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여행] 지리멸렬 감숙성 (9) - 이동 & 삽질
- 작성일
- 13-09-03 21:29
1일째 - 김포-북경-돈황 공항 순례
사흘째 대동소이한 아침.
저 파란색은 그냥 돌배인줄 알았더만.
오, 이럴 수가. 돈황에 비가 오신다.
그제 예매해두었던 표를 발권하러 들렀던 돈황역에 이번엔 기차를 타러 ㄱㄱㅆ~
이 사람 적은 인구 25만의 한적한(?) 시골 마을 역사도 막상 기차가 출발할 시간이 되니 나름 북새통.
잉쭤(硬座, 은하철도 999의 좌석을 생각하시면 된다) 승객들은 우다다다 달려서,
우리가 탑승한 K592 열차 배차표. 출발역 돈황에서 종착역 서안까지 1809km를 달리는데 23시간 50분 걸린다고.
꾀죄죄한 창문.
돈황을 뜬지 얼마 안 지난 상태에서의 바깥은 왼쪽을 봐도,
오른쪽을 봐도 끝을 알 수 없는 사막 뿐.
멈추지 않고 지나쳐버린 시골 역 '첨수정'.
한 시간 남짓 모래 뿐인 사막을 달렸을까.
이제 고비 사막을 벗어나려는지, 제법 푸른 땅이 보이기 시작한다.
돈황에서 보았던 한나라 고성 유적들과 비슷한 식으로 쌓아올린 것처럼 보이는 농가들도 눈에 띄고.
이제는 공단도 나타나기 시작.
어딜 봐도 평평한 동네. 풍력 발전기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기차는 묵묵히 발전기가 빼곡히 들어찬 사막을, 초원을, 공장 지대를 지나쳐가고,
맞은편 침대의 아저씨는 한상 펴놓고 우걱우걱+홀짝홀짝,
딱히 할 것도 없던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싸온 즉석 라면이나 후루룩,
네 시간 가량 달리고나니 저 멀리 우뚝 솟은 산맥이 보이기 시작.
저 멀리 보이는 산맥이 바로 그 이유인가 싶다.
사막 부근답지 않게 잔뜩 흐린 날씨 속을 달린 기차는
이제는 완전히 제철도시가 되어버린 가욕관을 지나친다.
가욕관역에 정차해있던 대륙의 완행열차.
아아아아....
벌거숭이 황무지 산,
푸르른 초원,
신비로운 설산이 한 시야에 담기는 놀라운 장면ㅠㅠ
이 도시의 이름은 주천酒泉.
주천역 앞에서 출발하여 주천공원 및 가욕관행 버스정류장에 간다는 미니버스에 올랐다.
주천역 앞 광장에서 주천공원까지 20여 분 동안 단 한번의 좌/우회전 없이 내처 직진.
주천공원 앞에서 가욕관으로 향하는 버스를 갈아탄다.
저 옛 건물 양식을 흉내낸 곳의 정체는 놀랍게도 공장. 오호~~~~~
옆자리의 대륙 소녀는 연신 이상한 소리로 지껄이는 우리에게 경계의 눈길을 떼지 않았지만,
버스 40분에 택시 5분을 더하여 마침내 예약해둔 숙소에 도착.
사흘 동안 쌓였던 피로를 뜨거운 녹차와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씻어내릴 수 있을지.
마나님을 위한 메뉴 새우튀김.
아빠와 아들을 위한 메뉴.
어린이 먹으라고 주문했던 고기쌈.
언제나 주문해놓고 후회하는 볶음밥.
2일째 - 막고굴-명사산
3일째 - 옥문관-아단지질공원-양관
이렇게 일정을 소화하고 나니,
아쉽지만 돈황을 뜨기로 한 날의 아침이 밝았다.
사흘째 대동소이한 아침.
대단하게 먹을 건 없지만 이제 이곳을 뜬다 생각하니 괜히 과식하고 싶어지는...
저 파란색은 그냥 돌배인줄 알았더만.
씹히는 맛은 영락없는 배인데 막상 혀에서는 사과맛이 나는 희한한 넘.
대단히 맛있진 않지만 별미삼아 먹어볼만한.
오, 이럴 수가. 돈황에 비가 오신다.
연 평균 강수량 20mm 에 빛나는 이곳에 비가 오시는 모습을 보다니~~~
(2010년에 다녀온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은 최근 38년 동안 비가 딱 한번, 그것도 0.5mm 왔다던데ㄷㄷㄷ)
그제 예매해두었던 표를 발권하러 들렀던 돈황역에 이번엔 기차를 타러 ㄱㄱㅆ~
본래 일정은 돈황에 하루 더 머물면서 유림석굴까지 관람하는 것이었지만 다른 곳을 들르기로 하고 돈황 스케줄은 하루 줄이기로 했다.
돈황에서 220km 떨어진 곳을 다녀올 체력이 남아 있을 것 같지 않기에ㄷㄷㄷ
이미 기차표 예매에 숙소 예약까지 다 해둔 것을 첫날 북경공항에서 갑작스레 변덕을 부려 바꾼 거라 군비용이 좀 들긴 했지만 할 수 있나.
이 사람 적은 인구 25만의 한적한(?) 시골 마을 역사도 막상 기차가 출발할 시간이 되니 나름 북새통.
잉쭤(硬座, 은하철도 999의 좌석을 생각하시면 된다) 승객들은 우다다다 달려서,
침대차 승객들은 그나마 여유 있게 기차에 탑승.
우리가 탑승한 K592 열차 배차표. 출발역 돈황에서 종착역 서안까지 1809km를 달리는데 23시간 50분 걸린다고.
우리 일행은 5시간 8분만 가면 되니 그나마 다행.
고작 5시간밖에 안 가면서 침대칸을 ㅎㅎㅎ
그것도 원래는 가장 비싼 롼워软卧였는데 스케줄을 하루 땡기는 바람에 잉워硬卧로 바뀐 거.
꾀죄죄한 창문.
잉워와 롼워는 창문의 깨끗함부터 다르다-_-;;;;;;
돈황을 뜬지 얼마 안 지난 상태에서의 바깥은 왼쪽을 봐도,
오른쪽을 봐도 끝을 알 수 없는 사막 뿐.
멈추지 않고 지나쳐버린 시골 역 '첨수정'.
연평균 강수량 20mm 인 곳에서 구정물인들 감로수가 아니겠냐만.
나름 평화로운 잉워칸의 풍경.
한 시간 남짓 모래 뿐인 사막을 달렸을까.
이제 고비 사막을 벗어나려는지, 제법 푸른 땅이 보이기 시작한다.
돈황에서 보았던 한나라 고성 유적들과 비슷한 식으로 쌓아올린 것처럼 보이는 농가들도 눈에 띄고.
이제는 공단도 나타나기 시작.
이 근처 옥문 유전과 관계 있는 곳인 듯.
어딜 봐도 평평한 동네. 풍력 발전기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기차는 묵묵히 발전기가 빼곡히 들어찬 사막을, 초원을, 공장 지대를 지나쳐가고,
맞은편 침대의 아저씨는 한상 펴놓고 우걱우걱+홀짝홀짝,
딱히 할 것도 없던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싸온 즉석 라면이나 후루룩,
심심했던 우리 초딩어린이는 넉살 좋게 옆칸에 비집고 들어가,
말 한 마디 안 통하는 아저씨, 아짐씨들과 카드놀이까지 하고 계셨다ㅋㅋㅋ
네 시간 가량 달리고나니 저 멀리 우뚝 솟은 산맥이 보이기 시작.
잠시 우리가 다녀온 곳인 감숙성 지도를 보시라.
보시다시피 얇고 길쭉한 이상한 모양새인데,
저 멀리 보이는 산맥이 바로 그 이유인가 싶다.
사막 부근답지 않게 잔뜩 흐린 날씨 속을 달린 기차는
이제는 완전히 제철도시가 되어버린 가욕관을 지나친다.
가욕관역에 정차해있던 대륙의 완행열차.
서안에서 출발하여 우룸치를 지나 카자흐스탄 쪽 국경도시 쿠이툰까지 2810km를 38시간 동안 달리는 무시무시한 녀석.ㄷㄷㄷ
아아아아....
가욕관을 지나고 나니 드디어 생생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순백의 만년설을 이고 있는 감숙성의 천연 장벽 기련산맥이.............
벌거숭이 황무지 산,
푸르른 초원,
신비로운 설산이 한 시야에 담기는 놀라운 장면ㅠㅠ
가욕관을 출발한지 고작 20분만에 기차는 또한번 멈추고 우리 식구도 이곳에서 하차.
이 도시의 이름은 주천酒泉.
유명세로 말하면 인근도시 가욕관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행정적으로는 오히려 주천이 훨씬 큰 단위이다. 심지어 여기서 400km 떨어진 돈황마저도 공식 명칭은 주천시 돈황시구였나 할 정도니.
애초에 가욕관이 아닌 주천에서 기차를 내렸던 이유는 이곳에 있다는 한나라 시절 고분 및 그 벽화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는데...
문제는 역 앞에서 마주친 택시기사나 행인들 어느 누구도 汉古墓 가 뭔지를 이해 못하더라는 거-_-;;
이 돈독 오른 인간들은 우리가 어딜 가고 싶어하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네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 주천공원酒泉公园으로 가잰다. 그것도 人당 15元에.
나도 모르게 한국어가 튀어나올 뻔 했다. 'Jiral~~~'.
주천공원은 어떤 곳인고 하니,
한나라, 아니 대륙 역사 전체에서도 최강의 먼치킨 무장 중 하나였던 곽거병을 주인공으로 한 곳이다.
곽거병의 전공을 치하하기 위해 한 무제가 그에게 좋은 술을 하사했는데, 술을 하사 받은 곽거병이 말하길
'나의 공은 모두 부하들의 수고로움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나 혼자 이 술을 마시는 것은 옳지 않으니 마땅히 부하들과 나누어 마시리라'
라 외치며 눈앞의 샘에 술을 부어버리고 그 샘물을 부하들과 나누어 마셨다...
는 마초 간지 만땅의 일화가 전해지는 곳이자,
당연히 무슨 대단한 유적 같은 게 남아 있을 리 만무한 곳-_-;;;;;;;
위 퍼온 사진처럼 한나라 무장을 한 병사들의 모형(당근, 20세기도 아니고 21세기에 만든...)을 전시해 두고 무려 40元인가 60元인가 받아먹는 곳이다.
미쳤나, 저길 가게.
도저히 믿음이 가질 않아 역 앞에 있는 공.안.국.에 들어가 길을 물었는데,
우리 공안 나으리들도 자기네들 도시에 '한고묘박물관'이란 게 있는지를 모르더만.-_-;;;
어쩔 수 없이 가욕관으로 가는 교통편만 알아낸 채 공안국을 빠져나왔다.
주천역 앞에서 출발하여 주천공원 및 가욕관행 버스정류장에 간다는 미니버스에 올랐다.
요금은 어른 2元에 어린이 공짜.
다시 한번 우리를 꼬드기던 택시기사에게 쌍욕을 하고 싶어지는 순간.
주천역 앞 광장에서 주천공원까지 20여 분 동안 단 한번의 좌/우회전 없이 내처 직진.
주천공원 앞에서 가욕관으로 향하는 버스를 갈아탄다.
기차로 고작 20분 거리밖에 안 떨어진 곳이다 보니 그냥 시내버스와 다름 없는 생김새.
요금도 저렴하기 그지없어 어른 3元에 어린이 공짜.
저 옛 건물 양식을 흉내낸 곳의 정체는 놀랍게도 공장. 오호~~~~~
옆자리의 대륙 소녀는 연신 이상한 소리로 지껄이는 우리에게 경계의 눈길을 떼지 않았지만,
그 옆의 소년은 시종일관 시크한 표정.
버스 40분에 택시 5분을 더하여 마침내 예약해둔 숙소에 도착.
다녀온 곳도 없이 드럽게 피곤하게 보낸 하루ㅠㅠㅠㅠ
중식이라면 질색을 하는 마나님을 설득하여 우리 숙소 '욕달대주점'에 딸린 나름 괜춘해 보이는 식당으로 이동.
사흘 동안 쌓였던 피로를 뜨거운 녹차와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씻어내릴 수 있을지.
마나님을 위한 메뉴 새우튀김.
아빠와 아들을 위한 메뉴.
여기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렀지만 뭐, 제법 훌륭한 맛을 내는 동파육이다.
음식에 인색하지 않은 대륙답게 양은 작살~~
저 단지에 고기가 가득 차 있을까봐 겁까지 났을 정도ㅋ
어린이 먹으라고 주문했던 고기쌈.
살짝 중국 소스내가 나는 삼겹살 맛은 비위에 안 맞아했지만 기본적으로 돼지고기의 상태가 매우 훌륭.
언제나 주문해놓고 후회하는 볶음밥.
대륙에 왔지만 이곳 음식이 영 입에 맞지 않아 고민하는 분들, 망설이지 말고 다음과 같이 외치시라.
'양저우차오판 扬州炒饭~~'. 딱 우리가 알고 있는 '짱깨집 볶음밥'이다. 가격도 저렴한 데다 본고장 음식이니 동네 중국집보다 맛은 한 수 위.
혹시 메뉴에 나와 있지 않더라도 이건 거의 100% 주문을 받아주니 안심하시고.
단!!!
꼭 한 그릇만 주문하실 것. 한 그릇만으로도 세 명이 먹기 버거울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 나오니까.
우리는 절반 가량을 남겼다가 다음 날 도시락으로 싸들고 갔다-_-;;
우리는 절반 가량을 남겼다가 다음 날 도시락으로 싸들고 갔다-_-;;
팁 하나 더, 저렇게 싸들고가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서빙 하는 언니에게 외치면 된다. '따바오打包'
다음 날도 어김 없이 고된 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