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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전 한겨레 경제연구소 소장. 진심캠프 경제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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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TV토론 기조연설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중산층 재건 프로젝트를 통해 모두가 잘 사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말한다. 집권 내내 ‘민생’을 정치의 핵심으로 삼았다고 했다.

이 발언을 보면서, 박근혜 후보가 상당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던 새누리당이 집권한 동안, 우리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객관적으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부는 거기에 어떤 방법으로 대처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2008년 이후, 세계경제는 위기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었고, 유럽발 재정위기도 진행중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기업으로 당당히 올라섰다. 잘된 일이다. 그러나 박 후보가 언급한 ‘국민’의 살은 피폐해졌다. 한 가지 숫자만 예를 들어 살펴보자.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기업소득은 연평균 19% 늘어났다. 그런데 가구소득은 연평균 2%도 늘지 않았다. 기업은 돈을 벌어 쌓아두지만, 가구로 순환되지 않았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와중에 정부가 펼친 정책을 살펴보자. 새누리당 정부는 2009년 자동차산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신차구입지원 정책을 내놓는다. 이에 따라 현대 기아차는 최소한 6조원의 이익을 국민의 세금으로 얻어낸 것으로 추산된다. 모두가 낸 세금이 자동차기업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2009년 정부는 범법행위를 저지른 이건희 삼성 회장을 1인 단독 사면한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규범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이런 과정에서 사회 전체가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일반화됐다. 재벌은 보란듯이 자식들이 지배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부를 세습했다. 대기업은 서슴지 않고 빵집 꽃집 순대에까지 진출했다. 중소기업은 자발적으로 대기업의 횡포에도 고개를 숙였다. 정부가 첫 단추를 꿰니 시장은 자발적으로 재벌 중심으로 재편되어 갔다.

그렇지 않아도 기세등등한 일부 재벌 대기업을 살리는 데 정부의 힘을 집중했던 게 지난 5년 동안 새누리당 정부였다. 박근혜 후보는 왜 그 동안 이런 일을 함께 한 뒤, 앞으로 대통령이 되고 나서야 이걸 고치겠다고 하는 것일까? 조금 미리, 아니 지금이라도 모두 집권당이 할 수 있는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