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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골에서 컸어요.

농업 용수로가 생기면서 농사는 아주 편해졌지만

야생동물들은 곧잘 수로에 빠져서 죽곤 했지요.

주로 뱀들이 희생양이었고 큰 수로에는 노루나 사슴들도 곧잘 빠지기도 했습니다.

큰 수로는 어른 키보다 높고 넓었으니까요. 그리고 수로에 덮게가 있는것도 아니고, 중간에 동물들이 올라올 수 있는 길도 없었거든요.

때는 여름 방학...

제가 초딩말 혹은 중딩초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아버지께서 수로에 빠진 고슴도치를 한쌍 잡아오셨습니다.

저는 사실 우리나라에 고슴도치가 사는지 몰랐습니다. 저 멀리 아프리카에서만 사는줄...

아무튼 아주 신기해서 이것저것 곤충들도 잡아주고 그랬죠.

근데 역시 이녀석들 입맛엔 잠자리 같은건 아닌가 보더군요...

그래서 고민한 결과 역시 녀석들은 땅에서 나는 벌레가 어울릴것 같아서 거름더미를 파서 지렁이들을 잡아서 줬더니 환장을 하고 먹더군요...

배가 고팠나봅니다. 수로에 빠져서 고생도 했고 생전 먹어보지도 못한 잠자리따위만 보다 진수 성찬을 본거죠.

한 며칠 잘 키우고 있었는데 방학엔 역시 외가에 놀러를 가야죠...

일주일 잘 놀다 왔습니다.

근데...그런데...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못먹은 녀석들은 그대로 굶어죽었습니다. ㅜㅜ

농사일에 바쁘시고 (돈안되는)애완동물 따위는 신경도 안쓰시는 부모님께서 고슴도치 나부랭이한테 먹이를 줬을리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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