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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동네에 커피숍이 한 라인에 7개가 있습니다. 처음에 하나가 생겨 잘되니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결정적 한방은 엔제리너스가 들어선거네요.
커피를 좋아하다보니 카페를 이곳 저곳 둘러봅니다. 어떤 날은 카페를 세군데나 가기도 합니다. 카페 사장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정말 힘들게 장사하더군요.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더군요. 커피 장사가 무지막지하게 돈을 많이 버는 장사라는 거죠.
예를 들면 한포대에 5천원 주고 생두를 구입해서 한잔에 4천원 받고 판다는 겁니다. 하지만 원두 값도 엄청나게 오르고, 건물비, 전기세, 물세 게다가 자고나면 생기는 다른 커피숍 때문에 장사가 힘들다고 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맛있는 커피로 승부하면 손님들이 유지될 것 같지만 커피 맛을 잘 모르는 손님들이 대부분이고, 오히려 커피 맛보다는 인테리어가 새로운 커피숍이 생겼다면 그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고 합니다. 부산대학 근처에 유명한 커피숍이 있습니다. 커피 잘 볶기로 전국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솜씨인데.. 그 곳에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스타벅스를, 커피빈을, 톰앤톰스를, 투썸플레이스를, 엔제리너스를, 카페베네를 이길 수 없는 것이죠.

커피 체인점이 아니라 자가배전을 하는 커피 숍에 가서 드립 커피를 시켜보면 주인장의 커피에 대한 안목을 알 수 있습니다. 로스팅의 강도와 드립 솜씨는 가게마다 다 다르니까요. 그런 커피 숍에는 커피 잔과 접시도 일급인 경우가 많습니다. 커피 한잔을 하면서 커피 잔을 찬찬히 감상하는 기쁨이 있죠. 그건 커피 잔에 녹색 낙인을 찍은 것 같은 스타벅스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기쁨입니다.

하지만 가게 주인들에게 들어보면 훔쳐가는 커피 잔과 접시도 많다고 합니다. 잔 하나에 10만원 가까이 하는 것도 있는데 그걸 훔쳐간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게다가 아줌마들이 커피 숍에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방치해두다가 커피 잔을 깨는 경우도 있답니다. 그 경우 애 엄마들이 하는 말은 "에구 미안해서 어쩌죠?"가 끝이라네요. 가게 주인은 배상을 요구할 수도 없어서 큰 한숨을 쉬면서 지난 주 영국에서 들여온 커피 잔을 치우는 거죠.

어떤 커피숍에서는 커피 받침대가 대나무로 된 것인데 여자 손님이 이야기를 하면서 손으로 톡톡 부러뜨리고 있더라네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니깐 '우리가 너무 많이 있었다고 눈치주나 보네.. 재수없다 나가자'하면서 일어서더랍니다. 3천5백원의 커피를 마시고 1만 5천원의 받침대를 부러뜨리고 간 경우지요.

이런 경우 외에도 가게 앞을 차로 막아서 차 좀 빼달라고 부탁을 하면, '나도 도로세 내는데 당신이 뭔데 차를 빼라고 하느냐? 이 도로가 당신거냐?'라고 고함을 치며 가게 입구를 막아버리는 아저씨들도 있고, 밥값 달라고 찾아오는 노숙자들, 커터 칼로 손님 위협하는 술취한 아저씨.. 정말 벼라별 사람들이 다 있더군요.


하지만 커피 가게 주인들이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정말 맛있는 커피 잘 마셨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라네요. 때론 말 한마디가 커피 향보다 더 감미로울 때가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가게에서 나오실 때 이런 인사 꼭 남기시길 바랍니다.


p.s) 비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을 두고 '된장녀', '된장남' 운운하는 소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남의 기호에 대해 뭐라 말할게 못되지요. 그런 식이라면 집에서 술을 먹지 왜 술집에서 술을 먹을까요? 다운 받아 영화보면 되니 비싼 돈 주고 영화관에 갈 필요도 없고 TV로 봐도 될 야구 경기를 야구장에까지 가서 볼 필요도 없는 것이죠. 
일상이 힘들고 지겨울 때 내가 좋아하는 커피숍에 들러 주인장의 정성이 가득 담긴 커피를 드셔보세요. 세상의 어떤 보약보다도 힘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