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는 건가요?”

1.

지겨운 일상 이야기는 제쳐두고...출근해서 샤워하고 아침식사도 의원회관에서 2800원짜리 아침식사 쿠폰 사용해서 때우고 

8시부터 회의에 참석하기 시작해서, 8시 30분 회의, 9시 회의, 9시 30분 회의, 10시 넘어서 정성호 수석과 또 다른 회의,

 11시 부터는 지방선거 전략기획단 회의, 점심도 정책연구원 부원장, 정세분석실장, 최원식 의원과 의원회관에서 함께하고 

1시 30분 기자분 찾아와서 이런저런 취재에 응하고 2시부터 다시 지방선거 홈페이지와 앱개발 관련 당내 회의 겸 프리젠테이션에

 두 시간 넘게 참석하고 그 사이 기자들 전화 최소한 10여통 이상 받았고...4시 30분에 올라와서 밀린 전화 몇 개 처리하고

 책상 좀 치우고 4시 30분 인사위원회 회의는 어쩔 수 없이 불참하고, 5시 30분 회의 참석하고, 회의로 시작해서 종일 회의에 시달리다

 회의에 치어서 일상생활에 대한 회의(懷疑)에 빠져버린 하루.

2.

어릴 때부터의 고민입니다. 정치를 꿈꿔서 였는지 아니면 괜히 그런 척하고 사는 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오늘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자살하고, 또 교황님 말씀을 그대로 빌자면 사실상 경제적 이유로 타살이 자행되고 있고, 이 세상은 사람 살만한 동네가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강요당하는 이런 방식으로 가장 완고한 수준의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고, 그리하여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라 식물적 삶, 또는 동물적 삶조차도 유지되지 못하는 비극의 동네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그러합니다. 언젠가 마지막 독립군 이셨던 분께서 한국 사회를 표현한 말이 있지요? “서울은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 서울입니다. 그 대한민국입니다. 그 땅이 바로 한반도입니다.

말로만 같은 민족, 같은 핏줄, 같은 언어 따지면 뭐합니까.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배고파 죽어가고 있고, 누군가는 서러움에 목 메달고 있고, 누군가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우울증에 약을 들이키고 있고, 그리하여 이 땅은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이 죽어가는 세상이 되고 있고, 도저히 한가할 틈이라곤 없는 것 같은데 도대체 정치와 정부와 정책과 기업들 그리고 지방정부와 이 세상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지, 지금 이 순간에도 배고파 죽어가는 사람이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배터져 죽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고, 언제까지 이런 방식의 삶과 역사를 지속할 생각인지...나라는 왜 존재하고, 세금은 왜 내고, 정치는 왜 존재하고, 나라를 지키겠다고 군복무는 왜 하고 있고, 정작 지켜야 될 나라는 안으로, 안으로 허물어져 내려가고 있고, 사람이 사람을 살리고, 사람이 사람을 보호하고, 사람이 사람을 지키고, 사람이 사람을 먹여살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리바이어던처럼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사람이 사람을 찌르고, 사람이 사람을 밀어내는, 가장 극단적인 원시 정글의 사회가 바로 이 땅에서 자행되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세상은 한가할 수 있을 까요.

하루하루 극단적인 자살의 소식이 없는 날은 있던 가요? 며칠 전에는 전 노동당 부대표께서 어린 아이를 놔두고 자살하셨습니다. 어제인가요. 유명했던 영화배우가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단칸방에서 목매달았다는 또다른 자살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목 메달고, 생을 스스로 단축하고 있는...

과연 저는 뭘하고 있으며 이 땅의 사람들과 가족들은 도대체 뭘하고 있는 건가요. 정말 답답하고 괴롭고 우울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데 과연 난 뭘하고 있을까. 정치적으로 뭘 추구하겠다고 이렇게 빌빌거리고 있을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세상을 도대체 뭘 바꾸겠다고, 생떼를 쓰거나 거짓말을 써가며 이따위로 근근히 하루하루 정치적 연명에 급급하고 있는 지 참으로 구차합니다. 왜 위기의식이 없을까요, 왜 이 순간의 행복에 대한 생각이 없을까요, 왜 미룰까요, 왜 자꾸 내 일만 이야기할 까요, 오늘 사람이 죽어가는 데, 왜 내일의 희망만을 고집삼고 있을까요. 결코 오지도 않을 고도를 기다리며 언제까지 거짓말을 쳐야할까요. 언제까지 일회용 거짓말, 언제까지 실현시킬수도 없는 정책적 거짓말을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순간순간 속여가며 마치 피노키오의 코처럼 끝없이 코 길이만 늘리고 있을까요.

정치라는 직업에 종사하다 보니 지극히 삿되고 삿된 정신적 망상에 빠져 하루 내내 나라걱정 한다고 살아갑니다. 제대로 된 걱정조차도, 제대로 된 실천조차도 하지 못하는 삶, 그저 막연하고 모호한 나라걱정, 거의 정신병적으로 세상걱정만 하다가 하루하루 넘겨 보냅니다. 이런 방식으로 고통받고 결코 현실화시킬 수 없는 고민을 움켜잡고 살아온 것이 벌써 몇십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잠들기 전 나라생각하면 한없이 암담하고, 아침에 깨어나자마자 또 하루 걱정, 또 사람 걱정, 또 나라 걱정, 또 이웃들의 끼니걱정 하다보면 또 하루 내내 머리가 무거워지고, 그렇다고 실컷 고민한다고 세상은 변할 리 없고, 그러다가 지쳐서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바쁜 게 좋은 거야 또는 바쁘다는 핑계로 순간 최면을 걸 듯 오늘의 고통을 잠시 외면하거나 내일로 저당잡아 놓고, 늘 그렇지만 이런 식의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 자체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면서도 또 미련한 짓 계속하고 있고, 그래서 깨어있어야하고, 생각을 나누어야하고, 연대가 중요하고, 함께 조직화되어야하고, 그럼으로써 세상을 변화시켜야한다는 판에 박힌 논리로 나를 잠시 깨우쳐보려 하지만, 그것도 일시적이고 또 그러다 스스로 나자빠 떨어지고, 늘 이런 논법, 이런 식의 판에 박힌 사유체계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래서 스스로가 지겹고, 스스로가 구차하고, 스스로의 맹목적 정치인생에 대해 부끄러워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는 건가요? 언제까지 미루고, 언제까지 성장만 이야기하고, 언제까지 수출만 이야기하고, 언제까지 국민의 의무만 이야기하고, 언제까지 시민의 나라에 대한 충성과 봉사와 헌신만 이야기하고, 도대체 언제까지 사람들에게 의무와 굴종만 강요하고, 나라라는 존재는 언제 사람들에게 베풀 것이며, 언제 시민들에게 책임있게 먹여살릴 것이며, 언제 비로소 책임있게 시민들에게 베풀 것인지, 그리하여 언제 시민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고 한스럽습니다. 도대체 언제, 도대체 언제까지...

하루하루 다짐하고 하루하루 정리합니다. 정치에 대한 미련, 줄이고 줄이고 또 줄이자고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어떠한 미련도 남기지 말자고 호되게 저를 단속합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이 죽어가고 있고, 그런데도 지금 이 순간에도 밥은 넘어가고 있고, 그래서 언제까지 같은 하늘아래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누구는 굶어죽고, 누구는 배터져 죽는 이런 방식의 삶의 결코 계속되서는 안된다는 데 대해 늘 정신적으로 분노하며 괴로워합니다.

신당 창당 또한 마찬가지의 맥락 속에서 해석되어야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정당이 되어야합니다. 일상을 살리고, 생활을 복원하고, 사람다운 삶, 인간다운 삶을 회복시켜주는 정당이 되고 정치가 되어야합니다. 정치인을 위한, 정치인에 의한, 정치꾼들의 정당이나 정치꾼들에 시민들을 종속시키는 막된 정치, 더 이상 끝장을 내야합니다.

늘 이것이 두렵습니다. 결코 그래서는 안되지만, 제 정치적 삶 자체가 그런 방식으로 시궁창에 처 박혀지고, 어느새 저도 그 진흙더미에 잔뜩 때묻히고 사는 것 아닌지, 늘 두렵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새삼 다짐하고, 하루하루 정치라는 이름의 공무에 대해 정말 두려워하며 살떨려하고, 또 근신하고, 또 근신하려 하지만 도대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아무런 성과조차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비극적 정치적 일상에 대해 고통스러워 하는 것입니다.

신당창당, 과연 잘 하고 있는지 늘 두렵습니다. 무엇을 위한 신당창당인지 묻고 또 되묻습니다. 그저 쇠락해가는 민주당의 정치적 연명을 위한 일시적 수혈이거나, 일시적 마약이거나, 일시적 용병이거나, 그런 방식으로 정치적 연명을 꾀하는 얄팍한 술수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끝없이, 끝없이 자문하고 또 자문합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마지막이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다르다라고 끝없이 저를 설득합니다. 더 이상 시민을, 그리고 지지자를, 그리고 진영을 볼모잡는 구차스럽고 극단적 이기주의에 탐닉하는 추악한 정치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그래서 부쩍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세상을 떠날 것이고, 나는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밥 잘먹고 그냥 콜록 거리며 잠퍼자고, 또 모른 척 일어나 하루하루 일상을, 그것도 정치가인양 하며 꾸려나갈 것입니다. 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두려운 일입니까. 공직의 무게, 정치의 무게, 특히 요즘과 같은 정치적 변혁기, 특히 한국의 민주정이 정치적 변곡점을 지날 때 두려움과 근신함은 더더욱 짙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새삼스럽게 다짐합니다. 더 두렵고 더 고통스럽고 더 정치에 대해 끝없는 무섬증에 빠져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잡념이 참 많습니다. 정치적 잡념, 정치적 망상들에 시달리는 요즘입니다. 결코 무기력과 무능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하루하루 다그치고, 또 다그칩니다. 개인의 무능과 무기력을 넘어서, 집단과 연대의 힘으로 뛰어넘을 수 있기를 기도하고 묵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