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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어?", "응!", "넌 봤니?", "아직.."
2011년에 부산 영화의 전당 개관기념 영화제가 있었습니다. 세계 영화사의 수많은 걸작들이 소개되었는데, 영화를 좋아하는 눈밝은 친구들은 모두 저렇게 한 영화를 봤냐, 안봤냐를 가지고 난리법석을 떨었습니다.  

그게 벨라 타르 감독의 <사탄탱고>(1994)입니다. 무려 7시간 30분에 이르는 대작입니다. 세상에 수많은 영화들 중에 꼭 스크린을 통해서 봐야 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어떤 영화가 그런 영화일까요? 영화의 질감을 스크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영화가 그런 영화입니다. 저는 타르콥스키, 소쿠로프, 벨라 타르와 같은 동구권 감독의 영화는 반드시 스크린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11년에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가 시작된지 1시간만에 영화관 뒤로 걸어나갔습니다. 이 영화는 서서봐야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영화를 집중해서 보고 싶었고, 영화 감독에 대한 예의를 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영화를 보면서 일부러 서서 본 경험은 이 영화 외에 고다르의 <영화사(들)>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카메라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걸작이라는 말을 넘어섭니다. 칸트가 말하는 '숭고'의 미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다가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이 들만큼 뛰어난 영화입니다. 예술에 대해 누구보다도 뛰어난 눈을 가지고 있었던 작가 수잔 손택은 '죽기 전에 일년에 한번 씩 <사탄탱고>를 보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말은 미친 말입니다.

<사탄탱고>는 그렇게 자주 상영될 수 있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이 영화를 지금 놓치면 최소 5년이 넘어야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지마시고 서울에 계시는 분들은 달려가셔서 이 영화를 보십시오. 7시간 30분의 상영시간을 끝나고 영화관을 나오는 순간 틀림없이 빛을 보게될 것입니다. 놓치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