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체력문제.
- 작성일
- 13-05-04 08:39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4월을 꽤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여러가지 다른 염려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처음 상대한 타자들이 몇번 더 만나도 상대하기 어려워할 것인가인데, 전 여기에 대해서는 꽤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왜냐하면 현재 류현진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는 것들은 여러번 상대한다고 해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기 때문이에요. 특히 mixed bag이라고 표현했던 4가지 평균 내지 그 이상의 구질과 각 구질에 대한 평균 이상의 제구력은 타자들이 류현진을 공략하기 어렵게 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또한 류현진의 커브의 경우 다른 구질에 비해 훨씬 릴리스포인트가 다른데(슬라이더와 패스트볼은 거의 구분이 불가능하고, 체인지업은 살짝 다르지만 커브의 경우는 릴리스 포인트가 올라가는 것이 확연하죠.)
대신에 팔을 뒤에 숨기고 나오는 동작이 좋아서 팔이 뻗어져나오는 시간이 짧아 구질을 판별하기 까다롭습니다. 즉, 분석이 된다고 해서 쉽게 파해되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그리고 류현진이 시즌 초에는 공이 날리는 것을 설명하면서 무게중심 이동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류현진은 시즌이 거듭될 수록 무게중심이동을 비롯한 밸런스가 좋아집니다. (콜로라도 전을 보니 100%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공의 수직 무브와 깊은 관련이 있어요. 국내에선 공이 묵직해진다라고 표현을 하죠.
물론 와인드업에서도 잘 나타나지만, 셋포지션에선 더 확연히 나타나는데 예전에 썼던 글 긁어와보겠습니다.
밑에 영상 보시면 무릎을 꺾어주면서 무게중심을 높이고 오른발이 땅에 내려오는 파워를 증강시킵니다. 저거 덕분에 투구시간에서도 효과를 봤어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상대팀 도루 시도가 없는데 물론 덜 알려진 투수라는 점도 있겠지만 이런 셋포지션 투구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게 kbo에서 첫시즌에 완성된 게 아니고 몇시즌에 거듭해서 완성시킨 겁니다.
대부분의 투수는 셋포지션을 그냥 마운드를 스치듯 나오거나 살짝 뒤쪽으로 발을 빼는 정도로 합니다. 전자로 하면 체중실기가 그만큼 어렵고 후자로 하면 피칭시간이 발 빼는 만큼 늘어납니다.
그리고 던지고 나면 등번호 99가 다 보일 정도로 팔로우 스로우를 해주는 게 보이죠. 왼팔이 거의 반대쪽 옆구리까지 닿는 거 보이세요? 정말 역동적인 폼입니다. 무게중심이 흔들리기 쉬운 팔다리 동작이 커보이지 않을 뿐이지 몸통회전이 정말 힘차죠. 동영상에는 나오지 않지만 더 세게 던질 때는 저 다음에 글러브를 낀 팔도 펴지면서 몸을 더 꺾어줍니다. 글러브를 낀 오른팔을 더 뒤로 힘차게 빼주면서 팔로우를 더 강하고 길게 가져가기 위함입니다.
해설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무게중심이동이 홈플레이트를 향해서 일직선이라는 겁니다. 양쪽으로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공에 체중을 싣는 비율이 높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오버스로우로 던지는 이유자체가 체중을 더 실기 위한 것이고 그런 피칭 메커니즘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는 거죠. 물론 제구력을 잃지 않는 면에서도 중요하죠.
이런 류의 좋은 밸런스 때문에 류현진이 높은 평가를 받아온 겁니다.
이런 류의 좋은 밸런스 때문에 류현진이 높은 평가를 받아온 겁니다.
또한 시즌 초나 시범경기 때는 투구리듬이 좀 성급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드린 적 있어요. 인터벌이 빠르다는 이야기를 하는게 아닙니다. 와인드업에서 뒤로 빼두었던 발을 키킹하는 데에서 류현진 특유의 리듬이 있는데 이게 좀 빨랐어요. 아마 공을 더 세게 빠르게 던져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이었을 겁니다. 근데 이 리듬이 메츠 전부터 kbo에서와 더 비슷해졌어요. 이런 류현진이 던지는 모습을 보면 자기 리듬으로 타자들을 이끈다는 느낌을 받게되죠.
하여간 지금 폼이 더 올라오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한동안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대표적인 두번째 염려는, 류현진의 체력 이야기인데,
여기에 대해 염려를 한다는 건 이미 류현진의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을 인정하는거죠. 거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류현진은 분명 체력문제를 겪을 거라고 생각해요.
류현진은 이번 시즌을 kbo에서의 첫 시즌에 비유하고는 했습니다. 타자들에 대해서도 모르고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 통할지 모르니 최대한 열심히 던지겠다는거죠. 그리고 류현진은 2006년 200이닝을 소화했는데 시즌 말에는 페이스가 떨어집니다. 2007년에는 211이닝을 소화했는데 역시 페이스가 많이 떨어집니다. 그 이후 완급조절을 한다며 맞춰잡기를 하고, 잦은 국대 차출로 폼이 저하되며 방어율이 많이 올라오게 되죠. 평속 역시 매해 떨어집니다. 그러다가 2008년 광저우 올림픽 이후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며 2009년부터는 다시 평속이 매해 오르게 되죠. 하지만 매해 잔부상에 시달립니다. 특히 국제대회가 있는 시즌에는 더 부진하게 되죠.
kbo에서 류현진의 경기당 이닝소화에 익숙한 팬들은 현재 류현진의 이닝소화가 적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리그 수준급 평균이닝을 소화하고 있어요. 등판간격이 더 좁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이닝소화와 비교해도 적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200이닝을 훌쩍 넘어 230이닝에 이르게 되죠. 부상선수들이 복귀해서 류현진의 이닝을 관리해준다고 해도 200이닝 가까이 갈 것이고 190이닝 넘게 던지면서 류현진이 등판을 거르지 않은 적은 신인 시절 단 한번밖에 없습니다.
4일간격 등판이나 시차로 인한 효과를 고려하지 않아도 류현진이 체력적인 문제나, 잔부상에 시달릴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새무대에 적응한다는 심리적인 피로감까지 더해지면 더하겠죠.
그래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경우 제 몫을 할 수 있을까가 심하게 걱정되요. 2006년 포스트시즌에는 아주 부진했고 2007년에는 투혼을 보여주긴 했지만 100% 컨디션은 아니었거든요.
다행스러운 것은 류현진은 팀의 운명을 짊어진 에이스로 조그마한 부상이라도 당하면 안된다는 엄청난 프레셔를 받으며 던져온 베테랑이고, 이미 자기 몸을 관리하는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2006~2007년 시절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어요.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 맞지만,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데에 있어서는 베테랑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고 기대를 해봄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