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배멀미에 시달렸던 첫 날을 어찌어찌 보내고...




오전 6시. 요즘 같은 때면 해가 쨍 하고 떴어야 하는데 어째 날씨가 영...




언제나처럼 때깔은 영 별로인, 생각보다는 맛나는 아침.

오늘도 아침부터 배를 타고 다섯 시간 정도 부대껴야 한다ㅠㅠㅠ




설상가상.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비.

과연 배가 뜨기는 할까...




사방으로 빗줄기에, 안개에,

그래서 그런가. 더욱 어수선해보이는 선실 풍경.

뭐 뜰만하니까 배를 띄우는 것이려니 하고 서둘러 눈을 꼭 감고 잠을 청해본다.

잠이 드는 둥 마는둥 하기를 두어 시간 여,

창가에 앉아 계시던 영감님께서 외치셨다.

'저기 보인다~!'




아, 보인다, 보인다...




내 너를 보기 위해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를 멀다 않고 찾아왔거늘...

(멀긴 정말 드으럽게 멀더만-_-;)




지도에 어업인 숙소라 나와 있던데,




저렇게 수면에서 가까우면 과연 폭풍우 때 무사할지 슬며시 걱정이...




이번에 느낀 것 중 하나,

40-150mm 망원렌즈는 생각보다 별 쓸모가 없더라.-_-;;;

14-42mm 렌즈만으로도 화각이 너무 좁아 섬의 전체를 담는게 불가능했다.

카메라에 문제가 있는 건지 원래 저 렌즈가 그런 것이므로 따로 단렌즈를 준비해야 하는 건지...




살짝 흐릿한 날씨에서도 접안을 시도한다고 몇 분 동안 여러 분들이 수고하셨지만,

만만치 않았던 파도 때문에 결국 실패ㅠㅠㅠㅠ

간만에 사람을 봐서인지, 귀찮게 접안을 안 해도 된다는 기쁨인지,

연신 손을 흔들어대는 지킴이들.




실제로 1년 중 이곳 접안에 성공하는 날은 잘해야 50여 일에 불과하다고.

그나저나 화각이 너무 좁아서 난리났음ㅠㅠ




접안을 했으면 저 등대까지 올라갈 수 있었으려나...




아쉬운 마음 뒤로 하며 섬 주변만 한 바퀴 돌아주는 배.

이곳에서 이맘 때 벌어지는 이벤트.




갈매기 쑈~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내밀면 다들 용케 알아보고 냅다 채가곤 한다.




우리는 그 장면을 사진에 담으며 좋아하고.

배에서는 그 덕에 비싼 값에 새우깡을 팔아먹을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을소냐ㅋㅋㅋ




옆 꼬맹이에게 새우깡 한 조각을 강탈하여 직접 먹이주며 사진 찍기를 시도해 보는데.




역시 타이밍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_-ㅋㅋㅋ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내 그닥 애국심 같은 걸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저깟 바윗덩이가 뭐라고 한참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뭔가 울컥하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다안개는 점점 짙어져만 가고,




하늘에는 뭐 먹을 거 없나 틈만 노리는 갈매기떼만 가득가득.




그래도 카메라가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저렇게 날아다니는 녀석도 포착이 가능해졌다.




오우, 뭘 보니???

그나저나 좁아터진 화각이 웬쑤ㅠㅠㅠㅠㅠ




무심한 외로운 섬은 점점 시야에서 사라져가는데,

돌아오는 뱃길에서 또다시 배멀미에 시달리지 않으려 애써 잠을 청하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짐씨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

'불났다~~!!'

정말이라면 난리도 이런 난리도 아닐 상황. 근데 멀미에 시달리다보니 다 귀찮다...

불이야 나덩가 말덩가-_-;;;;;


알고 보니 진짜로 엔진 고장으로 불이 났었다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 졸지에 동해 깊은 곳에 수장 당할 뻔했을지도ㄷㄷㄷ.

그 때문에 한 시간 반 정도 연착.




때문에 주마간산도 이런 주마간산이 없을 버스 투어가 되어버렸다.

왕복 1차선 '곡선 터널'의 위엄. ㄷㄷㄷ




저기를 넘어넘어가면 성인봉이 있겠지?




누구 눈에는 독수리부리로 보이고,

누구 눈에는 악어 아가리로 보이는 재밌게 생긴 바위.




이거이 1kg 당 가격이 6만원 가까이 하는 울릉도 특산 나물이라고. 특곰 머시기라 하는 것 같았는데...




자그마한 화산섬에서 유일한 평지라 할 수 있는 지역.

나리분지라고 부른다.




현무암이 잘게 갈려 만들어진 땅인데,

조선시대에도 비옥하기 비할 데 없는 땅으로 명성이 자자했단다.




울릉도만의 독특한 가옥인 너와집.

주마간산이다 보니 멈춰서 살펴볼 겨를도 없이 후다닥.

따라서 사진도 덜컹거리는 차속에서 후다닥.




역시 울릉도 특유의 스타일이라는 초가집.

너와집이나 초가집 둘 다 지금 사람이 살고 있지는 않고,

섬 내 공무원들이 관리 중이라고.




나리분지에 자리잡은 산채비빔밥집에서 후다닥 점심을 때운다.




침이 마를 정도로 자랑해 마지않는 울릉도 특산 나물 따위는 없다. 비싸거든-_-;;;

저 오른쪽에 부지깽이 나물 정도가 평소에 안 먹어본 물건.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향 없는 더덕' 구이.

'맛 없다'는 거에 대한 쉴드도 가지가지 (2)

덜컹거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울렁울렁 주마간산 투어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