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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을 배웠고 갑골문에 청동기 금문까지도 배웠는데

시골서 크기도 했고 외할아버지가 한학에 능하셨고 또 인문학 전공자라 그렇게 되었네요;;;;

근데 어디까지나 제 삶의 환경과 맥락 그리고 당장의 필요 때문에 한자와 한문을 잘하게 되었지

그것이 무슨 남들과 날 구별해주는 우월한 무언가라고 생각해본적은 없고 많은 사회구성원이 한문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습니다.

서강대에 있을 때 자기 이름 한문으로 못쓰고 한자로 쓴 黃海道 平安道 같은 것도 읽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고 시겁하고 놀랜적은 있어도

상대가 좀 무식하다라는 생각은 조금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필요하면 불편하다고 본인이 느끼면 다 하는것이고 그건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라 생각해서요.


근데 이건 좀 그런거 같더라구요, 한자 교육 내지 한자관련 서적을 보면

뭐랄까 급수따기 스펙에 유용해서 그런지 급수따고 한자를 빨리 많이 외우게만 하는데 도움되는 책들이 많던데

그러다보니 부수가지고 견강부회식의 설명도 많고 무리수를 많이 두는 책들이 많았습니다.


한자 하나 하나를 많이 빠르게 외우는것보다는

한자 하나 하나에 담겨져 있는 동아시아인들의 희망과 역사와 문화 우리 삶의 궤적을 공부하는게 우리 정신을 더 풍요롭게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런건 제껴두고 그저 외우기쉽게만 한자를 설명하는 책들이 너무 많아 보여 이건 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네요.


正은 원래 손봐주러 간다, 정치적 분쟁을 폭력을 통해 해결한다는 뜻이었는데

윤리적 도덕적맥락으로 바뀌고 正에 담겨 있는 폭력의 의미는 政과 征이 가져갔죠.

공자는 여기서 政까지도 윤리, 도덕의 맥락으로 쓰여지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런 것들이 다 어쩌면 동아시아인들의 가져온 고민과 삶의 궤적일텐데 그런것이 더 공부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國 하면 현재의 영토국가 개념을 먼저 떠오르겠지만

國 창과 기도문(부수에서 입구 口는 기도문을 담은 축문입니다 제사와 주술의식과 관련되었죠.)을 담고  성안에 틀어박힌 모양인데

전형적으로 춘추시대 무장거점도시이며 전쟁과 제사 공동체로 중국땅에 산재했던 여러 정치공동체 의미를 가장 잘 말해주는 단어죠, 하지만 현재의 國에 한자 개념으로는 춘추시대 魯, 晉, 鄭 이런 춘추시대 초기 국가 개념이 잘들어오지를 않습니다.


사람 이름 관련해서도 금문과 갑골문 공부하니 재밌는게 많더군요

曹는 화살꾸러미입니다, 재판에 들어가는 사람이 보증금 형식으로 미리 맡기는 화살꾸러미

吳 어떤 엑스터시 상태 기도문을 들고 제사를 지내는 무희가 환호하고 기뻐하는 모습

趙 수레를 몬다는 뜻 조씨들은 조상이 원래 전사였다는 것이죠.

그리고 양씨들의 성인 粱 글자에서 이미 보이조 물수에 칼도, 나무목

梁이라는 읍, 국에서 나온 글자인데 해당지역에 황하가 거세게 모여 흘러가는 지점이라 일찍 토목공사가 필요했고 그래서 梁이라는 지명이 붙여지고 그기 사는 사람들 그 나와바리의 주인이 되는 사람이 梁씨가 되었죠 그리고 양이라는 글자가 성으로 되니  토목공사를 통해 만들어진 다리를 말해줄 다른 글자가 필요해졌고 그래서 만들어진 글자가 樑

그런데 저 梁이라는 지역은 향후 전국시대 위나라의 수도 대량이 되었고 송나라 시대 수도 카이펑이 되었는데 여전히 물이 골치였나 봅니다.

금나라가 처들어왔을 때 그래서 보를 터쳐 역관광을 시도하기도 했었고


논어에서 말하는 語는 단순히 말씀어라기보다는 reply의 뉘앙스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질문과 말에 반응해서 말하는

논어는 말그대로 공자가 제자들과 같이 논하고 어한 어록집인데요, 공자는 제자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주길 기대했고 자신을 자극하길 바랬으며 수제자인 안연이 자신의 말을 경청만 하자 실망하기도 하는등 적극적으로 쌍뱡향 소통을 하길 원했고 논어는 쌍뱡향으로 소통하는 텍스트 공동체의 어록인데 語를 단순히 말씀어라고 알기만 하면 논어의 의미와 공자상이 잘 안집히죠.


저 나름 배워온 한자지식으로 오행이 아닌 다른 틀로 사람들의 이름과 성명풀이도 해줍니다. 위에서 제시한 梁이라는 글자, 그래서 梁씨들을 만나면 우스갯소리로 꼭 중국 카이펑에 가봐라 니 조상이 살았던 곳이다라라고 말도 하는데 ㅎㅎ


한자가 단순히 스펙쌓기 위한 용도로 위우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이렇게 동아시아 역사와 문화와 같이 배우는게 어떨까 싶네요.

德같은 경우는 유가에서는 도덕적인 매력과 감정이지만 노자에서는 어떤 힘과 파워, 장자에서는 개체의 생명력과 개성, 이렇게 다른데 그런 의미함축의 분기도 말해주면 좋고요. 사실 덕이란 단어는 시작할 때 폭력의 의미가 상당한 파워에서 시작을 했는데 그걸 공자가 바꾸고 다시 장자가 반격하고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