 가장 예민해지는 시간이랄까? 처음에 그 도로를 탈 때는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날은 구름조차 없었고, 달도 어두웠다. 불이 없으면 달이 얼마나 밝은지 모른다. 그리고 구름은 도시의 불빛을 반사해서 그나마 밝도록 도와준다. 만약 이 둘이 없으면? 그냥 컴컴한 하늘과 그보다 더 컴컴한 높은 숲만 보일 뿐이다. 그래서 마치 숲한가운데를 달리는 느낌을 준다.
가끔 도로에 나뭇조각같은 것이 있을 때도 있다. 넘어질 경우 더 큰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도로에 온 집중을 기울여야 한다. 덕분에 나는 자전거에 다는 라이트를 두개나 가지고 있고, 자전거 뒤에 다는 빨간 라이트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어두운 것은 매한가지다.
이 주행의 유일한 친구는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들이다. 그마저도 많지는 않다. 특히 늦은 새벽이 되면 차가 거의 없다. 차에게 느끼는 감정은 두가지인데, 그나마 어두운 길에 헤드라이트를 비춰주기 때문에 고마운 감정. 그마저도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사라져가는 불빛은 안타깝게 쳐다봐야한다. 두번째는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어린 취한 운전자에 대한 공포다.
한 번은 비오는 날이었다. 나도 비오는 날에 마린 드라이브에서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올 배짱은 없으므로 마린드라이브에서 있었던 일은 아니다. 비가 많이 와 도로에 물이 고여있었는데, 반대쪽에서 오던 자동차가 일부러 노란선을 넘어 내게로 스쳐지나가듯 커브를 틀었다. 난 당연히 물범벅이 되었다. 이런 놈들은 다 어린 놈들이다. 밤에 사거리에 서있다보면 자동차 하나에 4-5명이 꽉 차게 타고선 갑자기 창문을 열고 험한 욕을 해대거나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다 어린 녀석들의 취기와 객기.
게다가 학교 안에 술집이 3개나 있어서 취한 녀석. 대마초 피는 녀석을 한두번 봤어야지. 외딴 지역이라 경찰의 감시도 없고 당연히 밤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차 중에는 취객의 것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밤에 자전거를 타본 적이 있는가? 그것도 인적이 드문 길. 바람 소리는 비행기소리처럼 커진다. 특히 사람이 없고 어두운 길일수록 감각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그 소리는 더 커지게 되어있다. 저 마린 드라이브의 가장 특이한 점은 숲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바로 가로등이 없다는 것. 아마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덜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자세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5km가 넘는 긴 도로에 가로등이 없다는 흔한 광경은 아니다. 그리고 밤에 타는 자전거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의 모든 감각이 가장 예민해지는 시간이랄까? 처음에 그 도로를 탈 때는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날은 구름조차 없었고, 달도 어두웠다. 불이 없으면 달이 얼마나 밝은지 모른다. 그리고 구름은 도시의 불빛을 반사해서 그나마 밝도록 도와준다. 만약 이 둘이 없으면? 그냥 컴컴한 하늘과 그보다 더 컴컴한 높은 숲만 보일 뿐이다. 그래서 마치 숲한가운데를 달리는 느낌을 준다.
가끔 도로에 나뭇조각같은 것이 있을 때도 있다. 넘어질 경우 더 큰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도로에 온 집중을 기울여야 한다. 덕분에 나는 자전거에 다는 라이트를 두개나 가지고 있고, 자전거 뒤에 다는 빨간 라이트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어두운 것은 매한가지다.
이 주행의 유일한 친구는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들이다. 그마저도 많지는 않다. 특히 늦은 새벽이 되면 차가 거의 없다. 차에게 느끼는 감정은 두가지인데, 그나마 어두운 길에 헤드라이트를 비춰주기 때문에 고마운 감정. 그마저도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사라져가는 불빛은 안타깝게 쳐다봐야한다. 두번째는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어린 취한 운전자에 대한 공포다.
한 번은 비오는 날이었다. 나도 비오는 날에 마린 드라이브에서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올 배짱은 없으므로 마린드라이브에서 있었던 일은 아니다. 비가 많이 와 도로에 물이 고여있었는데, 반대쪽에서 오던 자동차가 일부러 노란선을 넘어 내게로 스쳐지나가듯 커브를 틀었다. 난 당연히 물범벅이 되었다. 이런 놈들은 다 어린 놈들이다. 밤에 사거리에 서있다보면 자동차 하나에 4-5명이 꽉 차게 타고선 갑자기 창문을 열고 험한 욕을 해대거나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다 어린 녀석들의 취기와 객기.
게다가 학교 안에 술집이 3개나 있어서 취한 녀석. 대마초 피는 녀석을 한두번 봤어야지. 외딴 지역이라 경찰의 감시도 없고 당연히 밤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차 중에는 취객의 것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뒤에서 차가 온다고 길 구석으로 너무 빠지면 숲으로 이어지는 도랑에 빠져 다칠 수도 있다.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은 적지 않은 폭이지만, 어둡기 때문에 역시 긴장이 많이 된다.
난 오랫동안 전화를 갖고 다니지 않았는데, 불만이 쌓여가던 여자친구는 결국 자기 동생이 쓰던 공폰에 프리페이드 계정을 만들어 내게 줘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구실에 있던 전화로 집에 가기 전에 전화를 하고 가곤 했는데, 그 전화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연락을 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아니 조금 잘못된 표현이려나?
하여간 그날은 할로윈이 되기 약 2주정도 남은 날이었다. 밤에 자전거를 타는 것도 많이 익숙해져서 처음 탔을 때보단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탈 수 있었다. 그런 경험 있지 않은가? 처음 가는 길은 상당히 길게 느껴지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짧게 느껴지는 거. 심리적 시간이 짧아지는 거 말이다. 처음에 밤에 타고 올 땐 그게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데, 이젠 금새 내려가 버린다. 사실 하교길은 전부 내리막이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도 용이하다.
버스가 12시 부근에 끊기고, 때로는 버스를 타고 집에 가기도 했기 때문에 그 시간 즈음에 전화가 오곤 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도 전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전화를 잠바 오른쪽 바깥 주머니에 넣어두었었고, 주머니 지퍼를 잠그지도 않았었다. 바지 주머니에 넣지 않았던 것은 자전거를 타기가 불편하기도 하고, 전화가 올 경우 확인하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오른쪽에 넣은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아무리 익숙해졌다해도 밤에 자전거를 탈 땐 무척 집중해야 했기에 전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을 거의 잊어버려가고 있었다. 그 때였다. 어두운 적막 속에서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여자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을 때는 밤에 어두운 길을 걷고 있었는데, 얘기하면서도 내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이 글을 적는 지금 컴퓨터를 제외하곤 집의 모든 불이 꺼져있는데, 역시 털이 서는군.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이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렸는지 모른다. 물론 깜짝 놀랐지만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살짝 밑을 보니 전화가 울리면서 주머니 안이 환해졌다. 어둡고 아까도 언급했지만 앞에 무언가 있을 수 있다. 자전거 헤드라이트가 강해봤자 아주 약하고 주위 불빛이 전혀 없는 까닭에 갑작스러운 장해물에 대처하려면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자전거 바로 앞 길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바로 옆을 쳐다보기가 쉽지 않았지만, 길은 직선주로이기 때문에 핸들만 꽉잡고 흔들리지 않으면 전화를 받을 수 있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내 자전거 바로 오른쪽에 반대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던 한 백인남자. 핸드폰의 파란 불빛이 그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핸드폰 불빛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내가 옆을 볼 일이 없었다면 보지 못했을 것이다. 후드티나 후드잠바를 입고 있었고, 얼굴엔 검고 하얗게 분장을 한 것 같았다. 털이 쭈뼛 서고 심장이 멈출 정도로 놀랐고, 하마터면 전화를 떨어뜨릴 뻔 했다. 잘못 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주위엔 잘못 보일만한 것조차 없다는 것을 나는 잘안다.
게다가 난 그만 본 것이 아니다. 그의 옆쪽으로 화환도 보았다. 그 화환이 있던 위치는 곧 가로등이 시작되는 위치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위치를 기억하고 있다. 그 화환은 그 해 여름부터 항상 그곳에 놓여있었었다. 왜 놓여있었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그날은 그것이 어쩌면 누군가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상한 것이 하나 더 있었는데, 내가 엄청나게 놀랐던 것에 비해, 그는 전혀 놀란 것 같지 않았었다. 나는 헉 하고 소리를 지를 뻔 했었는데, 그는 너무나 무표정해 보였었고 그게 나를 더 질리게 했었다.
그를 지나치고 나서 나는 뒤를 잠시 돌아볼 것인가. 아예 멈춰서 되돌아가서 이 어두운 밤에 라이트도 들지 않고 어디를 가고 있냐고 물어볼 것인가 고민했다. 당연히 학교로 가는 버스가 끊긴 시간이었고 마을이 시작되는 지점과 멀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 집에서 학교로 되돌아가고 있는 길이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민하는 동안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어느 새 어둠 속의 그에게서 멀어져 불빛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결국은 뒤돌아보지 못했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찾아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고,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여자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한 것은 우연한 일이었고, 여자친구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얼어버렸다. 마린 드라이브가 바이크 사고로 유명한 곳이라는 거다. 그러면서 인터넷을 꼭 찾아볼 것을 권했고,
나는 다음 링크를 찾았다.
http://www.bcsportbikes.com/forum/showthread.php/131057-Fatal-motorcycle-accident-at-SW-Marine-and-Kullahun-Drive
놀랍게도 이 링크에 묘사된 사고장소와 화환의 위치, 내가 그를 우연히 만났던 곳은 모두 거의 일치하였다.
그는 누구였을까? 왜 하필이면 그 시간(12시)에 그 곳을 지나가거나 서있었을까? 아마도 내겐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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