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두서없이 마구 적는 글이 될 거 같아요. 이해해주세요.

시즌은 끝나고 요즘은 그냥 시범경기하는데, 저는 무려 나무배트를 들고 치죠. 지난 주에는 펑고도 나무 배트로 한참을 쳤더니 그날 손가락에 멍들고 주말동안 근육통에 시달렸네요. 

근데 팀에서 야구경기를 보러가자는 말이 나와서 오늘 다녀왔습니다. 밴쿠버에 마이너 팀이 있더군요. 밴쿠버 캐내디언스. 전에는 오클 산하 마이너팀이었고 지금은 토론토의 트리플 에이 팀입니다.

작년같았으면 볼만했을텐데, 올해는 아시다시피 토론토 팜 거덜났죠. 그나마 남은 유망주도 트리플 에이에는 하나도 없을 겁니다. 상대팀은 스포케인이었는데, 텍사스 마이너팀이죠. 여기도 트리플 에이에는 아는 이름이 없더군요.

아래 링크가 박스 오피스인데 아는 이름, 유망주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마이너니까 좀 서투르더라도 툴 좋은 야수들과 거친 강속구를 뿌려대는 투수들을 기대했는데, 양팀 최고구속이 94마일 한번에 머물렀습니다. 그나마 불펜투수들은 봐주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었어요. 메이저에서 마무리가 아닌 불펜에서 던지는 선수들도 마이너에선 죄다 마무리나 선발이었을테니 이해가 갑니다.

kbo를 트리플 에이에서 더블에이 사이라고들 한다는데, 오늘 양팀이 마이너에서 승률 5할 정도를 하는 팀인데, 이보다 kbo가 못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90마일도 국내에선 강속구겠죠. 근데 왜케 느려보이던지. 타자들은 변화구를 너무 못치더군요. 

캐내디언스의 4번타자가 대학출신으로 선구안이 참 좋았는데요. 그러던 타자가 아무리 좌타자라고 해도

위 링크의 좌완 투수가 올라와서 오버핸드, 사이드암, 언더핸드를 마구 섞어던지니 도저히 치지를 못하더군요. 그나마 오늘 경기에서 상대팀 4번과 함께 가장 클래스있는 타자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승리투수가 된 밴쿠버의 투수는 유창식이더군요. 투아웃 잡아놓고도 도저히 스트라이크를 못던져서 수비를 엄청 길게 해서 열받았네요. 그래도 충성심 높은 홈 관중들은 심판에게 야유하더군요. 

그래도 경기는 나름 재밌었습니다. 밴쿠버는 사실 아이스하키의 도시인데, 평범한 투수가 등판하는 경기라도 관중이 5000명이나 왔더군요. 그리고 열광적인 응원에 나름 괜찮은 홈구장. 꽤 놀랐습니다. 마이너 경기장 시설도 이 정도라니.

경기 중간 중간 휴식시간에 이벤트할 때도 엄청 열심히 따라하고 즐기다 가더군요. 부러웠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2군팀이라도 좋으니 제가 사는 고장에 야구장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곤 했었거든요. 그래서 아마 여기 경기 앞으로 자주 갈 거 같아요. 구장 안에 모자와 유니폼도 파는데 다음엔 좀 일찍가서 모자도 하나 살 생각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도 가까워요.

에러로 점수가 나는등 초반에는 수준이하의 경기력이었지만, 경기를 결정지은 건 메이저 하이라이트에서 볼법한, 중견수의 화려한 다이빙 캐치였거든요. 

2-1로 앞서고 있을 때 상대 4번 조 잭슨(그 유명한 shoeless joe와 이름이 같습니다)이 주자 1루에서 친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나 인사이드 파크홈런이 될만한 타구를 쳤죠. 1아웃에서 1루 주자는 이미 3루에 근접하고 타자 주자도 2루에 거의 다달았지만 잡혀버리고 병살이 되면서 경기 양상이 기울었어요.

이 때 타구가 잡혀 병살이 되니 관중들 정말 좋아하더군요. 저도 신나서 막 소리지르고, 나중에 올라온 상대 투수는 주자 있을 때 셋포지션 투구가 전혀 되지를 않았고 결국 적시타 얻어맞으니 열광의 도가니. 마무리 상황 마지막 아웃을 삼진으로 잡을 때는 다같이 일어나서 삼진 되니 소리지르는 것까지

어찌보면 시애틀:보스턴 메이저 경기 봤을 때보다 더 열광적인 응원을 보고 왔습니다.

마이너리거들은 결국 팀을 떠나는 것을 목표로 하죠. 메이저에 가고 싶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응원하는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야구를 그냥 삶으로 녹여내는 모습이려나 싶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덧)수비 에러 어처구니없는거 몇개 보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수비 툴 하나만큼은 케비오보다 나았던 거 같네요. 위의 다이빙 캐치도 국내에선 정말 보기 힘든 거였죠.

그리고 캐내디언스의 포수, 좋은 포수였습니다. 일단 어깨도 좋구요(과시하려고 하는 것만 고치면 더 좋을 듯) 투수를 다독일 타이밍을 알더군요. 볼배합이나 블로킹도 괜찮았습니다. 도루 두개 허용했는데, 투수가 주자 견제를 전혀 하지를 못하더군요. 이런 건 또 첨봤어요. 대놓고 뛰어도 잡지를 못해;;  하긴 투타웃 잡아놓고도 스트라이크도 못던지고 있었는데 주자 신경 쓰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