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등록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울린다

'아니 요즘은 오밤중에도 무슨 영업을 하나'

심드렁하게 전화기를 들여다보다 이내 그냥 던져버린다

'전화 올 곳도 없고 귀찮다'



담배를 한대 물어놓고서는 아까온 전화번호를 들여다본다

뭔가 낯익은 번혼데...

통화버튼을 눌러본다

"응"

"네"

"응 나야"

"누구세요?"

"아..... 죄송합니다 잘못 걸었나봐요"

"네..."


전형적인 대화가 오고갔다. 그래 잘못걸려온 전환가 보다

전 번호주인이 전화 바꾼걸 지인들에게 얘기 안한걸까

근데 생각해보니 이 번호는 전 번호주인이 있을리가 없는 번호다..

그리고 쓴지 10년이 넘은 번호다...

'에이 그냥 번호를 잘못 눌렀나부지'

가끔씩 사투리 구성진 할머니 할아버지 전화도 그렇게 왔었으니까


나풀거리는 가랑비가 바람을 타고 얼굴을 적신다

어느덧 꽁초만 남은 담배를 털어 꺼버리곤

무심하게 돌아서는 순간


'그 목소린데....?'


지난 겨울이었나,

갑자기

'넌 참 좋으면서도 참 미운사람'

이라고 해놓고 지워져버린 그 친구였나

뒤적뒤적 지나가서 잊어버렸던 문자들을 찾아본다

아,

그 친구였구나...



왜 그냥 잘못걸어서 미안하다고 했을까.....

그걸 알 수 없어서

다시 통화를 누를 수 없다




비가와서 습기가 많아서인지

온몸이 끈적끈적하다

매끈하게 이어지지 않는 기억의 끈적임일까

그냥 끊어버린 감정의 끈적임일까

오늘밤은 내내 끈적거리는 잠자리일거 같다