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보고 왔습니다.
- 작성일
- 13-12-29 01:01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라는 점에서 반가웠습니다.
예술성을 더 살릴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상업성이 떨어져 버릴 가능성이 있었겠죠.
예술성과 상업성을 100%에 가깝게 살릴 수 있는 영화는 드물고, 아무래도 둘 중 한 요소를 우선시할수밖에는 없는데 예술성보다 상업성을 택했다는 게 반가웠습니다.
비슷한 느낌의 영화로는 작년의 레미제라블이 있겠네요.
상업영화라서 반가웠던 이유는 영화의 모티브인 부림사건, 그리고 변호'인'이 되기 전의 노무현의 과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거라는 점에서였습니다.
변호'인'으로서가 아닌 과거의 모습이 반가웠던 이유는 제가 노무현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1994년의 자전적 에세이인 『여보 나 좀 도와줘』의 첫 부분은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서거 후 출판된 『운명이다』에서도 부끄러웠던 과거의 모습을 곳곳에서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그가 과거에 했었던 부끄러운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장면 자체는 허구입니다만, 노가다 하던 시절 그 장면과 같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장면이 아니어도 영화 전반부는 그의 부끄러웠던 과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70여년 전 부끄러움을 알던 한 사람이 살았었습니다. 그는 자기성찰을 하는 글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제가 노무현이란 사람을 알기 전부터 좋아했던 사람. 시인 윤동주입니다.
노무현을 좋아하게 되고 나서 나중에 생각해보니 윤동주와 노무현의 결이 비슷하더라고요.
이 모습은 예수가 말했던 바리새인과 세리의 비유와도 닮았습니다.
세리는 부끄러워서 감히 하늘을 쳐다보면서 기도하지도 못하죠.
세리는 부끄러움을 알았기 때문에 예수로부터 의롭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윤동주는 부끄러움을 알았기 때문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감옥에서 소천했습니다.
노무현의 부끄러운 모습이 『변호인』을 통해 더 많이 알려진다면, 역설적으로 서거와 관련해 그가 무죄라고 변호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늘어날 것입니다. 왜냐하면 관객들 중에는 수오지심을 모르는 반인반신보다는 부끄러움을 아는 평범한 사람이 더 많을 테니깐요.
이 영화가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라는 것이 반가웠던 것도 이런 이유였습니다.
부디 더 흥행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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