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국산 무협지, 판타지의 주인공은 항상 칼잡이이고

한국 게이머들은 유달리 검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칼잡이라도, 서양 쪽 게이머들은 아무래도 그쪽 문화 전통이 있다보니

한손칼 + 방패 조합도 상당히 선호되는데

(옛날 기사나 바이킹들이 칼보다 방패를 더 상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한국 게이머들은 닥치고 양손칼 아니면 이도류죠.. 

그러고 보니 캡틴 아메리카 같은 캐릭도 한국에서는 절대 안나왔을 듯

제 경우엔 태고적의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 이후에 처음 버닝했던 게임이 에이지 오프 엠파이어였는데

요 게임이 참 재밌었죠. 

그래픽이 굉장히 부드럽고 예뻤고.

지금도 이집트의 chariot archer 들이 바람부는 풀밭 위에서 도열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던 일이 생각납니다. 말들 한 마리 한 마리가 발길질도 하고 갈기를 휘날리고 전차가 덜커덩 흔들리고.

이 chariot archer .. 전차궁수 인가요? 이넘들이 좋았던 이유는 몸빵도 그럭저럭 되고 이동속도도 기병 취급을 받아서 빠르고 그래픽이 아주 예뻤고 그리고 생산에 금을 소비하지 않아서 맵상 지하자원이 고갈되는 극후반전에도 계속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것으로 기억 -0- 참고로 에이지오브엠파이어 시리즈에는 자원 종류가 많습니다. 금 돌 식량 나무 등등.

그러다가 원거리공격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나본데. 원거리공격의 장점은 일단 수비하기에 편하다는 것, 맞으면서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 등. 

이때 게임을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맘에 드는 유닛 모으고 건물 예쁘게 줄지워 짓고 쳐들어오는 애들 막아내는 쪽에 재미를 느꼈기 땜에;; 

(스타가 유행한지 몇년 뒤에야 스타를 배웠는데 이때 이런 버릇 때문에 구박을 받았죠.

본진에 보면 건물들 줄지어서 예쁘게 지어놓고 드라군은 어디 구석에서 혼자 놀고 있다고; )

근데 문제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I 에서는 아처류가 최종유닛이 안나옵니다. 보병류는 아카데미에서 나오는 호플리테스가 철기에서 팔랑크스 (둘 다 그리스의 중장보병 이름이죠 아마) 로 업글되고 다시 로마의 켄투리온으로 업글되는데 이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I 의 최고 궁극유닛이고, 기병이나 배, 공성무기도 다 철기에서 업글이 되는데 아처는 청동기에서 composite bowman 인가 에서 업글 종료. 흑흑.

아 그리고 따지고 보면 좀 이상한 게 호플리테스나 팔랑크스는 밀집대형을 이루는 중갑 장창보병으로 알고 있는데 이게 어찌 짧은 칼 그라디우스와 투창을 주무기로 사용할 터인 로마의 켄투리온으로 진화하는지 아스트랄.. 어쨌든 아카데미 고급보병이 창계열이라면 보급형 저렴한 칼보병들도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카데미 유닛은 금을 쳐묵쳐묵하는데 칼보병들은 식량만 가지고 쑥쑥 뽑아냅니다. 안습;  고로 칼은 익히기 어려운 고급무기이고 창은 서민무기라는 편견을 버리셈?

여기서 역사와 전혀 상관없는 얘기로 새자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일빠게임이라고 욕을 많이 먹었죠. 이거 유명한 얘기라 기억이 나실 분들이 많을텐데, 확장팩에 나오는 일본문명의 미션이 무려 임나일본부라서 한국을 제대로 격동시켰죠. 뭐 그건 사실 별로 신경 안썼는데, 실제 게임하면서 열받았던 건 .. 모든 문명이 모든 유닛을 최종단계까지 업글시킬 수 있는 게 아닌데, 공성무기빼고 유일하게 모든 유닛을 최종단계까지 업글가능한 문명이 일본이었습니다. 그리스 로마도 안되던 걸!!!  무슨 일본에 아카데미가 있다고 켄투리온까지 진화가 되는데 중국은 팔랑크스가 한계고 한국은 심지어 팔랑크스도 안되었던가; (근본적으로 따지면 동양 문명의 병과를 서양 기준으로 뚜드려맞춘 게 우선 문제겠지만 어쨌든요) 

하여튼 킹왕짱 발전한 고급 고대문명 일본 vs 싸구려 소드맨류를 반값에 뽑아서 양으로 밀어붙이는 종특의 한국 -_-;;

아니 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얘기가 이리 길어졌지.. 암튼 이 시기는 재밌는 시기였습니다. 왜냐면 보병, 궁병, 기병이 나름 밸런스가 맞았거든요. 보병은 이속이 느려서 궁병에 잡아먹히고 궁병은 방어력이 약해서 기병에 잡아먹히고 기병은 보병과 맞장뜨면 깨지고 그렇죠.

기병이 왜 보병에 약한지 이해를 못했는데 .. 나중에 읽은 크세노폰 - 노퐁옹 말고 - 의 원정기에 그런 구절이 있더군요. 적들은 기병이지만 우리는 땅을 든든히 딛고 싸우니 우리가 유리하다. 

결국은 등자란 사기템이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죠.

이어서 나오는 중세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II 는 그래서 별 재미가 없었습니다. 

기병 > 궁병, 기병 > 보병. 상성관계가 무너진 기사의 시대가 되어버려서요.

이 시대에도 장창병 > 기병이긴 했는데.. 에이지오브엠파이어에서 그게 잘 구현이 안되었던가.. 암튼.

그리구 얼마 전에는 미디블 토탈워와 나폴레옹 토탈워를 살짝 맛을 보았는데

미디블 토탈워가 병종간 상성 등의 재미는 확실히 더 좋더군요. 역시 저는 영국의 장궁병을 선호했지만 - 이놈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II 에서도 사거리 하나는 진짜 미친 듯이 사기적이었죠 - 게임 시스템상 프랑스의 기병으로 닥돌하는 재미가 훨씬 좋더군요. 단 창병이랑 다이다이 뜨면 썰림. 근데 컨트롤하고 AI 가 많이 병맛이라 쫌.. 나폴레옹 토탈워는 총병 + 포병 위주라 재미는 떨어지는데 시스템 측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했더군요. 

이번에 나온다는 로마 II 인가? 하고 언젠가 나올 미디블 III 가 진짜 기대됩니다. 고에이 삼국지시리즈나 마소의 에이지오브엠파이어나 다 역사게임이라기보단 역사를 소재로 한 전투게임인데, 토탈워는 이런 류의 게임의 궁극의 진화형태란 느낌이 살짝 듭니다. 턴제 내정, 외교, 생산과 실시간 배틀 결합. 뭐 문명시리즈 같은 것도 한번도 안해봐서 자신있게 말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하여튼 결론은 저는 게임할 때 동이족의 후예답게 활잡이가 좋다는 거. 근데 1인칭 게임에서 궁수가 매력있는 경우가 거의 없죠 아쉽게도. 법사류처럼 스킬이 다양하고 화려한 것도 아냐 검사류처럼 닥돌해서 써는 손맛이 있는 것도 아냐 밤낮 힛앤런만 하니.. 펫을 키우는 와우의 냥꾼 컨셉이 참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