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자기 계발서 추천 글을 보고 든 생각
- 작성일
- 12-05-23 14:52
제가 예전에 모모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질문이 이렇더군요.
'인문학이 망했다고 하는 데 어케 생각함?'
제가 사실 평소에 생각이 깊지 않은 편이고 순발력도 없던 터라 이렇게 답했죠.
'사람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인문학 같은 거 보기 힘든데 어쩔?'
.... 그래서 탈락 ... ㅜㅜ
근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까,
인문학이라는 게 궁극적으로 보자면 '인생'에 대한 통찰, 성찰을 담은 것이잖아요.
즉,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딘가 ..' (음?), 라거나 '삶의 목표는 뭐고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나'
'사람으로서 (특히 사회 속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건 뭔가'
등등을 제시하는 학문이고, 학자로서가 아니라 인문학을 공부한다고 할 때는 궁극적으로는 저런 것들이 목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인문학이 망했다고는 하지만, 인문학에 대한 갈망(잠재적 수요)는 엄청나게 있는 것이 ..
거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있는 책들은 자기 계발서 같은 것들이거든요.
회사에서 이렇게 살아라, 상사한테 이런 태도를 취해라, 리더쉽 발휘는 요런요런 요령으로 ....
일종의 인문학적 질문에 대한 요약암기집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계발서로는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그건 이를테면 고전 내지 본격 인문학에서
또는 개인적 생활의 경험과 통찰(의 교환)에서 해결되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인문학 공부도 안하고, 자기계발서도 안보는지라 ... ㅡ.ㅡ
이 현상이 사회적인 - 통진당 사태를 포함하여 - 저열한 수준의 근본 배경이라고 생각하고요.
조급하죠. 조급하니까 당장 좋은 소리하면 구국의 영웅/살아있는 지성이고, 당장 쓴소리하면 매국노/수꼴/빨갱이고 ..
게다가 축적조차 안됩니다. 1-2년도 아니고 수십년이 다되가는데 하는 소리는 똑같고 ..
(인터넷의 확산이 '개인적 생활의 경험과 통찰'을 교류하게 해주면서도 일장일단이 있는데,
개똥철학이나 천박한 통찰도 같이 유통이 되거든요. 제가 쓰는 것처럼 말이죠.)
적어도 중고등학교 때부터는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부터 진중하게 통찰해 볼 시간을 가지게 하면 좋겠는데요..
...... 뭐 언제나 그렇듯 결론은 없고 그냥 그렇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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