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책 써서 입에 풀칠하는 사람이다보니 논술관련해서 학생들이나 학부형님들에게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그리고 오늘 안그래도 고민을 털어놓는 학생에게 메일이 왔는데

그 학생에게 보낸 답장 메일 여기다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사적인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어디까지나 순수한 마음에서 한 조언이구요.

혹시 주변에 논술 준비하는 학생 있는 분들 계실텐데 참고하라고 해주시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서 올려봅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 경험에 의한 주관적 관점이지만 그래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듯 하니 참고하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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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논술 관련해서 질문을 주셨네요.

제가 얼마전에 철학책도 내었고 철학과 대학원 과정에도 있었고

또 안그래도 지금 쓰고 있는 책이 학생들 논술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으면 하는 그런 철학책을 쓰고 있기에

드릴 말씀이 좀 있네요.

우선은 글을 쓸 때 글이 늘어지지 않게 하시는게 중요합니다. 어설픈 기교나 멋부리기는 절대하지 마시고 최대한글을 살이 아닌 뼈로만 쓴다는 생각을 가지시고 간결하게 쓰시기 바랍니다. 글이 길어지면 주술 호응이 맞지 않거나 논지나 요점이 흐려지기 쉽기에 처음 글쓰기를 배우는 분들은 절대 피해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간결한 문체가 연속되면 같은 내용의 글이라도 설득력이 있어보입니다.

두번째로 자기 생각을 쓰십시오.

서론, 본론, 결론 이런 형식, 글의 흐름과 논지 전개, 악필이 아닌 깔끔한 글씨체. 모두 다  중요하겠지만

막상 대학교 현장에서 채점을 하는 분들(주로 철학과 시간강사나 박사학위자나 과정생) 말을 귀담아 들어보면 학원이나 과외에서 배워온 학생들이 티가 난다 그러십니다. 즉 자기 생각들을 못쓰고 그게 문제라는겁니다. 그래서 점수를 박하게 주게 되고요.

자기 생각이 없고 획일적 답안이 많고. 거칠게 분류해서 학원에서 배워온 학생 그렇지 않은 학생 양분이 되는데

아닌 말로 고등학생들, 애들입니다. 채점자들이 보기에는요.

어른들도 답이 잘 안나오는 사회문제인데 애들에게 명쾌한 답과 대안을 요구할까요?
그저 이 학생이 자기 생각을 어떻게든 써볼려고 하는구나 그것만을 보는 경우가 많고

다른 점들이 부족해도 자기 생각과 주관을 어필하려고 한다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획일적이고, 학원에서 배워온 냄새가 너무 나는 경우 좋은 점수를 안줍니다.

채점자도 사람이니 같은 이야기 반복해서 듣는 일이 너무도 피곤하고 고역입니다. 그러니 전부 읽지도 않고 그냥 점수 낮게 줘버리고 제껴놓는 경우도 많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자기 생각을 쓴 학생들과의 답안 성적이 상대적으로 더 후하게 된다는 것이죠. 70점과 80점 맞는 학생 사이에서 90점 맞는것과 30점, 40점 학생 사이에서 90점 맞는 것. 경우가 많이 다르겠지요?

그래서 논술로 막판 뒤집기도 가능합니다.

논술 관련해서 항상 명심하세요 자기 생각을 쓰면 된다, 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라.

그렇다면 다른거 건 자잘한거라고 무시해도 좋습니다.

글의 형식과 틀도 중요한데 채점자는 한국인입니다. 서론이고 뭐고 자기 생각 바로 말하면서 나가면 옳거니 하는 경우가 많아요.

성질급한 한국인들 성향이 채점에서도 나오거든요.

그리고 글의 문체를 정말 잘 가다듬고 싶은데 고3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간이 있다 싶으시면

배병삼 교수님의 "한글세대가 본 논어"라는 책 필사를 추천합니다.

상하로 된 책이고 양이 많지만 쉽게 써져 있는 책, 이른바 가독성이 좋은 도서입니다.

배병삼 선생님은 글 잘쓰는 분들중에서도 최고수로 인정 받는 분입니다. 그 분 글을 꽤 필사해 보면 어디가서든 너 글 잘쓴다, 글의 리듬감과 문체가 좋다라는 말 들으실 수 있을겁니다. 정말 문체 만들기, 글쓰기 훈련에 좋은 책입니다.

그리고 논어라는 고전을 읽으시면서 책 내용을 전부 이해하시진 못해도 고전을 읽는 훈련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것은 대학진학에서도 그렇고 평생을 사는데 있어 큰 자산이 됩니다. 고전이 낯설지 않게 되고 고전을 소화하는 훈련을 한다는거 이거 정말 중요합니다.

또 그분이 원래 정치학전공이라 정치라는 프리즘으로 논어라는 고전을 풀이하시기에 정치적 관점으로 사물을 보는 시야를 얻으실 수 있는데

그것은 논술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정치적 쟁점과 현안 관련한 문제가 많이나오니까요.

상하로 나눠져 있고 양이 많지만 도서관에서 쉽게 구하실 수 있을겁니다, 시간이 나시면 그 책을 읽으시면서 베끼는 거 추천합니다.

줄이 그어져 있는 커다란 노트 사셔서 필사하시는데 상당부분 필사가 되면 본인이 좋아진 문체를 느낄 수 있고 처음으로 고전을 필사했다는 생각에 그 노트를 애착을 가져 보관할 수도 있고 그런 경우 종종 봤네요. 학생들에게 추천을 많이 했거든요.

그럼 건투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