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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엔

1. 오베르토, 2. 하루짜리 임금님, 3. 나부코, 4. 롬바르디아 人, 5. 에르나니, 6. 포스카리 집안의 두 사람, (7. 조반나 다르코), 8. 알치라, 9. 아틸라, 10. 멕베드

요렇게 초기 오페라 열 편의 표지를 구경했었지요.


오늘은 초기에서 중기를 향하는, 마침내 그의 걸작들이 속속 등장하는 시기의 작품들과 함께 위 전집에 수록된 음반에서 한 곡씩 둘러볼까 합니다.



11. 떼도적 I masnadieri


하지만 걸작들이 태어나기 위해선 그만한 고통이 따르는 법,

조반나-알치라의 망작 시리즈를 지나 아틸라-멕베드로 살아나나 했던 그의 오페라 작곡이 다시 침체에 빠집니다.

대 문학가 실러의 작품을 원작으로 썼지만 여러 모로 역부족.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미성을 가졌지만, 또한 최악의 딕션을 동시에 가진 바람에 대본을 펴놓고 보아도 가사를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게 만드는 조운 서덜랜드 여사의 목소리입니다.


그이는 천사의 눈길을 가지고 있네 Lo sguardo avea degli angeli

4-1. 예루살렘 Jérusalem

초기의 성공작 '제 1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 人'을 프랑스에서 연주하기 위해 개작한 작품입니다.

프랑스어 가사를 썼음은 물론, 당시 프랑스 극장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유흥거리인 '발레'를 삽입했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판에서는 발레 한 장면을 떠 봤네요.


3막 中 두번째 발레





12. 해적 Il corsaro


바이런의 원작을 기절초풍할 정도로 허접지근한 내용의 대본으로 만든 데 경악하게 되는 작품.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엔 몇몇 좋은 노래가 아깝네요.

반주 부분은 중기의 '시칠리아의 저녁기도'를 생각나게도 하고...


이 어두운 생각을 Non so le tetre immagini





13. 레냐노의 전투 La battaglia di Legnano

슬럼프에서 탈출하려 할 때 베르디가 써먹었던 전가의 보도: 애국적인 작품을 쓴다.

이번에도 그럭저럭 통했습니다.ㅎㅎㅎ

그래도 아직 짙게 드리워진 도니제티의 그림자는...


만일 내일의 전투에서 Se al nuovo di pugnando





14. 루이자 밀러 Luisa Miller

슬슬 걸작의 기운이 꿈틀리거리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떼도둑'은 실러의 원작을 단단히 조져놓았지만, 희곡 '간계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이번 오페라는 성공.

독일어 원작 제목Kabale und Liebe 와 이탈리아어 오페라 제목 Luisa Miller만 보아도 두 나라의 예술적 기질의 차이가 보이는 것 같은 게 재미있네요.ㅎ

대략 이 작품에서부터 베르디의 여성 캐릭터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들 합니다요...


첫눈에 보았을 때부터 Lo vidi, e'l primo palpito






15. 스티펠리오 Stifellio

슬럼프 시절의 종언.

이제 베르디에게 더 이상의 망작은 없습니다. 유명하지 않다 뿐이지 이 작품도 허접지근하다고는 할 수 없지요.






이런 잘 알려진 작품들을 끈질기게 녹음해준 가르델리 옹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박수를~~~


아아 신성한 의자에서 Ah dagli scanni eterei





16. 리골레토 Rigoletto

마침내 베르디의 걸작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리골레토'부터 베르디의 오페라 역사는 곧 이탈리아 오페라의 역사라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한정된 공간 때문에 어디 하나 버릴 데 없는 멋진 곡에서 단 한 곡만 뽑아낸다는 게 아쉬워 쓰러질 지경이네요.

워낙 유명하다보니 '저작권위반의심' 칼날을 피하기도 쉽지 않은 관계로 아주아주 유명한 선율은 빼먹고.


두 사람은 똑같군 Pari siamo





17. 음유시인 Il trovatore

누가 저에게 '이탈리아 오페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작품을 딱 하나만 추천해 주시오' 하면 바로 이 작품을 이야기하렵니다.

사랑, 질투, 원한, 복수, 유괴, 살인, 자살 등 막장드라마의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작품.





물론 편견이겠지만 이런 애욕이 끓어넘치는 드라마를 독일을 대표하는 음반사에서 독일권을 대표하는 악단이 연주하는 건 뭔가 이상한 것도 같아요. 물론 지휘는 이탈리아인이었지만.

정규 음반사의 이탈리아 오페라 녹음은 아무래도 EMI가 더 센 것 같다는 기분이...


앙상블은 필요 없다, 누구 목청이 더 좋은가 한번 다같이 질러보세~~ 에헤라디야~~~

전형적인 이탈리아 드라마 스타일 3중창.

이런 곡은 마지막에 소프라노가 시워~~언하게 하이 D flat을 쏘아주어야 맛인데, 아쉽게도 이 판에서는 악보에 충실하게 한 옥타브 낮추었네요.ㅎㅎㅎ


질투에 불타는 사랑 Di geloso amor





18. 동백꽃 아가씨 La traviata


많고많은 오페라의 세계.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각양각색의 구미에 맞는 여러 오페라가 있지만, 그래도 원조, 본고장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이탈리아겠지요.

그 이탈리아 오페라의 얼굴 같은 작품이 바로 이것 아니겠습니까...




이 작품의 20세기 후반 녹음은 그 누구도 마리아 칼라스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래도 칼라스의 EMI 녹음에 대항하여 DG에서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녹음.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출세작이며 루마니아의 보석 일레아나 코트루바스의 대표 녹음이기도 합니다.


그 누구보다도 여인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음악의 달인이었던 모차르트와는 또다른 스타일로 여심을 흔드는 멋진 선율.


언제나 자유롭게 Sempre libera





19. 시칠리아의 저녁 기도 I vespri siciliani

리골레토-음유시인-동백꽃으로 3연타석 장외홈런을 빵빵 터뜨린 베르디가 프랑스 공연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으로,

음악은 정말 멋진데, 이야기가 조금 에러.

유명한 곡 다 냅두고 하필 음산한 곡을 택한 게 아쉽지만 고르다보니...


그녀는 나를 미워했지 Si, m'abboriva ed a ragion




오늘은 여기까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