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아침저녁으로 창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가워요

반팔을 입어야 하나 긴팔을 입어야 하나

불과 보름전만 해도 반팔을 걸쳐 입는 것조차 버거웠는데

감정이란 참 간사하죠



날씨는 선선하고 햇살은 조금은 따갑지만 적당히 따사로우며

바람마저 촉감의 끝을 살짝살짝 건드려대는 이 좋은 계절에

여러 잡생각들이 뭉게뭉게 끝이 없이 피어오릅니다



사람의 일이라해도 내 맘처럼 되는게 아니라서

이렇게 결정되었다가도 또 손바닥 뒤집어지듯 뒤집어지는 일도 다반사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몸에 닿는 감각과 머릿속에 닿는 감각을 지워가는

지난한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 시끄러웠으면 좀 평화로운 세상을 보며

동경도 하고, 힘들어도 조금만 더 나아가보자고 다짐할텐데

요즘은 세상도 참 시끄러워요


하나의 행동을 하기 전에, 마음에 담은 말한마디 목밖으로 내뱉기 전에,

마음에 담은 글자하나 손가락 밖으로 옮기기 전에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스스로를 의심해보기가 힘들어요

네 저도 힘들구요


정보의 시대에는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보다 정보를 가려내는 능력이

더 중요할거라고 했던 미래학자들의 말이 사실이 되는 것 같아요

언젠가부터 인터넷은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기"에 너무 최적화된 미디어가 됐죠


한줌도 안되는 부족장, 군주, 왕, 황제, 귀족 등등의 지배계급으로 부터

권력을 가지고 온지 이제 300년이 조금 흘렀나요?

고난한 과정은 절대로 불타오르는 혁명기에만 있는 것은 아닌것 같아요

300년전 그들이 그들의 마음을 활자화 하기 위해 몸을 불사른 것처럼

이제는 활자화된 그 글들이 죽어있는 활자로 취급되지 않기 위해서

좀 더 사색하고 인내해야 하겠다란 생각이네요







가을이에요

얼마전 지나던 국도에 코스모스가 가을을 맞이하듯 피었던데

어느새 내 방 창문 바로 곁에 와 버렸네요

이런 저런 잡념도 머리곁을 떠나지 않고 맴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