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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들으시려면 70분 가량)



스즈키 마사아키 옹이 연주하는 바흐의 칸타타 프로젝트, 그 중 종교칸타타의 53번째 녹음입니다. 이제 남은 장수는 단 둘.

스즈키 옹의 녹음 순서는 스승인 코프만처럼 '시대순'을 택했습니다. 아주 엄밀한 순서는 아닙니다만 어차피 바흐의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완벽하게 배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 그거야 뭐.

따라서 마지막에서 세번째, 53번째 녹음은 당연하게도 그의 기나길었던 칸타타 작곡 인생에서도 거의 끝자락에 위치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 실린 세 작품 BWV 97, 177, 9 모두 1730년대 중반에 나온 것들인데 모두 '코랄칸타타'라는 특별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요.

바흐가 독창적으로 개척한 형태인 '코랄칸타타'란 당시 루터파 교회에서 노래하던 송가(코랄)을 바탕으로 한 걸 말하는데, 대체로

한 성부-주로 소프라노-에 코랄선율(정선율cantus firmus)을 노래하도록 맡겨두고 나머지 성부와 관현악이 대위법적으로 한껏 치장한 첫 곡,
독창자 위주의, 역시 코랄 가사에 바탕을 둔 레치타티프-아리아들,
통주저음 반주만으로 소박하게 이루어진 원 코랄 합창으로 마무리.

하는 형식을 말합니다.

서지학이 제대로 발달하기 전인 19세기에는 이 스타일을 바흐 칸타타 양식의 최종 진화 형태로 보고 이 작품군이 바흐의 후반기 작품이라 추정하였지만, 20세기 이후의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코랄칸타타'는 대부분 그의 라이프치히 2년차인 1724-1725년에 작곡된 것들이라 합니다.
정확히 말해서 1724년 초여름, 삼위일체절 후 1주일부터 시작하여 이듬해 삼위일체절까지의 1년치 칸타타 (대략 60여 곡) 세트를 장만하는 것이 바흐의 목표였는데, 아쉽게도 이 야심찬 프로젝트는 1725년 봄, 수태고지 축일에 연주한 BWV 1을 마지막으로 중단되고 맙니다. 그 이유는 명확하진 않으나 1년 동안 바흐에게 적절한 가사를 제공해주던 이가 그 때쯤 사망했기 때문일 거라는 게 일반적인 추측입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꼼꼼하고 성실했으며, 집념도 꽤나 강했던 바흐.

1725년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중단해야 했던 이 프로젝트를 10여 년이 흐른 뒤인 1730년대 중반까지도 꾸준히 진행, 틈틈이 빠진 이를 메워넣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 즉슨, 이 판의 세 곡 모두 그러한 경위로 태어난 작품들이란 말씀..

1724년 삼위일체절 후 4주일이 마침 성모방문 축일과 겹쳐서 이날은 독일어 마니피카트라 할 수 있는 BWV 10으로(물론 이것도 코랄칸타타) 대체했기에 이를 메워넣기 위해서 BWV 177을 썼고,

왠지 모를 이유로 빼먹은 삼위일체절 후 6주일을 위한 작품은 BWV 9로 메워넣었습니다.

분명 또 하나 BWV 97도 어느 날인가를 위해서 쓴 건 분명한데 바흐의 자필악보에는 그에 대한 지시가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 작품에 사용된 코랄도 특정한 날을 위한 곡이 아니라, 남아 있는 자료만으로 이 작품의 정확한 용도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

기나긴 세월이 흐른 후 중단되었던 프로젝트를 재가동하는 데 또다른 난점은, 바흐와 협력하여 적절한 가사를 제공해줄 사람을 구하는 것인데, 누구와 작업해도 어차피 1724년 시리즈와 동일한 기조를 유지하는 건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라 판단해서인지, 바흐가 선택한 방법은

'원 코랄 가사를 그대로 이용한다' 였습니다. BWV 97, 177이 그런 식으로 쓰여졌고 BWV 9는 그래도 용케 누군가와 작업을 했지 싶네요. 어쩌면 본인 직접 작업일 수도 있고.


근데, 이런 잡지식 같은 거 하나도 몰라도 실은 감상에 별 탈 없을 것 같다는 게 함정-_-;;;

세 작품 모두 인지도가 그닥 높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이 들어볼 녹음 역시 전곡 녹음 시리즈에서 가져와 봅니다.

장년에 이르러서도 그 청신함을 잃지 않는 바흐의 성악곡들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Johann Sebastian Bach

칸타타 BWV 97

1. (합창) 나의 모든 행동에 In allen meinen Taten


                  鈴木雅明                                Pieter Jan Leusink

In allen meinen Taten
Lass ich den Höchsten raten,
Der alles kann und hat;
Er muss zu allen Dingen,
Solls anders wohl gelingen,
Selbst geben Rat und Tat.

2. 아리아(베이스) 너무 늦지도 이르지도 않도다 Nichts ist es spat und frühe


Peter Kooij                                   Bas Ramselaar           

Nichts ist es spat und frühe
Um alle sein Mühe,
Mein Sorgen ist umsonst.
Er mags mit meinen Sachen
Nach seinem Willen machen,
Ich stells in seine Gunst.

4. 아리아 (테너) 나는 그의 은총을 믿으리 Ich traue seiner Gnaden


Gerd Türk                        Knut Schoch

Ich traue seiner Gnaden,
Die mich vor allem Schaden,
Vor allem Übel schützt.
Leb ich nach seinen Gesetzen,
So wird mich nichts verletzen,
Nichts fehlen, was mir nützt.

.

칸타타 BWV 177

2. 아리아 (알토) 오 주여 당신을 더욱 갈구하니 Ich bitt noch mehr, o Herr Gott


              Robin Blaze                   Petra Noskaiová

Ich bitt noch mehr, o Herre Gott,
Du kannst es mir wohl geben:
Dass ich werd nimmermehr zu Spott,
Die Hoffnung gib darneben,
Voraus, wenn ich muss hier davon,
Dass ich dir mög vertrauen
Und nicht bauen
Auf alles mein Tun,
Sonst wird mich's ewig reuen.

3. 아리아 (소프라노) 내 마음 속에서 우러나와 Verleih, dass ich aus Herzensgrund


                   Hanna Blažiková                             Siri Thronhill

Verleih, dass ich aus Herzensgrund
Mein' Feinden mög vergeben,
Verzeih mir auch zu dieser Stund,
Gib mir ein neues Leben;
Dein Wort mein Speis lass allweg sein,
Damit mein Seel zu hähren,
Mich zu wehren,
Wenn Unglück geht daher,
Das mich bald möcht abkehren.

칸타타 BWV 9

1. (합창) 구원이 우리에게 다가오도다 Es ist das Heil uns kommen her

Es ist das Heil uns kommen her
Von Gnad und lauter Güte.
Die Werk, die helfen nimmermehr,
Sie ögen nicht behüten.
Der Glaub sieht Jesum Christum an,
Der hat g'nug für uns all getan,
Er ist der Mittler worden.

3. (테너) 우리는 이미 너무 깊이 가라앉았으니 Wir saren schon zu tief gesunekn


James Gilchrist

Wir waren schon zu tief gesunekn,
Der Abgrund schluckt uns völlig ein,
Die Tiefe drohte schon den Tod,
Und dennoch konnt in solcher Not
Uns keine Hand behülflich sein.

5. (소프라노, 알토) 주여, 우리의 좋은 행동이 아니라 Herr, du siehst statt guter Werke


  Sandrine Piau                   Bogna Bartosz

Herr, du siehst statt guter Werke
Auf des Herzens Glaubensstärke,
Nur den Glauben nimmst du an.
Nur der Glaube macht gerecht,
Alles andre scheint zu schlecht,
Als das es uns helfen k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