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요렇게 생긴 75장 짜리 기획물입니다. '한정반'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어서인가, 가격도 만만치는 않네요. 2010년쯤에 데카에서 냈던 74장짜리 기획물과 대략 80% 정도는 겹치는 것 같긴 한데, 일부 작품에서 좀더 나은 라인업의 녹음을 가져왔다는 차이랄까요?

어쨌든, '정말 완전한', 같은 오페라의 다른 판본까지 수록한 데다가, 오페라가 아닌 다른 모든 작품까지 모두 실은 전집이라는 데 이 기획물의 의의가 있다 하겠습니다.


베르디에 흠뻑 빠져 있는 분이라면 오페라 녹음은 대부분 이미 소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 '소소한' 몇 장 때문에 질러야 할 것이고,
어쨌든 이런 거장의 풀 세트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분 역시 질러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분들은 그냥 이런 게 나왔구나 정도만 알아두고 넘어가도 되겄습니다.

총 75장 구성 중 오페라는 모두 30편이 들어 있습니다. 26편 중 유의미하게 달라진 판본을 가지고 있는 네 작품(롬바르디아 인, 스티펠리오, 운명의 힘, 돈 카를로)은 두 가지 판본에 따른 녹음을 모두 실었기에 그리되었네요.

이걸 단시일에 다 들어보는 건 인간적으로 못할 일이겠지요? 하여, 오페라 감상에 별로 좋은 자세는 아니지만 한 작품 당 한 곡 정도만 맛뵈기로 올려볼까 합니다.

전집의 구성이 정확하게 작품의 초연 순서에 맞추어 배열되어 있기에 여기서도 이를 따르는 게 좋겠지요.

1. 산 보니파초 백작 오베르토 Oberto, Conte di San Bonifacio

흥행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26세 청년 '베르디'의 '데뷔작'이 아니면 사실 그리 언급받기는 어려운 퀄리티의 작품입니다-_-;;; 뻔할 뻔자 치정물.

위 전집물에는 아래 판이 들어가 있는데,



전 이 판이 없는 관계로 다른 판에서 한 곡.
 
배신의 무서움이 L'orror del tradimento





2. 하루짜리 임금님 또는 가짜 스타니슬라오 Un giorno di regno ossia il finto stanislao

돌림병이었던가...로 졸지에 처자식을 잃은 불행 속에서 쓴 어이 없는 코미디.



뭐, 이 판 말고 다른 녹음이 있는지도 모르겄네요.

사랑하는 마음에는 Grave e core innamorato





3. 나부코 Nabucodonosor

'하루짜리 임금님'이 쫄딱 망하는 바람에 한때 음악가로서의 삶을 때려칠뻔 했던 베르디가 인생역전을 이뤄낸, 그야말로 출세작.

당시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28세의 베르디는 일약 국민작곡가로 떠오르게 됩니다.





아쉽게도 위 판에서 따온 건 아닙니다만...

이 작품의 대표 선율을 올립니다.


꿈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Va, pensiero sull'ali dorate (자동재생)

4. 제 1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 인 I Lombardi alla prima crociata

나부코의 대성공에 고무되어 계속해서 애국심을 자극할만한 소재의 오페라를 들고 나오네요.



이것도 다른 판에서.

안돼! 안돼! 잠시만 No! No! giusta causa non e





5. 에르나니 Ernani

역시 나부코-롬바르디아의 연장선.



이것도 다른 판.

거래를! 맹세를! Un patto! Un giuramento!





6. 포스카리 집안의 두 사람 I due Foscari

애국 오페라에서 벗어나 뭔가 극적인걸 추구해보지만... 그리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작품으로나 흥행으로나.

이 작품부터 등장하는 몇 편의 작품은 '슬럼프 시기'의 것으로 분류됩니다.




이것도 이 판 외에 다른 게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런 점에서 보면 람베르토 가르델리 옹께서 베르디의 군소 오페라를 녹음하느라 참으로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아, 이 늙은 마음이여 O vecchio cor, che batti

7. 조반나 다르코 Giovanna d'Arco

'잔다르크'를 소재로 한 오페라치고 좋은 평가를 받는 걸 못 봤네요. 베르디의 이 작품이나, 차이콥스키의 '오를레앙의 소녀'나 모두. 두 작품 다 대본이 쉣!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두 작품 다 오페라의 병폐인 '시도때도 없이 연애하기'의 희생양이라 봐야겠습니다. 역사적으로 거의 근거가 없는 잔과 샤를 7세의 사랑 이야기라니 원.


이 녹음 외에 다른 녹음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놀랍게도 이 음반 전체가 '저작권위반의심'으로 묶여 있어서 여기서는 한 곡도 못 따오겠네요ㅠㅠ



8. 알치라 Alzira

모든 면에서 자타 공인하는 명실상부한 베르디 최악의 작품으로 꼽힙니다.

볼테르의 저작에 근거한 '페루 이야기'라니, 라모의 '우아한 인도'가 생각나지 않는가요? 그것도 19세기 중반에-_-




다시 먼 곳으로 도망쳐야 한다는 말인가 Irne lungi ancor divrei




9. 아틸라 Attila

2년 간의 슬럼프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다시 애국 오페라에 도전. 그래서 훈족의 아틸라와 로마의 아이티우스를 등장시킵니다.

그러고보니 헨델의 '에치오'와 같은 소재겠군요. 두 작품의 분위기는 물론 하늘과 땅 차이.




아, 노래를 골라놓고나니 이 판은 역시 도이테콤의 카리스마 넘치는 소리를 듣는 게 포인트인데... 하는 생각이 문득.


그 사람은 야만인의 수중에 있네! Ella in poter del barbaro!




10. 멕베드 Macbeth

베르디와 셰익스피어의 역사적인 첫 만남입니다.

누가 뭐래도 오페라 '멕베드'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멕베드 부인이 아닐까요. 쇼스타코비치도 '멕베드 부인'을 오페라로 만들었듯이.

아직도 여기에 핏자욱이 Una macchia qui tuttora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